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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2심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16억원도 뇌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근혜(66ㆍ구속) 전 대통령이 24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판결에서 1심(24년) 대비 무거운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대법원 최종심만을 남겨두고 있는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66ㆍ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내세운 ‘묵시적 청탁’ 프레임까지 재판부는 받아들였다.

뇌물 인정되면서 박근혜 24→25년형 #정유라 사용 말 보험료는 뇌물 대상에서 제외

지난 2월 항소심 선고 공판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항소심 선고 공판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스1]

이날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으며,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승계 작업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묵시적 청탁은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서울고법 판결뿐 아니라 올 4월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 때에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2015년 6월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승인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16억2800만원) 부분 역시 항소심 재판부는 ‘제3자 뇌물’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얻을 목적으로 최순실(62ㆍ구속)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을 주도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금을 건넸기 때문에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논리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부분이 뇌물로 인정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받은 뇌물액수 역시 1심(72억원) 대비 14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1심보다 무거운 형(징역 25년형, 벌금 200억원)을 피할 수 없었다. 벌금 역시 1심(180억원) 대비 20억원 늘었다.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한테 지원했던 말 3필(살시도ㆍ비타나ㆍ라우싱)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실질적인 사용 및 처분권한'이 최씨에게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국정농단 특검팀은 줄곧 말의 실소유권이 최씨에게 있다고 주장했고,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계약서에 따라 소유권은 삼성에 있다”고 맞섰다.

명마 사용ㆍ처분권한 36억원 상당, 법원은 뇌물로 인정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날 수 있던 결정적 요인 역시 법원이 "말 3필의 소유권(36억원)은 여전히 삼성에 귀속됐고, 말을 무료로 쓰게 해 준 '불상의 이익'만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이 제공한 뇌물액수는 1심(72억원) 대비 36억원 줄어든 36억원가량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는 "박영수 특검팀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뇌물공여죄와 함께 횡령 혐의를 함께 적용하면서 말 소유권에 따라 이 부회장의 실형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르면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받지만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징역형으로 줄어든다. 법원이 명마 3필의 사용료(약 36억원)를 뇌물로 판단한다면 이 부회장은 징역 5년형 이상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명마 소유권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판결이 뒤집히면서 이 부회장 측과 박영수 특검팀은 대법원에서도 팽팽하게 맞설 전망이다. 이 부회장 상고심을 담당하고 있는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가 박 전 대통령 재판까지 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전직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이 이 부회장 사건을 재차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1년 이상 지난한 법정 다툼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24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으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판결 당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던 '안종범 수첩'까지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연합뉴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24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으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판결 당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던 '안종범 수첩'까지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연합뉴스]

이번 판결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에게 전부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가 정유라씨가 탄 말 3필의 보험료(2억4146만원)는 뇌물 액수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보험 계약이 삼성전자 명의로 체결됐고 보험으로 인한 이익이 최순실씨에게 이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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