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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가 살아난다…귀족車 판매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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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러시아가 대당 가격이 수억원대에 달하는 최고급 자동차의 주요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시장경제화 과정에서 막대한 돈을 모은 러시아의 신흥 부자들이 자신의 지위와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영국의 왕족들이나 타는 귀족형 자동차들을 앞다투어 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스포츠카의 명품으로 통하는 페라리.마세라티.람보르기니 등 3개 메이커는 내년부터 러시아에 판매장을 만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모스크바의 호화상품 전문 판매사(社)이자 고급승용차 전문 딜러인 '머큐리'사가 러시아 내 판매 딜러로 지정됐다.

이들 회사는 러시아 시장에서 최신 모델을 팔 계획이다. 대당 가격이 18만유로(약 2억4천만원)를 넘는 페라리 360모데나, 360스파이더, 575마라넬로 등과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28만유로 이상), 갈라르도(20만유로 이상) 등이 판매된다.

또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10만유로 이상)도 미국 및 유럽 시장과 동시에 러시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마세라티사 안토넬로 페리코네 회장은 "러시아 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으며 내년에 출시될 신형 모델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2천대 중 상당 부분이 러시아 몫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큐리사의 일리야 베리진 사장은 "내년 한해 동안 러시아 내에서 페라리 10여대, 람보르기니 40여대, 마세라티 1백여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들 3개 스포츠카 메이커가 러시아 시장 공략을 결정한 것은 앞서 진출했던 최고급 승용차 메이커들이 예상을 뒤엎는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모스크바에서 공식 판매를 시작한 벤틀리(25만유로 이상)와 마이바흐(30만유로 이상) 등 귀족형 세단이 60대와 14대나 주문을 받아 내년 상반기까지 인도 물량을 벌써 채웠고 현재 내년 하반기 인도분을 주문받고 있다. 마이바흐가 한해 1천여대만 생산, 판매하는 등 이들 고급 승용차는 한정 생산되고 있으며 국가별 할당량도 정해져 있다.

90년대 말부터 러시아 시장에 나온 포르셰도 끊임없이 팔리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BMW.아우디 등은 모스크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어 대중차로 여겨질 정도다.

업계 전문가들은 "귀족차 구매를 주도하는 계층은 주로 1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모스크바의 신흥 졸부들"이라며 "갑작스레 부자가 된 이들은 물품 구매에서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벤츠 600 시리즈의 모스크바 판매량이 유럽 전체보다 더 많은 이유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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