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북 특사, 실질적 비핵화에서 돌파구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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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반도가 ‘운명의 9월’을 맞았다. 모레 방북하는 대북 특사단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문제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9월은 ‘희망의 달’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9·9절을 전후해 평양을 찾고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한 뒤 유엔총회가 열리는 하순께 ‘종전선언’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한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취소되면서 모든 게 헝클어졌다. 한·미 연합훈련 재개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처럼 꼬인 한반도 정세를 풀기 위한 문 대통령의 해법이 대북 특사 파견이다. 특사단은 지난 3월과 같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단장을 맡았다. 정부는 비핵화 논의를 위해 그동안 3단계 ‘중재자 패턴’을 이용해 왔다. 우선 특사 파견 등 남북 접촉을 통해 대화의 동력을 끌어낸 뒤, 남북 정상이 만나 큰 틀의 합의를 이루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 대화가 성사되게 하는 방식이었다. 6·12 북·미 회담은 이런 중재 노력의 결실이었다. 두 번째 특사 파견도 북한과 사전 접촉→3차 남북 정상회담→북·미 회담 재개를 노리고 있다.

관건은 대북 특사가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특사의 목적으로 남북 정상회담 일정,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협의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우리는 북한 비핵화 논의에 대북 특사의 임무가 오롯이 집중돼야 한다고 본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북·미 대화가 진전이 있을 수 없고 한반도의 봄 또한 도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도 우리 특사의 방북과 관련해 “비핵화 진전과 발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없는 남북관계 발전은 안 된다는 주문이다. 특사단은 비핵화란 알맹이가 빠진 상태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은 이벤트에 불과하고 남북관계 발전 또한 겉돌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