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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답까지 같은 '쌍둥이 1등'···교무부장父 혼자 정답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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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전교 1등’으로 논란이 된 서울 숙명여고에서 아버지인 교무부장이 시험 문제지와 정답지를 혼자 검토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래는 교무부장이 시험 자료를 살펴볼 때 고사 담당교사가 배석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부실한 시험 관리의 책임을 물어 학교장과 교감, 교무부장을 중징계키로 하고, ‘시험지 유출’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9일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진행된 숙명여고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민종 감사관은 “감사 결과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인 교무부장이 시험지를 유출한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에 따르면 두 자매는 정답이 잘못돼 나중에 정정된 시험문제에서 수정되기 이전의 정답을 나란히 적어낸 경우가 있었다. 정정하기 전의 정답(최종적으로는 오답)을 똑같이 적어냈다는 것은 시험지 유출 의혹의 핵심 근거중 하나다.

서울시교육청. [중앙포토]

서울시교육청. [중앙포토]

 아울러 아버지인 교무부장은 자녀가 입학하기 직전인 2016년부터 중간·기말고사의 문제 출제와 정답 검토 업무를 담당하기 시작했다. 자녀들이 입학한 후엔 1학년(2017년) 1·2학기 중간·기말고사, 2학년(2018년) 중간·기말고사 등 총 6차례에 걸쳐 시험지를 검토·결재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고사 담당교사가 수업 등으로 자리를 비운 경우, 교무부장이 단독으로 고사 서류를 검토 및 결재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 이 학교 교장·교감은 교무부장의 자녀가 재학 중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해당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교육청은 “관련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평가 관리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교장·교감·교무부장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아울러 교육청은 중간·기말 고사 관리 문제와 관련해 서울시내 전체 중고교를 대상으로 9월에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시험 관리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교직원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에서 학업성적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교직원과 그 자녀가 같은 학교에 재학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 16일 서울시교육청 감사반이 시험지 유출 의혹이 제기된 서울 숙명여고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시교육청 감사반이 시험지 유출 의혹이 제기된 서울 숙명여고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숙명여고는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며 이슈가 됐다. 교무부장이 시험지를 유출해 쌍둥이 자녀가 전교 1등으로 성적이 급상승했다는 내용이었다. 교무부장이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두 자녀의 성적이 각각 59·121등에서 반 년 만에 문·이과 전교 1등으로 오른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시교육청은 13일 특별장학을 실시하고 3일 만에 정식 감사로 전환해 집중조사를 벌였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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