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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통계 조작은 죽음에 이르는 병"…통계청장 교체 작심 비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것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문재인 정부의 통계청장 교체를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중립적으로 통계를 다뤄야 할 통계청 길들이기에 나설 경우, 정보가 왜곡되고 국가적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공격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덴마크의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1813 ~ 1855)의 저서 『죽음에 이르는 병』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키에르케고르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의식할 수 없는 절망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알 수 없는 가장 나쁜 병’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통계를 입맛에 맞게 조작할 경우, 절망의 기회를 스스로 놓쳐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릴 수 있다고 암시한 것이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다. 당시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집중타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지난 26일 황수경 통계청장을 13개월 만에 전격 교체했다. 새로 임명된 강신욱 청장은 1분기 조사 당시 표본 문제를 제기한 인사다. 그는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조사 표본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유튜브 방송을 통해 강 청장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아예 정보를 대놓고 조작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전부 바꾸겠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곡된 정보로 정부 스스로 위로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상을 어떻게 이길 수 있나”고 지적했다.

지난 26일 면직된 황수경 전 통계청장(왼쪽 사진). 오른쪽은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 [뉴스1]

지난 26일 면직된 황수경 전 통계청장(왼쪽 사진). 오른쪽은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 [뉴스1]

야당은 이날 오전부터 ‘정권 맞춤형 통계’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이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통계조작으로 가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드루킹 초동수사에 부실했던 서울경찰청장은 유임하면서 통계청장을 경질한 건, 입맛에 맞지 않는 통계자료 낸 통계청에 대한 정권 탄압이고 압력이다. 폭압적 대통령 정치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개탄했다.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도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정부의 용기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인사문제도 문제지만 이 파급효과가 심각할 거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 경제지표가 나와 있을 때 결국 통계로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 앞으로 어느 국민이 앞으로 믿겠나”며 “정부 정책의 신뢰 위기를 스스로 자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통계청장 인사는 문재인표 통계를 만들기 위한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신임 통계청장의 언급만으로도 통계청의 신뢰성,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마 통계 조작으로 국민의 눈을 가리려는 건 아닌지 청와대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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