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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해찬, 이미지보다 성과 중시 … “정치는 더러운 것” 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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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당 대표 리더십 탐구] 이해찬 

2005년 임시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5년 임시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되면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다.”(2007년 『청양 이 면장 댁 셋째 아들』 중)

스스로는 “리더 아닌 책사 스타일” #“준비 없이 교육장관 … 가장 후회” #대학 동기 정동영 “생각 젊은 사람” #당내선 “동료 의원과 케미 살려야”

“극우·보수 세력들을 철저히 궤멸시켜야 한다.”(2017년 4월 30일 대선 유세 중)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07년,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한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리더십 전문가는 “이 대표는 피아 구분에 강한 사람으로 보인다. 적과 나를 구분하고, 적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에겐 ‘버럭·호통·싸움닭’ 같은 수식어가 자주 따라붙는다. 그 상대는 대체로 보수 정치집단(자유한국당 계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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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형 리더=“나는 리더에 잘 맞지 않아요. 리더를 도와주는 데는 대단한 장기가 있어요.” 2010년 발간한 책 『문제는 리더다』에서 자신을 이렇게 말했다. 계파 정치를 이끄는 것보다는 정책 입안에 적성이 맞다는 게 스스로의 평가다.

그가 리더로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건 교육부 장관(1998년 2월~99년 5월)과 국무총리(2004년 6월~2006년 3월)를 하면서다. 의외로 장관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가장 후회되는 선택은 교육부 장관에 간 거예요. 전혀 준비 없이 임명됐어요. 나중에 보니 무지하게 어려운 분야더군요.”(『문제는 리더다』 중)

국무총리 때는 책임총리를 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다음은 2005년 2월 14일 임시국회 대정부 질문. 당시 이 총리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맞붙었다.

▶홍준표=“살풀이를 해야겠지요. 총리의 차떼기당 발언은 심했지요.”(※2004년 10월 이 총리는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고 했음.)

▶이해찬=“작년에 다 말했습니다. 정책에 대한 질문을 하세요.”(홍 의원을 노려봄)

▶홍=“야당 폄훼 발언을 한 일이 있습니까.”

▶이=“5·16 군사정부 때는 총리가 의원들 야단도 쳤습니다.”

▶홍=“언론과 방송도 총리 발 아래에 있습니까.”

▶이=“그만 하세요!”

‘호통·버럭 총리’ ‘싸움닭 총리’ 등의 수식어도 이때쯤 달렸다. 이 때문에 정국은 내내 냉각기였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 저자인 정두언 전 의원은 “자기 할 말 하고 장관들 야단도 칠 줄 아는 총리다운 총리였다”고 평가했다. 신호창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과거) 정책 고객인 국민에게 풀어가는 방식에 성급한 면은 있었다”며 “하지만 그의 언행과 판단 과정을 보면 강성과는 거리가 멀다. 오해가 많다”고 말했다.

◆“정치는 더러운 것”=이 대표의 정치 철학은 분명하다. 표를 의식한 이미지 정치를 경계하고 비난을 받더라도 결과를 잘 내면 된다는 것. 지난달 31일 민주당 워크숍에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성과를 내야 한다”거나, 4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언급한 “상인의 현실감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담집 『문제는 리더다』에서 그는 “정치는 더러운 것이다. 최상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건데 어떻게 좋게만 할 수 있느냐”고 밝히기도 했다.

같은 책에는 이런 내용도 나온다.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사람의 본성, 권력의 노골성도 느끼고, 정치나 사회의 적나라한 면도 많이 봤죠…. 그게 바로 나의 자양분이 되고,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커다란 소스가 돼 주었죠.”

문제는 앞으로다. 서울대 72학번 동기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해찬은 여전히 개혁적이고 판단력이 뛰어나다. 사람들이 늙었다고 하는데 생각은 가장 젊은 사람이다. 잘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려도 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의 케미스트리(궁합·호흡)가 잘 맞는지 모르겠다. 이상하게 격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양승함 전 연세대 리더십센터장은 “이 대표는 모든 것을 앞에서 지시·지휘하듯 이끌어가는 스타일”이라며 “(갈수록) 협치보다는 이념지향적 또는 사회개혁 쪽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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