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포증' 훌훌 털어내고 AG 8강 오른 김학범호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16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이승우가 추가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한동안 겪었던 '이란 포비아(공포증)'를 넘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에 올라섰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3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무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 축구 16강전에서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의 연속골로 이란을 2-0으로 눌렀다. 경기에서의 승리뿐 아니라 조별리그에서 부진했던 내용도 좋아진 한국 축구는 분위기 전환에 성공하고, 27일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을 치르게 됐다.

16강전을 앞두고 김학범호에 대한 근심은 컸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불의의 일격을 당했고, 3차전에서도 키르기스스탄과 졸전 끝에 1-0으로 힘겹게 이겨 경기력 논란이 일었다. 3차전이 끝난 뒤 김학범 감독도 "미드필더와 공격수, 미드필더와 수비수가 호흡이 좋아야 원활한데 문제가 있다"며 전술 운영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더욱이 수비의 핵, 김민재(전북)가 경고 누적으로 16강전엔 출전할 수 없었다.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무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16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이승우가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이란을 만나는 게 껄끄러웠다. 이란은 이번 대회에 와일드 카드(23세 초과 선수) 없이 전력을 꾸려 해외파가 많은 한국보단 전력이 낮았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역대 전적에서 한국은 이날 전까지 이란에 3승2무4패로 열세였다. 1974년 테헤란 대회부터 2006년 도하 대회까지 2무4패로 한번도 이기지 못했고, 2010년 광저우 대회 3-4위전에서도 1-3으로 뒤지다 후반 막판 3골을 넣어 4-3으로 힘겹게 역전승을 거뒀다. A대표팀도 이란을 상대로 최근 시원한 경기를 펼치지 못해 1무4패로 5경기 연속 무승에 빠졌다. 축구에서 '이란 징크스'가 생기는 분위기에 아시안게임에서 이란을 만나는 건 껄끄럽게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를 김학범호는 보기 좋게 잠재웠다. 손흥민, 황의조, 이승우, 황인범 등 공격 자원들은 초반부터 공세를 펴면서 주도권을 쥐는데 기여했다. 김민재가 없는 포백 수비도 이란의 역습을 한발씩 더 뛰며 막아냈다. 결국 결정적인 기회가 열렸을 때, 황의조와 이승우가 골문을 열어젖혔다. 최근 이란만 만나면 맥을 못 추던 한국 축구가 모처럼 시원한 승리를 거두면서 조별리그에서 처졌던 분위기도 살렸다.

치카랑=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