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악법개폐 작업 지연|청문회에 밀려…입법활동 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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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가 청문회정국에 밀려 가장 핵심적 기능인 입법활동을 등한히 해 5공 청산작업의 중추과제인 비 민주법률의 개폐작업이 지연되고있어 국가보안법·사회안전법·사회보호법·안기부법·집시법 등 주요 정치·사회관계법개폐가 오는 l7일로 끝나는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되지 못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 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들 주요법안 개폐작업이 빨라야 내년 2월께로 예상되는 임시국회로 넘겨질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들 법의 존치로 말미암아 피해를 보는 국민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국회의 법률심의 늑장태도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비등하고있다.
여야는 5공 청산작업의 일환으로 지난 6월 21일 국회에 법률개폐특위(위원장 오유방·민지)를 구성했으나 서로 무성의로 일관, 근 6개월이 다된 현재까지 형법·경범죄처벌법 개정안과 정치풍토 쇄신법 등 3개 개정안만을 특위에서 처리하는데 그쳤다.
특위는 7월 22일 32개 법안(현재 34개로 늘어났음)을 개폐키로 하고 7월 28일 3개 소위까지 구성해 심의법안을 분담했으나 성의 없는 심의활동으로 시종해사회의 민주적 개혁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탄을 받고있다.
특위활동이 이같이 미진한 이유는 여야가 서로 개정시안의 제출을 하지 않기 때문인데 여야는 서로 상대방이 시안제출을 늦추고있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공공연히 보이고있다.
여당 측은 『야당 측이 청문회정국에 눈이 팔려있는데다가 일부 민감한 법률에 대한 재야의 눈치를 보느라고 시안을 만들지 못하고있다』고 비난하고 있고 야당 측은 일부 총재들까지 나서 기회 있을 때마다 정부에 악법개폐를 촉구하고 있으나 최각규 공화당사무총장은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법안개폐는 국회소관사항』이라고 야 측의 잘못된 자세를 스스로 자성하고있다.
특위는 12월 초순에 들어와 다소 활발하게 움직여 임의동행요건을 엄격히 한 경찰관직무 집행법개정안을 소위에서 통과시키는 등 활동은 계속중이나 여야간에 논란이 덜한 농·축·수협관계법개정안 등 12개 법률정도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야는 국가보안법 등 민감한 정치·사회법안에 대해 시안도 못 만들고 있거나 방향설정조차 못하고 있다.
평민·민주·공화 등 야3당은 사회안전법에 대해 선 폐지동의안을 내놓았으나 국가보안법·사회보호법은 단일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고 민정당은 법무부와 협의,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당내 반발로 아직 특위에 제출하지 못했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국가보안법의 경우 민주·공화당은 개정을 주장하고 평민당은 대체입법을 주장하는 등 시각차이가 있고 일부야당은 재야 및 운동권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조속한 시안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집시법 및 즉심절차법은 야당 안이 아직 나오지 않아 내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한편 국회는 16년만에 부활되어 지난 10월 24일 끝난 국정감사결과의 후속조처를 47일이 지나도록 방치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각종 비리에 대한 개선조치가 늦춰지고 있다.
여야총무들은 『각 상위가 청문회 때문에 신경을 쓸 수 없어 후속조처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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