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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일보 양원식 주필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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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옛 소련 시절부터 중앙아시아 한인들의 한글 교육과 전통문화 보급을 위해 정열적으로 활동해온 카자흐스탄 고려일보의 양원식 주필이 10일 알마타에서 세상을 떠났다. 74세.

1932년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소련 국립영화대학교를 졸업한 뒤 러시아 TV 카메라맨,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국립영화촬영소 기록영화 감독을 지내며 60여 편의 예술영화와 기록영화를 제작했다. 모스크바 유럽종합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한인들이 발간하는 한글신문인 '레닌 기치'의 문학예술부장을 지냈으며, 소련이 붕괴한 뒤 '고려일보'로 이름을 바꾼 이 신문의 사장과 고문을 지냈다. 소련작가동맹회원이었으며 국제 펜클럽회원, 카자흐스탄 작가동맹 산하 고려 분과 회장, 한반도 민주평화통일 자문회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시인이기도 한 그는 2002년 한국에서 시집 '카자흐스탄의 산꽃'을 펴내기도 했다.

고려일보는 23년 연해주에서 '선봉 신문'이란 이름으로 창간돼 항일정신을 고취했으나 37년 스탈린에 의해 한인들이 강제 이주한 중앙아시아에서 38년 '레닌 기치'라는 이름으로 속간됐다. 91년 제호를 고려일보로 바꿨다. 이 신문은 매주 러시아판 8개 면과 한글판 4개 면을 발행해 왔다. 옛 소련권 한인 신문 가운데 한글판이 발행된 것은 이 신문이 유일하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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