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파블로 아이마르, 스페인 최고의 공격수 다비드 비야, 한국 축구 골키퍼의 전설 김병지.
축구화가의 취미 수퍼스타에 그림 선물하기
이들의 집에 가면 공통으로 볼 수 있는 그림이 있다. 전성기를 누리던 선수 시절 모습이 담긴 인물화다. 이 인물화는 강원도 춘천에서 활동하는 우희경(31)작가의 작품이다.
축구선수 그리는 이색화가 우희경씨 #그동안 유명 축구선수 그림만 100여점
‘축구화가’라 불리는 우 작가는 전 세계 축구 스타들에게 자신이 그린 작품을 선물하는 것이 취미(?)다. 지난 22일 강원도 춘천시 중앙로 우 작가의 작업실. 우 작가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마라도나 인물화를 그리고 있었다.
마라도나 인물화만 20여 점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전체를 혼자서 좌지우지했던 선수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논란이 된 ‘신의 손’ 골과 6명의 선수를 허수아비로 만든 최고의 골을 불과 몇 분 사이에 터뜨린 수퍼스타다.
“이 그림은 월드컵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마라도나의 모습이에요. 축구선수 중 그를 가장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그린 마라도나 인물화만 20점이 넘어요.”
우 작가와 마라도나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지난 3월 마라도나는 자신의 집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보는 사진을 짧은 글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이 사진을 보던 우 작가는 깜짝 놀랐다. 그가 선물한 그림이 화면에 보였기 때문이다.
마라도나와 다시 만난 날 기다리며 작품활동
우 작가는 “마라도나가 올린 사진을 보고 있는데 내가 그린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며 “마라도나의 집에 내 그림이 있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이 그림은 마라도나가 지난해 3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 추첨식에 참석했을 때 우 작가가 선물한 것이다.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22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마라도나를 위해 우 작가에게 인물화를 부탁했다.
당초 우 작가가 마라도나에게 직접 전달하기로 했는데, 마라도나의 일정이 바뀌어 경호원을 통해 그림만 전달됐다. 그는 당시 함께 한국에 온 메시의 우상 아이마르에게도 인물화를 선물했다.
우 작가는 “당시 마라도나를 멀리서 잠깐밖에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마라도나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 작업 흥미 못 느껴 그림 시작
우 작가가 축구 선수를 그리기 시작한 건 2010년이다. 강원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컴퓨터를 주로 사용하는 디자인 작업에는 흥미를 못 느껴 그림으로 바꿨다.
그는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선수의 표정, 선수마다 개성 있는 헤어스타일 등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재미를 느껴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라도나 인물화를 시작으로 호나우두, 메시, 피를로 등 지금까지 완성한 작품만 100여 점에 이른다.
한국 찾은 다비드 비야에 인물화 선물
평소 좋아하던 해외 유명 선수들에게 작품을 선물하게 된 것은 2016년 ‘SBS 풋볼 매거진 골!’에 게스트로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방송을 통해 축구 선수를 그리는 사연이 소개됐고, 그 덕분에 방한한 비야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우 작가는 “비야에게 그림을 선물하자 그가 '정말 멋지다'며 인사를 건넸다”며 “정성을 쏟아 만든 작품을 좋아하는 선수에게 주는 건 작품을 파는 것과는 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그린 인물화 중엔 한국 국가대표 선수도 많다. 작업실에는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 등의 인물화가 전시돼 있다.
김병지 은퇴 기념 선물로 그림 전달하기도
이 밖에도 그는 지난 1월 골키퍼의 전설 김병지 해설위원에게 은퇴 선물을 하기도 했다. 김 해설위원은 당시 “(풋볼 매거진 골)방송 때 전시됐던 그림이라 기억하고 있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우 작가는 앞으로 러시아월드컵 때 활약했던 국가대표 선수의 모습을 그릴 계획이다. 그는 “독일전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선수 모두에게 그림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