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할머니 "똑똑히 전해달라" 日기자 "노력하겠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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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의 즉각 해산 등을 촉구하며 빗속 1인시위를 하던 중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를 불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과거에 행한 일이 잘못된 일이라고, 용서해달라고 하면 우리도 해줄 수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2) 할머니가 3일 서울시 종로구 외교통상부 앞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는 이날부터 9월 한달간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인다. 김 할머니는 암 투병 중으로 닷새 전 수술도 받았지만 장대비가 내리는 이날 휠체어를 타고 첫 주사로 나섰다.

김 할머니는 이날 화해·치유 재단 설립과 관련 외교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할머니는 "우리가 위로금 받으려고 이때까지 싸웠느냐. 1000억원을 준다 해도 우리는 받을 수 없다. 우리가 돌려보내라고 했으면 적당히 돌려보내야 할 텐데 정부는 ‘해결해준다’고 해놓고 아직도 해주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의 즉각 해산 등을 촉구하며 빗속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해·치유 재단은 2015년 12월에 진행된 한·일 합의에 따라 설립됐다.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약 100억원)으로 설립됐으나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기능이 중단된 상태다. 당시 합의를 진행한 박근혜 정부는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일본과 과거사 문제를 합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할머니는 "제가 누워있으려니 속이 상해 죽겠더라. 아무 말이라도 한마디 해야겠다 싶어서 나왔다"며 "어떻게 일가친척도 아니고 팔촌도 아닌 사람들이 얼굴도 모르고, 우리 보러 오지도 않은 사람들이 할머니들 팔아서 그 돈으로 자기들 월급 받는 것이 참 우습다. 전 세계 돌아다녀도 우리 같은 나라는 없다"고 토로했다. 또, 대자보를 통해 화해·치유 재단이 어떤 사업도 진행하지 않으면서 출연금을 야금야금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할머니는 일본 아사히 신문 특파원을 가까이 불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과거 식민지 시대에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라는 이야기를 늙은 김복동이가 하더라고 신문에 내서 아베 (총리) 귀에 들어가게 해달라"며 "나는 비참한 식민지 시대를 겪었지만, 아베는 말로만 들었지 겪어보지 못했다. 버틸 걸 버텨야지 자기네들은 무조건 안 했다, 우리는 모른다고 할 게 아니라 아베가 나서서 해결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할머니는 아베 총리에게 "대담하게 나와달라. 자신들이 했다는 발표만 해달라.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과거에 행한 일이 잘못된 일이라고 용서해달라고 하면 우리도 해 줄 수 있다"고 재차 사과를 촉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사히신문 기자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김 할머니에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