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체감경기 뜨거운데 동맹국들은 얼어 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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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등 경기 부양책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미국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경기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반면에 유럽·일본 등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에서는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미국 소비신뢰지수 5.5p 올라 #한·일·유로존은 줄줄이 하락

미국 비영리 민간 경제조사업체인 콘퍼런스보드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발표한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7월보다 5.5포인트 오른 133.4로 나타났다. 17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이면 앞으로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8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는 96.2로 나타나 이달 초 발표된 잠정치(95.3)보다 올랐다. 일자리와 장래 소득에 대한 낙관론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미국 이외 국가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유로존 8월 경제심리지수(ESI)는 111.6으로 나타나 전문가 전망치(111.9)에 못 미쳤다. 소비자신뢰지수도 7월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독일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 전망치도 10.5로 8월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43.3으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가구가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많다는 의미다. 한국의 8월 소비심리지수(CCSI)는 기준치인 100을 넘지 못한 99.2로 1년5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의 소비자 체감경기가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것은 트럼프의 경기 부양책으로 경기가 호전되는 반면,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무역전쟁 확산으로 세계 경기는 위축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뉴욕증시는 올해 들어 사상 최고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으나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증시는 고전 중이다. 미국 달러는 강세를 보이지만 중국 위안화, 터키 리라화 등 신흥국 통화는 가치가 하락했다. 무역전쟁은 결국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지만 미국 소비자의 경기에 대한 자신감에는 아직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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