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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나올까 안 나올까 … 9·9절 열병식 대미 메시지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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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2월 건군절 열병식에서 북한군이 김일성 광장에서 행진하고 있다.[사진 조선중 앙통신]

지난 2월 건군절 열병식에서 북한군이 김일성 광장에서 행진하고 있다.[사진 조선중 앙통신]

닷새 후인 오는 9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공개된다.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인 9ㆍ9절을 맞아 진행하는 열병식에 북한이 전략무기를 어디까지 얼마나 꺼내 보일지 여부에 따라서다. 9ㆍ9절 열병식은 북ㆍ미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김 위원장이 미국에 전하는 ‘성의’가 될 수도, 반대로 ‘통첩’이 될 수도 있다. 9일 열병식 3대 포인트를 짚었다.

북, 정권 수립 70주년 대규모 준비 #ICBM 꺼내면 트럼프에 통첩 의미 #열병식서 빼면 대미 협상 의지 #위성에 찍힌 차량은 2월의 2배

①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꺼내 들까

정보 당국자는 3일 “대규모 인원과 탱크가 미림 비행장에서 보이는데 신형무기나 장거리미사일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ICBM 이동식발사대(TEL)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ㆍ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열병식 준비 상황을 정찰 인공위성으로 파악하는 데 현재까지 관측한 내용이다. 미국은 북한의 ICBM에 대해 극히 민감하다.

지난 2월 북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5’형. iCBM급으로 게임의 룰을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조선중앙 TV=연합뉴스]

지난 2월 북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5’형. iCBM급으로 게임의 룰을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조선중앙 TV=연합뉴스]

북한은 올초 ICBM 위협으로 미국을 자극했다.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인 2월 8월 인민군 창설 70주년 열병식 때 ICBM급인 화성-12ㆍ14ㆍ15형을 공개했다.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났던 김정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건이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지난 2월과 같이 ICBM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단 한국과 미국을 더욱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시험발사를 거치지 않은 신형 장거리 미사일은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내적으로 핵무장 강성대국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ICBM 등장을 피하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전직 정보당국자는 “2014년 7월 정전협정 체결 61주년 열병식 때 북한은 미림 비행장에 ICBM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대기시켰다가 막판에 돌려보냈다”며 “당시 미국이 주도한 유엔의 경제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번 열병식에선 당시처럼 ICBM을 보기 힘들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북한이 ICBM을 등장시키면 이는 양보는 없다는 대미 벼랑끝 협상술로 간주되며 미국 조야를 자극해 대북 강경론을 확산시킬 수 있다. 이후 남북 정상회담에 나설 청와대에도 부담을 준다. 반대로 ICBM을 드러내지 않을 경우 북한의 협상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 2013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정전 60주년 기념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2013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정전 60주년 기념 열병식 및 평양시군중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②외빈석에 시진핑 설까

관심사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 여부는 현재로선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현재 제공할 정보가 없다”며 가능성을 닫지 않는 데 그쳤다. 대북 소식통은 “국가주석 방문은 통상 일주일 전 통보인데 벌써 지났다”고 말했다.

오는 6일 평양을 찾는 베이징의 한 외신 기자는 “왕후닝 상무위원이 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돈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10월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이 참석했던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을 재현할 전망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시 주석 방북이 올해를 넘기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홍콩 명보는 오는 11~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귀국 길에 평양 방문을 전망했다.

지난 2월 '건군절' 기념 열병식 주석단에는 건군절 직전에 황병서에 이어 총정치국장에 오른 김정각(왼쪽)차수가 등장했다. 사진은 나란히 경례를 받는 김정각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 조선중앙TV=연합뉴스]

지난 2월 '건군절' 기념 열병식 주석단에는 건군절 직전에 황병서에 이어 총정치국장에 오른 김정각(왼쪽)차수가 등장했다. 사진은 나란히 경례를 받는 김정각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 조선중앙TV=연합뉴스]

③김정은 옆자리는 누구?

북한의 권력서열은 열병식 때 단상에 누가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노출된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9일 열병식엔 김정은의 오른편에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 등 당ㆍ정부 인사가, 왼편엔 김수길 총정치국장, 이영길 총참모장 등 군부 인사가 서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남에 이어 최용해가 설 경우 최용해의 북한 2인자 위상이 재확인된다.

이번 열병식은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4월 15일(김일성 주석 생일) 105주년 열병식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엔 2만여 명의 병력이 동원됐고, 20종의 무기가 등장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미림 비행장 위성 사진을 비교하면 올 2월 열병식(1만3000여명)보다 9일 열병식에 동원할 병력 수송차량이 2배는 더 많아 보인다”며 “병력으로만 보면 9일 열병식은 지난해 4월 열병식 수준 또는 그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eajay@joongang.co.kr

중ㆍ러, 첨단무기 선보이며 군사력 과시…미국은 91년이 마지막

지난 2015년 9월 중국 열병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5년 9월 중국 열병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5년 9월 중국은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DF)-26’와 중국판 스텔스 전투기로 알려진 함재기 젠(殲ㆍJ)-15 등을 선보였다.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였다. 항일전쟁 승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군 병력 1만2000명과 전투기 200대가 동원된 이 행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초청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취임(2013년) 이후 정례 행사로 자리잡은 열병식은 ‘중·일(항일)전쟁(1937~45년) 승리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주요 외신은 “중국이 대외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짙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역시 매년 ‘승리의 날(5월 9일)’ 열병식에서 최첨단 무기를 선보인다. 이 행사는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였던 지난 1945년 소련군이 독일 나치군에 승리를 거둔 걸 기념하자는 취지다.

 냉전 당시 뜸하게 열렸던 이 열병식은 보리스 옐친 대통령(1991~99년)이 재개시켰고, 푸틴 대통령이 취임한 2000년 들어 정례 행사로 자리잡았다.

 『미래는 곧 역사다: 전체주의는 어떻게 러시아를 끌어들였나』의 저자인 러시아계 미국 언론인 마샤 게센은 최근 미국 매체 뉴요커 기고문에서 “푸틴의 취임 이후 러시아군의 열병식은 비대해졌다”며 “지난 2003년 5000명이던 열병식 동원 병력은 9년 만인 2012년 1만4000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영국·프랑스 등 서구 민주주의 국가의 열병식은 비교적 전통을 중시한다. 영국의 열병식은 ‘재향군인의 날(6월 27일)’ 열린다. 고든 브라운 당시 영국 총리가 “희생 군인의 노고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제안했다. 지난 2010년엔 찰스 왕세자와 부인 커밀라 파커 볼스가 열병식 선두에서 행진을 이끌어 화제가 됐다.

 또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1789년)을 기념하는 바스티유 데이(7월 14일)에 열병식을 연다. 병력 3700명이 참여하는 서유럽에선 최대 규모의 열병식이다. 이 외로 일본 자위대는 매년 ‘자위대 기념일(11월 1일)’에, 터키는 그리스 독립전쟁 승리를 기념한 ‘승리의 날(8월 30일)’에 맞춰 열병식을 연다.

◇“미국서 독재주의 정권식 열병식 안돼”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11월 열병식을 지시했다가 내년으로 연기한 바 있다. 열병식 비용이 천문학적 규모(1022억 원)인 데다, 독재 정권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꼬리를 내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프랑스를 방문해 파리 열병식에 참석한 뒤 국방부에 “열병식을 워싱턴 DC에서 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프랑스 바스티유의 날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연단 위 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7월 프랑스 바스티유의 날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연단 위 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여론은 냉담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미사일 발사 장치를 과시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애국심보다 평양식 민족주의를 자극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여야에서도 “이런 식의 군사 퍼레이드는 독재주의 정권이나 한다(민주당)” “러시아식 장비 전시 행사는 원치 않는다(공화당)” 등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열병식은 91년 6월이다. 걸프전(90~91년)에 참전한 병력 8800명이 참가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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