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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상청 “충남 상륙” 일본선 “목포” … 치열했던 예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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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3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기상청.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의 이동이 눈에 띄게 더뎌지면서 예보관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예보관들은 태풍의 속도가 느려진 원인을 분석하며 예상 진로를 더 동쪽으로 수정할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결국 기상청은 태풍 솔릭이 24일 새벽 전북 부안 인근 서해안에 상륙하는 것으로 예상 진로를 바꿨다. 당초 솔릭이 충남 서해안을 거쳐 수도권을 관통할 것으로 봤지만 상륙 지점을 점점 남쪽으로 조정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일본 기상청은 태풍 솔릭이 전남 목포 인근에 상륙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기상청이 일본 기상청을 뒤늦게 따라간 셈이 됐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서는 “우리보다 일본 기상청 예보가 더 정확하다”며 일본 기상청 예보가 빠르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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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예보관들은 기온과 풍속 등 관측 데이터를 예보 모델에 적용해 태풍의 경로를 예측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관측 데이터와 예보 모델도 중요하지만 결국 최종 판단은 예보관들의 몫”이라며 “태풍은 이동 과정에서 변수가 워낙 많아 예상 진로가 자주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국 기상청이 일본 기상청이나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보다 태풍 진로 예측도가 떨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27개 태풍에 대한 한·미·일 3국의 예측 정확도를 분석한 결과 24시간 예보 기준으로 일본의 예보 오차가 82㎞로 가장 정확했다. 미국과 한국은 각각 85㎞·93㎞였다. 반면 96시간 예보에서는 한국이 313㎞로 오차가 가장 작았고, 미국과 일본은 각각 322㎞·335㎞로 비슷했다. 2016년 역시 24시간 예보는 일본이 정확했지만 72시간 예보 오차는 한국이 더 작았다.

하지만 수백㎞에 이르는 태풍의 강풍 반경을 고려했을 때 큰 차이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태풍의 상륙 위치보다 강풍과 강수 등 태풍의 영향 반경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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