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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업종 고집 안한다 … 과감하게 사업 전환한 '변신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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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산 볼펜의 대명사로 꼽히는 모나미볼펜을 만드는 ㈜모나미의 업종은 뭘까? 제조업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는 유통업이다. 모나미는 잉크카트리지 등 컴퓨터 소모품을 유통시켜 거둔 매출이 볼펜 매출을 넘어서면서 지난해부터 거래소의 업종 분류를 제조업에서 유통업으로 바꿨다. 1994년부터 한국HP의 프린터 잉크 등을 판매하고 있는 모나미는 2005년 말 기준으로 컴퓨터 소모품 매출 비중이 55.9%로 문구류의 43.4%보다 높았다. 이 회사 송하경 사장은 "볼펜 매출 감소 속도가 갈수록 빨라져 오래전부터 업종 전환을 계획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에는 'HP 프린트 스테이션'이라는 맞춤형 사무 서비스업을 시작했다.

급변하고 있는 사업 환경에 맞춰 많은 기업이 대표 업종을 바꾸고 있다. 과거 주력 사업만을 고수했다가는 기업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질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숨가쁘게 변신하고 있는 기업은 이랜드. 중저가 의류업체였던 이랜드는 2003년 이후 의욕적인 인수합병(M&A)전략으로 유통 및 패션업체로 기업 면모를 바꿔나가고 있다. 2003년 말 법정 관리 중이던 뉴코아를 시작으로 올림푸스백화점.해태유통.신세화백화점(부산 괴정점 및 거제점) 등을 인수했다. 그러나 2002년 지분을 인수한 국제상사를 놓고 4년째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등 다소 삐걱거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비누.샴푸.세제 등 생활용품을 만들던 애경은 화학업체로 변신하는 데 성공하더니 이제 제주 하늘까지 넘보고 있다. 애경그룹과 제주도의 합작 회사인 제주항공이 6월 5일부터 김포~제주 노선 취항을 시작하는 것. 기존 항공사보다 30% 가량 싼 '저가항공'으로 틈새시장을 겨냥했다. 54년 비누회사로 출발하면서 생활용품 이미지를 굳혔던 애경은 따지고 보면 화학업체다. 지난해 생활용품 부문은 그룹 매출의 22.7%에 불과한 반면 화학이 51.2%를 차지고 있을 정도다. 생활용품 매출은 유통.레저.부동산개발 부문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최초의 전선 제조업체인 대한전선도 인수합병을 통해 영역을 넓혀나가는 경우. 대한전선은 2002년 무주리조트를 인수해 스키장과 골프장, 워터파크 등이 들어선 종합레저단지로 키우고 있다. 의류업체에서 화학업체로 변신에 성공한 제일모직은 경쟁상대가 LG패션이 아니라 LG화학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지난해 화학과 전자재료 부문에서 영업이익 1264억원을 거뒀지만 의류 사업에서는 742억원의 흑자에 그쳤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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