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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딩크 군단’은 ‘학범슨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송지훈의 축구.공.감 

27일 오후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 8강전 베트남과 시리아의 경기에서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엄지척을 하고 있다. [뉴스1]

27일 오후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 8강전 베트남과 시리아의 경기에서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엄지척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제 금메달까지 남은 계단 수는 두 개. ‘삐끗’하지 않으려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미 드러난 약점을 철저히 가리고 보완하려는 노력이 더해져야 ‘만에 하나’까지 제거할 수 있다.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 중인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7일 ‘중앙아시아 복병’ 우즈베키스탄과 7골을 주고 받는 난타전 끝에 4-3으로 이기고 4강에 올랐다. 오는 29일 시리아를 1-0으로 제친 베트남을 상대로 결승행을 다툰다. 4년 전 인천 대회에 이어 2연속 금메달에 한 발 더 다가섰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8강전이 27일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동점골을 허용한 뒤 황현수와 이야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8강전이 27일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동점골을 허용한 뒤 황현수와 이야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번 대회 한국의 행보는 드라마틱하다. 조별리그 첫 경기서 바레인을 6-0으로 완파하며 신바람을 내는가 싶더니, 2차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4위 말레이시아에 1-2로 덜미를 잡히며 망신을 당했다. 이후엔 3연승으로 다시 오름세다. 키르기스스탄(1-0승), 이란(2-0승), 우즈베크(4-3승)를 연파했다.

승리와 함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지만, 우즈베크전은 김학범호가 가진 약점도 고스란히 노출한 경기였다. 무릎을 다친 국가대표팀 수문장 조현우(대구)를 대신해 그라운드에 오른 송범근(전북)은 실책성 플레이를 포함해 3실점하며 여전히 ‘합격’ 도장을 받지 못했다. 패배로 막을 내린 말레이시아전에서 2실점한 것을 더해 두 경기에서 무려 5골을 내줬다. ‘안정감’을 첫 번째 덕목으로 두는 특수 포지션 선수에겐 안타까운 성적표다.

수비 불안 또한 눈에 띄었다. 허리 지역에서 상대 선수와 볼의 침투를 적절히 차단하며 1차 저지선 역할을 맡아줘야 할 이승모(포항)의 움직임이 아쉬웠다. 중원을 손쉽게 내주다보니 동료 수비수들의 부담이 가중됐다. 우즈베크전에서 실책성 플레이가 실점으로 연결되는 장면이 두 차례 정도 나왔는데, 이후 이승모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경기 후 자책감에 눈물을 흘리는 이승모를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격려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송범근과 이승모는 같은 포지션 동료의 부상 탓에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회복 중인 조현우도, 우즈베크전에서 부상으로 교체 아웃된 수비형 미드필더 장윤호(전북)도 베트남전을 앞두고 경기력을 100% 회복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27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베트남과과 시리아의의 경기.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연장 후반 골이 터지자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27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베트남과과 시리아의의 경기.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연장 후반 골이 터지자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제는 김학범호의 전반적인 상황과 공략 포인트를 4강 상대팀 베트남의 한국인 사령탑 박항서 감독이 훤히 꿰뚫어보고 있다는 점이다. 2002 한ㆍ일월드컵 4강 주역인 박 감독은 한국 축구의 강점과 약점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지도자다. 약팀이 강팀을 잡을 수 있는 공략법도 확실히 보여줬다.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베트남은 플레이 효율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어설픈 공격이나 패스는 없다. 철저히 효율성 위주다. 위험지역 언저리에 밀집 대형을 구축해 철저히 웅크리다 상대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과감하게 역습한다. 동남아시아 축구계 전반에 ‘박항서식 전술을 배우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베트남 선수들의 경험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아시안게임에 나선 23세 이하 대표팀은 베트남에서 ‘황금 세대’라 불리며 A대표팀보다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베트남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야심차게 육성 중인 선수들이다. K리그를 경험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공격형 미드필더 르엉 쑤언 쯔엉(HAGL)을 비롯해 다수의 선수가 A대표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경험 면에서 베트남에 앞서는 우리 선수는 손흥민 정도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8강전이 27일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김학범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8강전이 27일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김학범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거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닮았다는 이유로 ‘쌀딩크’라 불리는 박항서 감독은 아시안게임 사상 첫 결승행을 위해 우리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 ‘학범슨’ 김학범 감독의 전략적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는데, 우리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 이외에 약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남은 기간 동안 송범근과 이승모가 스스로 경기력과 자신감을 회복한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술적ㆍ심리적으로 두 선수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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