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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내셔널]마라도나 집에 걸린 그 초상화, 제가 그렸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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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파블로 아이마르, 스페인 최고의 공격수 다비드 비야, 한국 축구 골키퍼의 전설 김병지.

자신이 그동안 그려 온 축구스타의 이름과 나라, 소속팀에 대해 설명 중인 우희경 작가.박진호 기자

자신이 그동안 그려 온 축구스타의 이름과 나라, 소속팀에 대해 설명 중인 우희경 작가.박진호 기자

축구화가의 취미 수퍼스타에 그림 선물하기

이들의 집에 가면 공통으로 볼 수 있는 그림이 있다. 전성기를 누리던 선수 시절 모습이 담긴 인물화다. 이 인물화는 강원도 춘천에서 활동하는 우희경(31)작가의 작품이다.

축구선수 그리는 이색화가 우희경씨 #그동안 유명 축구선수 그림만 100여점

‘축구화가’라 불리는 우 작가는 전 세계 축구 스타들에게 자신이 그린 작품을 선물하는 것이 취미(?)다. 지난 22일 강원도 춘천시 중앙로 우 작가의 작업실. 우 작가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마라도나 인물화를 그리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마라도나의 젊은 시절 모습을 그리고 있는 우희경 작가. 박진호 기자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마라도나의 젊은 시절 모습을 그리고 있는 우희경 작가. 박진호 기자

마라도나 인물화만 20여 점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전체를 혼자서 좌지우지했던 선수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논란이 된 ‘신의 손’ 골과 6명의 선수를 허수아비로 만든 최고의 골을 불과 몇 분 사이에 터뜨린 수퍼스타다.

“이 그림은 월드컵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마라도나의 모습이에요. 축구선수 중 그를 가장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그린 마라도나 인물화만 20점이 넘어요.”

우 작가와 마라도나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지난 3월 마라도나는 자신의 집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보는 사진을 짧은 글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이 사진을 보던 우 작가는 깜짝 놀랐다. 그가 선물한 그림이 화면에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보던 마라도나가 자신의 집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사진 정중앙에 있는 그림이 우희경 작가가 마라도나에게 선물한 인물화. 박진호 기자

지난 3월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보던 마라도나가 자신의 집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사진 정중앙에 있는 그림이 우희경 작가가 마라도나에게 선물한 인물화. 박진호 기자

지난해 3월 FIFA U-20 월드컵 조 추첨식에 참가를 위해 22년만에 방한한 마라도나에게 우희경 작가가 선물한 그림. 박진호 기자

지난해 3월 FIFA U-20 월드컵 조 추첨식에 참가를 위해 22년만에 방한한 마라도나에게 우희경 작가가 선물한 그림. 박진호 기자

마라도나와 다시 만난 날 기다리며 작품활동

우 작가는 “마라도나가 올린 사진을 보고 있는데 내가 그린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며 “마라도나의 집에 내 그림이 있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이 그림은 마라도나가 지난해 3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 추첨식에 참석했을 때 우 작가가 선물한 것이다.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22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마라도나를 위해 우 작가에게 인물화를 부탁했다.

당초 우 작가가 마라도나에게 직접 전달하기로 했는데, 마라도나의 일정이 바뀌어 경호원을 통해 그림만 전달됐다. 그는 당시 함께 한국에 온 메시의 우상 아이마르에게도 인물화를 선물했다.

우 작가는 “당시 마라도나를 멀리서 잠깐밖에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마라도나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22년만에 한국을 찾은 마라도나. [사진 우희경 작가]

지난해 3월 22년만에 한국을 찾은 마라도나. [사진 우희경 작가]

2010년부터 우희경 작가가 그려 온 축구선들. 현재 인물화만 100점이 넘는다. 박진호 기자

2010년부터 우희경 작가가 그려 온 축구선들. 현재 인물화만 100점이 넘는다. 박진호 기자

디자인 작업 흥미 못 느껴 그림 시작

우 작가가 축구 선수를 그리기 시작한 건 2010년이다. 강원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컴퓨터를 주로 사용하는 디자인 작업에는 흥미를 못 느껴 그림으로 바꿨다.

그는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선수의 표정, 선수마다 개성 있는 헤어스타일 등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재미를 느껴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라도나 인물화를 시작으로 호나우두, 메시, 피를로 등 지금까지 완성한 작품만 100여 점에 이른다.

축구화가 우희경 작가가 2016년 한국을 찾은 스페인 최고의 공격수 다비드 비야하게 인물화를 선물하는 모습. [사진 우희경 작가]

축구화가 우희경 작가가 2016년 한국을 찾은 스페인 최고의 공격수 다비드 비야하게 인물화를 선물하는 모습. [사진 우희경 작가]

한국 찾은 다비드 비야에 인물화 선물

평소 좋아하던 해외 유명 선수들에게 작품을 선물하게 된 것은 2016년 ‘SBS 풋볼 매거진 골!’에 게스트로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방송을 통해 축구 선수를 그리는 사연이 소개됐고, 그 덕분에 방한한 비야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우 작가는 “비야에게 그림을 선물하자 그가 '정말 멋지다'며 인사를 건넸다”며 “정성을 쏟아 만든 작품을 좋아하는 선수에게 주는 건 작품을 파는 것과는 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그린 인물화 중엔 한국 국가대표 선수도 많다. 작업실에는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 등의 인물화가 전시돼 있다.

우희경 작가가 그려 온 대한민국 국가대표들. 왼쪽부터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 이승우 선수. 박진호 기자

우희경 작가가 그려 온 대한민국 국가대표들. 왼쪽부터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 이승우 선수. 박진호 기자

대한민국 골기퍼의 전설 김병지 해설위원의 은퇴를 기념하기 위해 인물화를 선물한 우희경 작가. [우희경 작가]

대한민국 골기퍼의 전설 김병지 해설위원의 은퇴를 기념하기 위해 인물화를 선물한 우희경 작가. [우희경 작가]

김병지 은퇴 기념 선물로 그림 전달하기도

이 밖에도 그는 지난 1월 골키퍼의 전설 김병지 해설위원에게 은퇴 선물을 하기도 했다. 김 해설위원은 당시 “(풋볼 매거진 골)방송 때 전시됐던 그림이라 기억하고 있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우 작가는 앞으로 러시아월드컵 때 활약했던 국가대표 선수의 모습을 그릴 계획이다. 그는 “독일전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선수 모두에게 그림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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