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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외설홍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컬어지던 우리 배달민족의 자존심과 긍지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사회의 자유, 개방주의, 민주주의의 물결 속에 그렇지 않아도 요란하던 예술, 그 중에서도 영화예술에 불어닥친 바람은 이제 도색과 외설의 자유화(?)로 흘러가는 것 같다.
어쩌랴! 정말 거리엔 볼썽사나울 만큼 외설스럽고도 선정적인 장면을 클로스업 시킨 영화선전 광고판들이 대단한 홍보물이라도 되듯 활개치고 있다. 심지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공부하는 초·중·고등학교 주변에까지도 아슬아슬한 노출과다의 영화 입간판과 포스터들이 거리낌없이 난무 선정적인 장면을 하고있음을 보게된다. 정말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으로서, 한 아내의 입장으로서 수치심과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
때로는 TV 드라마에까지도 외설적인 장면, 비윤리적인 애정관계가 나타나 아이들과 함께 TV를 보다 서로 민망해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영화나 광고물들은 왜 이다지도 여성을 지나치게 상품화 하는 것일까.
장사 속에 급급한 제작자들이나, 안면을 몰수하고 벗어제치는 낯 두터운 출연진들이나, 포르노를 방불케 하는 영화를 보겠다고 극장가를 기웃거리는 일부 관객들이나 모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평범한 가정주부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구석구석에 만연되어 가는 퇴폐풍조나 백해무익한 외설 자극물들을 규제하지 않고 방관하는 당국의 모호한 태도다.
도덕이 극도로 타락되고 퇴폐풍조로 문란해진 소돔과 고모라는 하느님의 진노로 유황과 불로써 대심판을 받고 멸망했다.
오염되고 부패되어 가는 도덕을 맑고 깨끗하게 정화시켜줄 청풍운동이 아쉽기까지 하다.
우리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밝고 건전하고 건설적인 것만을 가르치고 본을 보여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기성세대들은 깊이 생각하고 처신해야 할 것이다.
온 세상이 다 오염되고 타락된다 해도 우리는 맑은 바람이 부는 청정한 숲속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상가에 나가면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캐럴 소리가 들려온다. 자칫 퇴폐풍조에 물들기 쉬운 연말연시에 다시 한번 우리들의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 같다. < 오혜정<서울 정능2동 559의 163 현대맨션 나동 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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