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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북한 군부, 철도 개통에 동의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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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북은 25일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 연결 구간에서 열차를 시험 운행키로 합의했다. 같은 시각 각기 100명을 실은 5량의 열차가 경의선 구간은 문산역에서 북한 개성역으로, 동해선은 북한 금강산역에서 남한 제진역으로 달린다.

한국전쟁 때인 1951년 6월 서울~신의주 간 기적소리가 멈춘 지 55년 만에 남북 간 혈맥을 다시 잇는 준비가 본궤도에 들어선 것이다.

◆ 북한 왜 호응했나=시험운행 합의는 13일 새벽 끝난 12차 남북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에서 나왔다. 북한은 2004년 6월과 지난해 7월 시험운행을 약속했다가 이행하지 않았다. 날짜를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정부가 그동안 철도 시험운행 날짜를 제시하라고 압박해온 데 대해 북측도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장관급 회담 때 북한의 비누.신발 원료 제공 요구에 "시험운행 날짜부터 내놓으라"고 맞섰다. 남한 당국이 개성공단 건설, 금강산 관광과 함께 3대 경협사업으로 간주해온 철도 연결을 진전시키지 않고서는 남측의 경제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북한 지도부가 판단했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비무장지대(DMZ)를 관할하는 북한 군부의 동의가 있지 않았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날짜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험운행 합의 직후 비료 20만t의 대북 추가 지원을 15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호응에는 미국의 대북 압박을 남북관계 활성화로 돌파하려는 의도가 깔렸을 수 있다. 미국의 북한 옥죄기는 위조 지폐 문제에서 인권 문제까지 전방위에서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이 한창이던 2002년 9월 남한과 함께 철도.도로 착공식을 했다. 이듬해 6월 14일에는 철도 궤도 연결행사로 6.15 공동선언 띄우기에 나섰다.

◆ DJ 열차 이용 재방북 성사될까=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열차 이용 재방북도 탄력이 붙게 됐다. 시험운행으로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분단 극복과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이 될 군사분계선(MDL) 관통 열차표를 DJ에게 내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한 북한전문가는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한 이벤트로 이를 남겨두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6일 열리는 DJ 재방북을 위한 실무접촉과 4차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그의 열차 이용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 정상회담 분위기 잡나=이종석 장관은 14일 KBS-TV에 나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의지가 과거보다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임기 안에, 연내에 개최된다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에 대한 양보와 조건 없는 지원을 강조한 노 대통령의 언급 이후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모종의 조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정상회담과 연결돼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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