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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빠진 한국당, 추석 때 인쇄홍보물도 안 내…재정난도 한 몫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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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서울역에서 추석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서울역에서 추석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추석엔 어깨띠를 두르고 역과 터미널에서 홍보물을 나눠주는 정치인을 보기가 어렵게 됐다. 자유한국당이 그간 명절마다 배포해온 인쇄 홍보물 제작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2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그동안 명절 때마다 관례로 인쇄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하고 의원들이 역에 가서 손을 흔들고 했지만, 그런 건 이제 국민들께 '쇼'로 비칠 뿐이고, 실제 홍보 효과도 미미하다”며 “이제 그런 ‘쇼’는 그만하고 명절에 수고하는 소방서 등을 찾아가는 등 보다 의미 있는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1월 29일 설 연휴를 맞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서울역에서 고향으로 향하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4년 1월 29일 설 연휴를 맞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서울역에서 고향으로 향하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당을 비롯한 각 정당은 매년 명절마다 당의 정책과 비전 및 주요 활동 내용을 담은 홍보물을 제작해 전국 주요 역과 터미널 등에서 배포해왔다. '명절 민심'을 잡기 위한 경쟁이었다. 한국당 측 관계자는 “정확한 기록은 찾기 어렵지만, 명절에 홍보물을 배포하지 않는 건 과거 한나라당이 만들어진 1997년 이래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당이 명절 홍보물 제작을 중단한 데는 작금의 긴축재정이 한 요인이 됐다.
한국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한 뒤 재정난에 시달렸다. 지자체장과 책임당원이 감소하면서 이들이 내던 각종 당비도 줄었다. 이 때문에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의 활동비도 60%가량 삭감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12일 부산 수영구 자유한국당 부산광역시당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지방 경청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12일 부산 수영구 자유한국당 부산광역시당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지방 경청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재정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김 총장의 설명이다.
김 총장은 “우리를 과거 방식에 가두면 안 된다. 유튜브나 SNS(소셜미디어네트워크) 등 디지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며 “한국당을 보다 ‘젊은 정당’으로 만드는 체질 개선 작업의 하나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런 판단에는 보수층을 지탱하는 중장년층의 유튜브 활용 확산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한국당은 최근 유튜브 무대에서 벌이고 있는 선전(善戰)에 고무된 분위기다.

자유한국당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

자유한국당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한국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의 구독자 수는 2만6782명으로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7850명)보다 3배가량 많다. 그간 트위터나 팟캐스트 등에서 민주당에 열세를 보였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최근엔 중장년층도 지상파 뉴스 대신 유튜브 시사 프로그램을 더 관심 있게 보고, 직접 콘텐트를 제작하는 등 시대가 바뀌고 있다”며 “이제 ‘뉴미디어=진보’라는 공식은 깨졌다. 손님이 모여드는 곳에서 장사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한국당에선 새 당사에 방송실을 꾸미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유튜브 콘텐트 '김병준 메모'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유튜브 콘텐트 '김병준 메모'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대중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전임 홍준표 대표가 페이스북만 사용한 것과는 다르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지금까지 5회에 걸쳐 ‘김병준 메모’라는 제목으로 정국 인식과 대여비판의 목소리 내고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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