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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새 진용 "개봉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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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각 및 민정당 개편이 임박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2일 관계기관으로부터 인물천거에 관한 자료를 최종보고 받고 바로 낙점→교섭작업에 들어갔다.
2일 오후부터는 홍성철 비서실장·최병렬정무수석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입각 대상자들을 만나기 시작, 주말인 3, 4일에 집중적인 접촉을 거쳐 빠르면 5일, 늦어도 내주 중에는 인사를 끝낼 예정이다.
노 대통령에게 공식으로 인사 천거 명단을 낸 기관은 청와대비서실·민정당과 안기부 등 3곳. 여기에 국무총리가 독자적으로 복안을 건의하고 대통령이 개별적으로 각계 원로들의 자문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상인물의 천거 채널은 5, 6개가 넘는 셈.
노 대통령은 이 같은 자료들을 혼자서 취해, 하나하나 점을 찍어가고 있는데 대상인물에 대한 파악이 미진하거나 의문사항이 있으면 수시로 전화를 걸거나 관계자를 직접 불러 묻고있는데 주로 이현재 국무총리·배명인 안기부장·홍성철 비서실장·최병렬 정무수석 등이 협의대상.
그렇지만 이번 당정개편은 노 정권이 처한 입장이나 시국의, 흐름, 기용인력의 제약 등으로 어느 때보다 난산을 겪고있는 듯하다.
우선 11·26담화에서 밝힌 대로 국민들에게 일대 쇄신의 느낌을 주면서 정권 출범 후 가능한 최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팀웍을 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5공과 인맥상 단절하고 가급적 군 출신을 배제하면서 유능한 사람들을 모은다는 것은 처음부터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전제조건이나 다름없을지 모른다.
믿고 쓸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구정권과 인연이 있거나 때가 묻었고 욕심을 낼만한 사람 중에는 합류를 꺼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스스로 나서는 사람은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각의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꼭 바꿔야함에도 대안 찾기가 가장 어려운 자리가 국무총리.
노 대통령은 여러 번 『난국을 물어갈 만한 정치력이 있고 특히 일에 추진력이 있는 사람을 천거해 달라』고 했지만 아직 관계기관이 써낸 명단 중에는 대통령의 의중에 찰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중론.
관계기관의 천거명단에는 이용배 전 통일원장관·이원경 주일대사·고흥문 구 신민당최고위원·이한빈 전부총리·민관식 전 국회부의장·강원룡 목사·최석채 MBC회장 등이 들어 있는데 이들 모두 결정적인 결격사유가 있어 이현재 총리의 유임 가능성이 계속 나돌고 있다.
학군 출신은 「모양」은 좋으나 일의 추진력에 문제가 있더라는 노 대통령 인사철학에 따라 이용희 씨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원경 씨는 노 대통령의 평가와 신뢰가 높으나 대표적인 TK출신인 것이 흠이고 고흥문씨는 야당출신이라는 이점은 있으나 3김을 상대하기에는 다소 벅차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또 민관식 씨는 지난 총선 때 민정당 공천을 거절한 적이 있고 이한빈씨는 국민들에게 유능하고 참신하다는 인상을 줄만큼 알려져 있지 않다. 강원룡 목사는 특정 종교 지도자라는 약점이 있으며 최석채씨는 MBC의 취임거부소동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다.
특히 국무총리는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소 야대에서 야당의 거부요인이 없어야 하고 또다시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동의 실패감은 일이 벌어지면 곤란하다. 그런 의미에서 출중한 인물이 없으면 이현재 총리의 유임이 낫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경질될 경우 고흥문·강원룡씨가 한 발짝 앞선 감이다.
비 경제분야 각료 중 노 대통령이 비교적 비중을 두고있는 자리는 내무·법무·국방장관. 내무는 시국치안과 일부 지역에서 민정당이 전멸한 지방행정을 맡아야하고 법무는 5공 비리 청산작업을 진두 지휘해야하며 국방은 정치적 입지·사기 면에서 기로에 선 군을 통솔·조정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춘구 내무장관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쉬든지 아니면 민정당 요직을 맡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에는 민정당의 이한동·김태호·이자헌·정종택 의원과 박세직 올림픽 조직위원장·김용갑 총무처장관 등이 거명 되고 있다.
법무장관에는 이룡훈·이명배·김세권·이용식 변호사와 이한동의원이 검토대상인 것으로 알러졌는데 출신지역 등에서 검찰총장 인사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검찰총장에는 한영석 청와대민정수석·김기춘 법무 연수원장·정구영 광주 고검장·최상엽 대검차장·서정신 법무차관 등 영남출신들만 물망에 오르고 있다.
국방에는 오자복 장관의 유임실과 군 출신 원로인 강영훈·김점곤 씨와 이상훈(육사11기)·박희도(육사12기)·한철수(주중대사·육사12기) 씨 및 현역의 최세창 합참의장(육사13기)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군 쪽에서 원하는 박희도 씨와 최세창씨는 광주사태 등과 관련, 야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사다.
이밖에 비 경제분야 중 외무는 최호중 주 사우디아라비아·이상옥 주 제네바대사, 김경원·노재원 본부대사 등 직업외교관 중 발탁될 가능성이 크며 민주화 추세 등을 감안할 때 문교장관은 적어도 대학총장 출신이 아니면 어렵다는 점에서 조완규 서울대총장을 비롯, 고병익(서울대)·이준범(고대)·안세휘(연대)·현승종(성대) 씨 등 전직 대학총장들이 거명 되고있다.
또 보사·노동·체육·교통·체신·정무장관 등은 전문성을 크게 따지지 않고 민정당 출신·야당출신·지역안배 등을 고려해 인선할 것으로 보인다.
민정당 측에서는 원내의 심명보·김용태·정종택·이자헌·오유방·김태호·김영귀 의원과 원외의 최영철·임방현·고건·조남조씨 등이 거명 되고 있으며 야당출신 중 김창근(전민주)·김영광(전국민)·홍사덕(전신민)씨 등이 본인의사와 관계없이 천거명단에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부장관에는 이연택 청와대행정수석·김거·김종하·김옥진씨 등 체육회 및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들이, 교통·체신에는 이용태 데이터통신사장·최기덕 철도청장 등이, 문공 장관에는 최병렬 청와대정무수석 및 현역언론인과 언론계출신 민정당의원 등이, 과기처장관에는 이상희 전 민정의원·조경목 의원 등이, 법제처장엔 현경대 전 민정의원이 거명 되고 있다.
이홍구 통일원장관은 유임이 확실시된다. 여성이 맡을 정무 제2장관에는 김옥렬 숙대 총장·김영정 전 민정의원·김윤덕 전 의원·이질숙 씨 등이 추천됐다.
경제 팀은 부총리와 재무·상공·농림수산장관을 어떻게 짜느냐가 관심. 노 대통령이 경제를 잘 모르고 또 모든 재량권을 장관에게 주겠다는 자세여서 경제기획원장관에는 소신껏 일할 사람을 찾고 있다.
부총리에는 나웅배 장관을 유임시키는 방안과 조정 서울대교수·장덕진·강경식 씨 및 이승윤 의원 중에서 한 명을 고르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
재무에는 서울대 교수 출신인 한승수 민정당 의원·이규성 총리실행정조정실장·문희갑 기획원차관·박승 청와대경제수석·김종인 전 민정의원·구본호KDI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상공·동자부장관에는 허남훈·이진설 차관의 승진 설과 함께 재무장관 경합자, 박필수 외대총장·정민길 주 덴마크대사·문배상 생산성본부이사장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또 경제 현업부서는 기업인 중에서 발탁할 수도 있다는 노 대통령의 인사원칙에 따라 손상모(효성)·이헌조(럭키금성)·김항덕(유공) 사장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으나 안병화 상공장관(한국중공업)의 기용에 별 재미를 못 본데다가 경제관료들의 반대가 거세 전망이 불투명하다.
농림수산장관에는 조일래 경남지사·이병기 차관과 경제각료 거명 대상자들이 물망에 올라있다. 건설장관에는 김용갑 총무처장관·이규성 총리행정조정실장 등이 거명 되고 있다.
안기부장과 청와대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은 노 대통령이 직접 결심할 사항이어서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상태.
자리의 성격상 관계자들이 대통령에게 직접 거취에 관해 의사표명을 할 수 없고 또 개편과정에서 직접 심부름을 해야할 입장이라 눈치만 보고있다.
다만 대통령이 『누구도 어느 자리에 꼭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갖지 말고 개편업무를 추진하라』고 한바있어 경질 가능성은 항상 있다고 볼 수 있다.
배명인 안기부장과 홍성철 비서실장은 유임 설이 유력하나 홍 비서실장은 박세직 올림픽조직위원장과 함께 서울시장 얘기도 나돌고 있다.
최병렬정무수석은 5공 비리 정리과정에서 대통령을 대신해 욕을 먹기도 했고 최근엔 민정당 쪽의 저항을 받아 본인이 쉬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신임과 평가가 두터워 중간평가 때까지는 놓지 않을 것이란 얘기와 함께 물러날 경우 문공장관 기용 설이 파다하다. 최 수석이 경질된다는 것을 전제로 현홍주 법제처장 등의 후임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영석 민정수석은 유임 또는 검찰총장전출 가능성이 반반이며 후임에는 현홍주 법제처장과 김두희 서울 지검장 등이 거명 되고 있다.
내각 진출 설이 나돌고 있는 이연택 행정수석 후임에는 임사빈 경기지사 등 내무 관료가, 박승 경제수석후임에는 김종인 전 의원·진임 해운항만청장 등 고위경제관료가 유력시된다.
박철언 정책보좌관·김종휘 안보보좌관은 유임가능성이 높으며 이수정 공보수석은 청문회 출석으로 본인이 부담스러워하는 문제가 있음에도 노 대통령이 유임시킬 생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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