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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수제 맥주 익어가는 마을…가평 ‘쉬엄 마을’

중앙일보

입력

가평 ‘쉬엄 마을’ 내 ‘수제 맥주 마을 광장’ 내 홉길. 전익진 기자

가평 ‘쉬엄 마을’ 내 ‘수제 맥주 마을 광장’ 내 홉길. 전익진 기자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나를 부르시게
초당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덧 시름없을 일을
의논코져 하노니

전국 첫 수제 맥주 마을, 최근 조성 #수제 맥주 교육과정 아카데미 개설 # #1∼2일 ‘제4회 수제 맥주 축제’ 개최 #국내외 생산된 유명 수제 맥주 한자리

조선 시대 문신이면서 실학자였던 잠곡(潛谷) 김육(1580∼1658) 선생이 남긴 시조다. 선생이 이 시조를 지은 것은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청평리 잠곡마을에 살던 당시였다. 그는 공납제도의 폐단을 혁파하기 위해 대동법 실시를 주장했던 인물이다. 청평리 잠곡동에는 ‘잠곡서원터’가 남아 있다. 이런 술과 관련된 시조가 전해지는 이 마을에 ‘술이 익어가는 마을’이 있다. 청평4리 ‘쉬엄 마을’이 그곳이다.

가평 ‘쉬엄 마을’ 내 ‘수제 맥주 마을 광장’. 전익진 기자

가평 ‘쉬엄 마을’ 내 ‘수제 맥주 마을 광장’. 전익진 기자

쉬엄 마을이란 이름은 잠곡 선생이 거주했고, 잠곡서원이 있었던 자연부락 이름인 ‘섬마을’에서 유래됐다. 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이 ‘쉬엄’ 쉬어가는 마을이 되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쉬엄 마을은 지난해 12월 전국 최초의 ‘수제 맥주 마을’로 거듭났다.

가평군이 청평4리 마을 주민과 지역의 수제 맥주 생산업체인 ‘카브루’ 등과 지난해 말 협약을 맺고 2만6722㎡ 규모의 수제 맥주 마을을 조성했다. 국비와 군비 7억원을 들여 수제 맥주 마을 광장(옛 청평역사 공동체 정원)을 조성했다. 텃밭 32곳 (735㎡), 관리동(208㎡), 지원동(122㎡) 등을 설치했다.

가평 ‘쉬엄 마을’ 내 ‘수제 맥주 아카데미’. 전익진 기자

가평 ‘쉬엄 마을’ 내 ‘수제 맥주 아카데미’. 전익진 기자

수제 맥주 대중화와 마니아층 확산 등을 꾀하기 위해서다. 쉬엄 마을은 마을 공동체 활성화와 경제적 발전 모델구축을 위해 가평군이 추진하는 ‘희복(희망+행복)마을 만들기 시범사업’ 및 ‘7080 청평 고을 조성사업’의 하나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홍영해 쉬엄 마을 대표는 “쉬엄 마을에서는 수제 맥주 교육과정인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꽃차 및 로컬 푸드 요리 판매, 마을 홍보관 운영 등 상설행사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을 주민들은 옛 청평역사가 있던 유휴부지를 활용해 맥주광장도 만들었다. 광장에 맥주 원료로 사용되는 홉(Hop)을 키우는 홉길도 조성했다. 다양한 꽃을 심은 정원도 만들어 주민들이 공동 관리하고 있다.

가평 쉬엄 마을 위치도. [다음지도}

가평 쉬엄 마을 위치도. [다음지도}

조영구 쉬엄 마을 사무국장은 “옛 청평역사를 개조해 사용하는 마을회관에서는 ‘수제 맥주 아카데미’를 열어 수제 맥주 강좌를 열고 있다”고 했다. 아카데미에는 전문가가 나와 수제 맥주 제조 방법을 교육한다. 최근 1기 교육생 20명을 배출했다. 다음 달에는 2기 교육생 20명을 모집한다.

1기 수료생 박성규씨는 “과거 독일 여행 당시 감명받았던 수제 맥주의 맛이 그리워 직접 다양한 수제 맥주를 만들어 먹고 싶어 교육에 참여했다”고 했다. 그는 “수제 맥주 전문가들로부터 40여 일에 걸쳐 4시간짜리 강좌를 12차례 수강했다”며 “재료비 정도에 불과한 10만원의 저렴한 수강료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개최된 ‘제3회 가평 수제 맥주 축제’. [사진 가평군]

지난해 개최된 ‘제3회 가평 수제 맥주 축제’. [사진 가평군]

지난해 개최된 ‘제3회 가평 수제 맥주 축제’. [사진 가평군]

지난해 개최된 ‘제3회 가평 수제 맥주 축제’. [사진 가평군]

가평군은 쉬엄 마을에서 다음 달 1∼2일 이틀간 ‘제4회 수제 맥주 축제’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박인구 가평군 희복공동체팀장은 “‘가평 수제 맥주 축제’는 수제 맥주 브루어리 카브루가 2015년부터 개최해온 행사로 그동안 3회까지 자라섬과 청평 안전유원지에서 개최해왔다. 올해는 쉬엄 마을에서 지역과 함께하는 ‘Meet the Local’이라는 주제로 청평4리 쉬엄 마을, 카브루, GTR(Good Times Rok)이 공동 주최·주관한다”고 했다.

축제장에서는 국내외에서 생산된 유명 수제 맥주를 만날 수 있다. 맥주와 어울리는 다양한 먹거리와 국내 유명 인디밴드의 라이브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수제 맥주를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마을 주민들이 조성한 홉길도 걸어볼 수 있다.

지난해 개최된 ‘제3회 가평 수제 맥주 축제’. [사진 가평군]

지난해 개최된 ‘제3회 가평 수제 맥주 축제’. [사진 가평군]

9월 1~2일 쉬엄 마을에서 열리는 ‘제4회 수제 맥주 축제’ 포스터. [사진 가평군]

9월 1~2일 쉬엄 마을에서 열리는 ‘제4회 수제 맥주 축제’ 포스터. [사진 가평군]

마을주민이 직접 진행하는 수제 맥주 만들기 체험 행사인 비어 클래스(Beer Class)를 비롯해 가평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 부스 등도 마련된다. 축제에는 수제 맥주 전문업체 16곳이 참여한다. 가평 카브루 외에 제주맥주와 울산의 화수브루어리, 서울브루어리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브루어리가 참여한다. 수입 수제 맥주인코나브루잉, 에델바이스, 투올 등도 선보인다. 100여 개의 다양한 수제 맥주를 한자리서 만날 수 있다.

9월 1~2일 쉬엄 마을에서 열리는 ‘제4회 수제 맥주 축제’ 공연 일정. [사진 가평군]

9월 1~2일 쉬엄 마을에서 열리는 ‘제4회 수제 맥주 축제’ 공연 일정. [사진 가평군]

축제는 오는 9월 1일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2일은 정오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행사장에서 맛보고 싶은 맥주와 음식을 구매해 즐기면 된다. 쉬엄 마을 인근엔 아침고요수목원, 호명호수, 남이섬, 자라섬, 쁘띠프랑스, 청평자연휴양림 등 관광지도 있다.

가평=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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