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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마우스'클릭'→대구 열차 멈추고 문이 '스르륵'

중앙일보

입력

셧다운 장치 있는 대구 모노레일 원격 관제 현장

무인 열차인 대구 모노레일을 원격 관제하는 통합관제실의 모습. 김윤호 기자

무인 열차인 대구 모노레일을 원격 관제하는 통합관제실의 모습. 김윤호 기자

대구를 처음 찾은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허공을 달리는 길이 15.1m, 3량(1량에 좌석 30여석)짜리 열차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국내 최초 공중 14m에 설치된 궤도를 달리는 대중교통, '모노레일(monorail)'인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이다. 2015년 4월 개통한 대구 모노레일은 총연장 23.1㎞, 30개 역사로 이뤄졌다. 대구 남북을 가로지른다.

무인 열차인 대구 모노레일. [사진 대구도시철도공사]

무인 열차인 대구 모노레일. [사진 대구도시철도공사]

최근 대구 모노레일의 싱가포르 수출 사실이 본지를 통해 처음 전해졌다. <본지 7월 10일 디지털> 모노레일 열차 자체가 싱가포르로 가는 게 아니라 모노레일 운영 서비스를 수출하는 방식으로다. 국내 지자체 첫 대중교통 운영 서비스 수출 사례로, 3년 무사고 등 체계적인 운영 노하우를 높이 평가받은 것이다.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모노레일. [중앙포토]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모노레일. [중앙포토]

모노레일 운영 기관인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내년 3월부터 5년간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모노레일을 186억원을 받고 운영한다. 센토사 섬에는 본섬과 연결하는 총연장 2.1㎞, 4개 역사가 있는 모노레일이 있다. 대구와 싱가포르 모노레일은 똑같이 공중을 달리고 기관사가 따로 없는 무인이다. 즉, 정교한 '관제(管制)'는 필수라는 의미다.

국내 첫 사례 싱가포르 수출 #대구 모노레일 운영 서비스 #무인 열차로 기관사 없이 운영 #마우스로 하는 원격 관제 '눈길'

수출에 성공한 대구 모노레일의 관제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무인인데, 어떤 방식으로 열차를 컨트롤하는 걸까.

경전철사업소의 한 건물. 3층에 통합관제실이 있다. 김윤호 기자

경전철사업소의 한 건물. 3층에 통합관제실이 있다. 김윤호 기자

지난 1일 찾은 대구시 북구 칠곡 경전철사업소. 오전 5시 30분부터 자정까지 하루 312차례 대구 남북을 오가는 20여대의 모노레일 무인 열차를 컨트롤하는 '통합관제실'이 있는 곳이다. 국가 보안시설로 사전 허가 없인 들어갈 수 없는 '출입금지' 공간이다.

마우스와 무전기, 모니터로 열차를 컨트롤 한다. 김윤호 기자

마우스와 무전기, 모니터로 열차를 컨트롤 한다. 김윤호 기자

눈은 모니터 70개, 입은 무전기, 손은 마우스

관제실은 건물 3층에 있었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330여㎡ 크기의 관제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24인치부터 50인치까지 모니터 70여개가 걸려 있고, 벽면은 아예 전체가 대형 모니터였다.

모니터엔 다양한 열차 운행 상황이 표시된다. 김윤호 기자

모니터엔 다양한 열차 운행 상황이 표시된다. 김윤호 기자

모니터엔 대구 30개의 모노레일 역사 모습, 현재 열차가 움직이는 구간, 열차 진행방향 등 열차 운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승객 열차 문 발기임, 객실 에어컨 꺼짐 같은 100여개의 열차 내 상황이 '삐리릭'하는 경고음과 함께 모니터에 표시됐다. 모니터에 나타나는 영상과 각종 신호는 각 역사에 달린 831개의 폐쇄회로TV(CCTV), 열차에 달린 운행정보 전송장치에서 보내오는 것이다.

관제사가 모니터를 보며 열차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모습. 김윤호 기자

관제사가 모니터를 보며 열차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모습. 김윤호 기자

오창흥 관제사 등 10여명의 관제사가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들 앞엔 검은색 무전기와 흰색 마우스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김영식 운영관제과장은 "무전기는 열차별로 한명씩 탑승하는 운행관리원과의 의사소통용, 마우스는 비상 정지 같은 열차 운행 명령을 클릭하면서 입력하는 컴퓨터 조작용이다"고 설명했다.

관제사들 앞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엔 100여개의 조작 버튼이 설정돼 있다. 이를 상황에 맞춰 마우스로 클릭, 열차를 컨트롤한다.

원격으로 통제가 가능하도록, 모니터 등 각종 전자장비가 가득하다. 김윤호 기자

원격으로 통제가 가능하도록, 모니터 등 각종 전자장비가 가득하다. 김윤호 기자

대구 모노레일 열차는 시속 65㎞로 혼자 달린다. 그러다가 역사 근처에 가면 시속 35㎞로 속도를 줄여, 역사에 진입한 뒤 멈춘다. 그러곤 25초 정도 문을 열어 승객을 태운 뒤 자동 출발한다.

하지만 돌발 상황은 수시로 발생한다. 앞 열차가 고장이나 멈추거나, 폭염, 지진, 자살 기도자가 궤도로 뛰어드는 문제 등이다. 이때 관제사의 눈은 모니터로, 입은 무전기로, 손은 마우스로 열차를 신속하게 통제해야 한다.

모니터에 보이는 글자를 마우스로 클릭하면 실시간으로 열차 상황이 표시된다. 클릭으로 열차를 멈추는 등 컨트롤 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윤호 기자

모니터에 보이는 글자를 마우스로 클릭하면 실시간으로 열차 상황이 표시된다. 클릭으로 열차를 멈추는 등 컨트롤 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윤호 기자

무전기로 운행관리원에게 열차 감속 등 수동운전을 명령한다. 마우스로 컴퓨터를 클릭하며 열차 비상 정지, 긴급 출발, 회복 주행, 공조장치 리셋, 문 열고 닫힘 등을 원격 조정한다.

모니터를 보며 상황을 살피고 전파하는 일반 관제와 다른 점이다. 원격 기관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진창호 고객관제팀장은 "역사 내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작동까지 관제를 통해 조작이 가능하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대구 모노레일의 정교한 관제 시스템이다"고 말했다.

관제사가 업무를 시작하기 전 음주측정을 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관제사가 업무를 시작하기 전 음주측정을 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10대가 궤도로 던진 옷 '아찔'

최근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을 원격 '관제'로 막기도 했다. 10대 승객이 역사 승강장에서 1500V의 전력이 흐르는 모노레일 궤도로 옷을 집어 던진 것이다. 열차가 역사로 막 진입하려는 순간. 열차가 그대로 궤도를 달리면 불이 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모니터로 옷이 궤도로 던져지는 장면을 확인한 관제사들은 무전기로 안전요원에게 상황을 알리고, 마우스로 원격 조정을 해 열차를 12분간 비상 정지시켰다.

열차의 진행상황이 그래프로 실시간 표시된다. 김윤호 기자

열차의 진행상황이 그래프로 실시간 표시된다. 김윤호 기자

전기호 운영관제팀장은 "철도교통관제사 자격을 가진 대구 모노레일 관제사들은 모두 출근하면서 음주 측정을 하고, 몸 상태를 확인해 이상이 없어야 모니터 앞에 앉을 수 있다"며 "상황만 지켜보며 돕는 관제가 아니기 때문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비상전차선 단전장치. 버튼을 누르면 대구 모노레일 전체가 셧다운 된다. 김윤호 기자

비상전차선 단전장치. 버튼을 누르면 대구 모노레일 전체가 셧다운 된다. 김윤호 기자

붉은색 버튼 클릭하면 대중교통 셧다운 

통합관제실엔 관제사들조차 실수를 우려해 가까이 가지 않는 장치가 하나 있다. 모노레일 개통 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비상전차선 단전장치'다. 플라스틱 보호 커버까지 있는 이 장치의 붉은색 버튼을 건들면 대구 모노레일 전체가 한꺼번에 '셧다운' 된다. 대중교통 체계가 버튼 클릭 하나로 마비되는 셈이다.

대구도시철공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단순 열차 멈춤 같은 것은 3년간 6건 있었지만,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등 붉은색 셧다운 버튼을 누를만한 사고는 한차례도 없었다"고 전했다.

대구 모노레일. 궤도를 달리는 무인 열차. [사진 대구도시철도공사]

대구 모노레일. 궤도를 달리는 무인 열차. [사진 대구도시철도공사]

대구 모노레일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재미있는 교통수단에서 이제 하나의 대중교통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지난달 기준으로 하루 평균 7만4647명이 무인 열차를 이용했다. 2015년부터 누적 이용객은 8479만여 명이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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