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구 생명체의 공통조상 루카(LUCA) 45억년 전 출현

중앙일보

입력

문어ㆍ고래ㆍ귀뚜라미ㆍ버섯을 비롯한 동식물, 수많은 종류의 박테리아 그리고 인간 등 지구상에 현존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하나의 조상이 있다. 바로 생명의 공통 조상이라고 불리는 '루카(LUCA)'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1959년 저서 '종의 기원'을 통해 루카의 존재를 추정했다. 이번 연구결과로 루카는 지구 탄생시기와 비슷한 45억년 전 나타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1959년 저서 '종의 기원'을 통해 루카의 존재를 추정했다. 이번 연구결과로 루카는 지구 탄생시기와 비슷한 45억년 전 나타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지난 21일, 루카의 출현 시기가 밝혀지면서 지구 생물의 역사 시간표가 새로 쓰이게 됐다. 현재까지 루카는 35억~38억년 전쯤 나타났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탄생 시기가 최대 10억 년 앞당겨진 것이다. 루카가 출현한 약 45억년 전은 원시 지구 '가이아'가 태양주위를 공전하던 행성 테이아와 거대충돌을 일으켜 달이 생성된 시기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 브리스톨대학 지구과학대학원 연구팀에 의해 밝혀진 것으로, 국제과학전문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 최신호에 게재됐다.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통해 처음으로 존재를 추정했던 루카는, 지구의 나이만큼이나 오랜 시간 동안 생명체를 분화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4월 11일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소개된 진화의 나무. 캐나다 워털루 대학의 로라 허그(Laura A. Hug) 교수, 텍사스 오스틴대 브렛 베이커(Brett J. Baker) 교수 등 17명이 참여해 완성한 계통도에는 92종의 박테리아와 26종의 단세포 고세균(古細菌), 그리고 5개 진핵생물(眞核生物) 그룹이 포함돼 있다. [Nature Microbiology]

2016년 4월 11일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소개된 진화의 나무. 캐나다 워털루 대학의 로라 허그(Laura A. Hug) 교수, 텍사스 오스틴대 브렛 베이커(Brett J. Baker) 교수 등 17명이 참여해 완성한 계통도에는 92종의 박테리아와 26종의 단세포 고세균(古細菌), 그리고 5개 진핵생물(眞核生物) 그룹이 포함돼 있다. [Nature Microbiology]

루카에서 뻗어나온 생물 그린 '생명의 나무', 눈금자 바뀌어 

연구팀은 루카의 출현 시기를 추적하기 위해 화석과 살아있는 생물의 유전체 정보를 이용했다. 시생대 화석 속 DNA 정보와 동시에, 현존하는 생물의 유전 정보를 이용한 '분자시계'라는 접근법을 주로 사용했다. 연구를 진행한 필립 도너휴 교수는 "생명에 대한 기록은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의 유전체 속에 보존돼 있다"며 유전자가 그 자체로 살아있는 화석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1837년 그린 생명의 나무. 다윈은 자신의 저서 '종의 기원'을 통해 루카의 존재를 추정했다. [중앙포토]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1837년 그린 생명의 나무. 다윈은 자신의 저서 '종의 기원'을 통해 루카의 존재를 추정했다. [중앙포토]

연구팀이 현존하는 생물들의 유전 정보를 이용해 가계도를 그린 결과, 루카가 출현하고 약 10억 년 후 고세균과 진정세균이 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가 속한 '진핵생물'은 두 개의 주요계보에 속하지 못하다 한참 뒤에야 고세균에서 갈라져 나왔다.

논문의 공저자인 다비드 파사니 교수는 "분자시계 분석으로 가장 오래된 화석 증거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생명체가 존재했음이 드러났다"며 "인간이 수십 억 년 더 늦은 혈통에 속한다는 사실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