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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설화' 송영무 대신하는 공군 출신 국방수장 정경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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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합참의장이 7월 24일 국회에서 국방부 업무보고 및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에 앞서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합참의장이 7월 24일 국회에서 국방부 업무보고 및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에 앞서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던 지난 15일 얘기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상황에 대해 보고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찾았다. 보고는 송 장관이 기대했던 독대가 아니었다. 정부 소식통은 “당시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며 “이때 송 장관이 자신의 자리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브레인을 자처했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30일 취임 1년 1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최소한 올해 말까지 연임할 것이란 일부의 예상과 달리 개각 대상에 올랐다.

국방부 안팎에선 청와대가 송 장관이 국방개혁 2.0을 완성할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취임 이후 잦은 말실수로 여러번구설수에 올랐다. 그보단 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의 처리를 놓고 정무적 판단을 그르친 데다 민병삼 전 대령의 항명 사태까지 부르면서 송 장관의 리더십을 청와대가 믿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송 장관의 뒤를 이을 정경두(58) 후보자는 현역 공군 대장(합동참모의장)이다. 그는 지난해 비(非) 육군 출신으로 합참의장이 된 데 이어 1년 만에 장관 후보자로 발탁됐다. 청와대가 육군 중심의 군 구조를 개혁하라는 임무를 그에게 맡겼다는 분석이다.

그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해 임명되면 김정열ㆍ주영복ㆍ이양호 전 장관에 이어 공군 출신 넷째 국방부 장관이 된다. 또 전역식과 취임식을 한 날 열게 된다.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 후보자에 대해 “국방개혁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토대로 각 군의 균형 발전과 합동작전 수행역량을 보강할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송 장관이 틀을 잡은 국방개혁 2.0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뜻이다.

정 후보자는 F-5 전투기 파일럿 출신으로 공군 남부전투사령부 사령관, 공군 참모차장, 공군 참모총장 등 공군의 요직을 거쳤다. 1995년과 2005년 일본 항공자위대 간부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경력이 있어 일본통으로도 꼽힌다.

정 후보자는 부드럽고 온화한 성격에 합리적 리더십을 갖췄다는 얘길 듣는다. 그러나 동시에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깐깐한 성격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처신이나 업무에 빈틈을 보이지 않아 토의 때 항상 부하들을 긴장시킨다. “한번 시작한 일은 추진력과 근성을 발휘해 차질 없이 완수하는 강직한 원칙주의자”(청와대)라는 설명과 함께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유순한 인상이지만 무인의 강단이 느껴진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합참의장을 맡은 뒤 바로 한ㆍ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UFG)에 들어갔지만, 지휘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합참의장으로 있으면서 타군, 특히 육군을 잘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씻었다.

정 후보자는 최근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자주 무단진입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그의 명령에 따라 지난 2월 27일 중국 군용기 1대가 사전 통보 없이 KADIZ에 진입한 뒤 울릉도 서북방까지 올라가자 긴급출동한 공군의 전투기 10여대가 중국기를 포위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중책에 내정돼 책임의 막중함을 느끼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의 지엄한 명령인 국방개혁 완성을 통해 강한 안보와 책임국방 구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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