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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이 대북 자금·연료 지원”…북한엔 수위 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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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과 중국에 대한 강경 압박 모드로 선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중국이 북한에 상당한 원조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국의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날 백악관에서 열린 마약 근절 캠페인 관련 회의에 참석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UPI=연합뉴스]

북한과 중국에 대한 강경 압박 모드로 선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중국이 북한에 상당한 원조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국의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날 백악관에서 열린 마약 근절 캠페인 관련 회의에 참석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중국이 북한에 자금과 물자, 비료를 지원하고 있다”며 대놓고 중국을 압박했다. 지난 16일 “중국이 북·미 관계를 조금 손상하고 있다”는 각료회의 발언에 비해 훨씬 구체적이고 강경한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서는 “한·미 워게임(War Games)에 큰 돈을 쓸 이유가 없다”며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놓고 수위를 조절했다.

“중국, 북·미관계 어렵게 만들어” #북 향해선 “김정은과 관계 훈훈 #한·미 워게임 큰돈 쓸 이유 없어” #연합훈련 재개 놓고 톤 낮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개인 트윗으로 올린 백악관 성명을 통해 “우리와 중국 간의 대규모 무역분쟁 때문에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중국이 북한에 자금, 연료, 비료 및 다른 상품을 포함한 상당한 원조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거스르고 있다는 비난이나 다름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북한 문제의 일부는 중국과의 무역분쟁 때문에 야기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거듭 중국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으로 가는 경로며, 93%의 상품과 물자가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간다”며 “(무역전쟁 때문에) 중국이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고, 북한과 우리의 관계 측면에선 훨씬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내에는 중국이 북한을 부추겨 북·미 비핵화 협상을 지연시키는 우회적인 대미 압박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불만이 계속돼 왔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에 무역전쟁이 불거지면서 이 같은 정서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중국 때리기는 ‘중국 배후론’을 더욱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엔 중국의 ‘자금, 연료, 비료 지원’ 등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여차하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위반으로 중국을 문제삼을 수 있다는 은근한 위협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의 북한 지원’ 비판은 대북제재를 섣불리 해제하지 않겠다는 워싱턴의 기류를 보여준다. 한국 정부에도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는 국내 정치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관측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립연구기관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중국을 때릴수록 표가 결집하는 게 느껴질 것”이라며 “성과 없는 북한보다는 중국을 겨냥하는 게 미국 국내적으로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는 “김정은과 관계가 매우 좋고 훈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미 연합훈련이 당장 재개되지는 않을 것임을 알렸다. 전날 한·미 연합훈련의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던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하루 만인 이날 성명을 내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우리의 군사적 태세는 변하지 않았다”며 “앞으로의 훈련을 중단하는 것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훈련 재개 시사를 문제 삼아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6·12 북·미 정상회담 때 스스로 “도발적”이라고 규정했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말을 달리했다.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즉각 한국이나 일본과 합동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어느 때보다 훨씬 대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어르면서도 경고를 남겨놨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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