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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 남부 "신흥공업지" 발돋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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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후 라인강의 기적을 주도해왔던 서독의 북부공업지역이 80년대 들어 급격히 퇴조하고 있는 반면 남부지역은 신흥공업지대로 발돋움, 두 지역간에 심한 경제불균형이 드러나며 갈등을 빚고있다.
서독 산업발전의 주축이었던 북부의 루르공업지대가 사양길에 접어든 것은 이미 옛말이 되었고 「작은 맨해턴」이라고 불리던 브레멘 지역도 높은 실업률과 각종 범죄의 증가 등으로 도시가 황폐되어가고 있다.
주민 이동이 심해 이 지역에 남아있는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갈 비용이 없어 주저앉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브레멘 지역의 올해 상반기 실업률은 14.6%로 전국평균 8.4%의 두 배에 가깝다.
철강·석탄·조선 등 소위 「석양산업」에만 중점적으로 의존해온 북부는 70년대 이후 점증해온 실업률로 인해 각주의 재정적자까지 겹쳐 중앙정부의 구원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
브레멘의 조선·어업은 이미 10년 전부터 거의 문을 닫았다.
이에 비해 남부지방은 자동차공업·전자·항공우주산업 등 첨단산업분야의 공장들이 들어서며 완전고용과 고도성장을 누리고 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여서 남부는 가난을 면치 못해 경제적으로 북부를 따라잡는 것이 남부지역 주민의 숙원이었다.
북부사람들은 남부와 벌어지고 있는 격차가 앞으로는 더욱 메우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남부로 내려가야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기에 북부에서 공부한 유능한 대학졸업생들이 앞다투어 북부를 떠나기 때문. 따라서 북부에는 상대적으로 열등한 노동력만 남는다는 것이다.
북부에서는 새로운 경제발전 프로젝트를 이행하려 해도 그에 필요한 자금이 실업자 등을 위한 사회보장제도에 대부분 돌려져 있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남부 쪽에서는 중앙정부가 이미 북부의 쓰러져 가는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너무 많은 예산을 낭비했다면서 더 이상의 지원은 결국 남부사람들이 땀흘려 번 돈을 북부의 황무지에 쏟아버리는 꼴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같은 비판이 일자 북부 5개주와 남부의 갈란트에서는 본 정부가 사회복지와 실업구제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않을 경우 「콜」 수상이 제안한 새로운 세제에 따를 수 없으며 납세거부운동을 펼 것이라고 위협, 남북간의 지역감정을 한층 날카롭게 하고있다.
남북 서독간의 감정대립은 2차대전 직후 동서분단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베를린에 있던 상당수의 기업들은 동서분단에 따라 본부를 서독 쪽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때 대부분은 서독의 북부 대신 남부를 택했다. 그것은 산업이 거의 없던 남부가 땅값과 노동력이 싼데 이유가 있었다. 또한 보다 큰 이유는 당시 서독산업의 핵심부였던 루르공업지대에서 이주기업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이나 바덴뷔르템베르크 지방으로 내려간 기업들은 결국 북부 기업인들의 콧대에 밀려 남쪽을 택했던 것이다. 남부에 자리잡은 기업들은 북부의 철강·석탄·조선과는 달리 기술산업이었다.
70년대가 되자 승부는 판가름이 났다. 북부의 기간산업은 외국의 경쟁에 눌려 흔들리기 시작했고 기업들도 기업변신을 하는 대신 같은 업종의 기사회생에만 매달려 남은 힘마저 모두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술래스비히·홀슈타인·함부르크·니더작센·브레멘·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등 북부 5개주의 70∼86년간 연평균성장률은 0.9%로 전국평균 1.4%에 훨씬 뒤졌다. 바이에른·바덴뷔르템베르크·라인란트팔츠·헤센 등 남부 4개주는 같은 기간 평균 1.8% 성장으로 북부의 2배를 기록했다.
남부의 기업들을 내몰았던 북부가 불과 20년도 안 되는 사이에 남부의 콧대에 시달리는 시절을 맞고있는 셈이다. <파리=홍성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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