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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묘책도 없고 …" 선거 후폭풍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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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달 29일 잠실 역도경기장의 열린우리당 '지방선거 대책위'출범식. 중앙당은 미리 소속의원 전원(143명)에게 참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참석자는 20여 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지도부와 권역별 책임자가 대부분이었다.

당 관계자는 "토요일에 (일정을) 잡는 게 아니었다"며 "일부 의원은 골프 선약을 (불참) 이유로 댔다"고 전했다.

지방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열린우리당 일부에 번지고 있는 패배주의의 한 단면이다. 여론조사를 봐도 16개 광역시.도의 11(한나라당)대 2(민주당)대 2(열린우리당)의 판세(제주는 경합)는 변할 기미가 별로 없다.

"솔직히 내 관심은, 지방선거 결과보다 선거 후 정치판에 닥쳐올 지형 변화에 있다"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불협화음,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등 각종 설들이 흉흉하게 떠돈다.

◆ "어렵다""묘책 없나"=아직 공식 선거운동(18일부터)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당내 분위기는 침잠해 있다. 경기지역 A의원은 "현장을 둘러보니 열린우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정말로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선 한나라당이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유권자들이) 용서할 듯싶다"고 말했다. 서울의 B의원은 "솔직히 어렵다"며 "역전시킬 뾰족한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상황이 비관적이어서 그런지 상당수 의원이 벌써 맥이 빠진 상태"라며 "당 행사에 참석하는 의원들이 많지 않다"고 했다.

정동영 의장 등 지도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C의원은 "정 의장과 가까운 의원들 중심으로 선거 캠페인이 진행되고 나머지는 소외된 느낌"이라며 "꼭짓점 댄스 같은 이벤트성 행사보다 좀 더 반성하는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열세 국면이 지속되면서 정 의장과 거리를 두려는 의원들이 생기고, 그래서 정 의장의 측근 의원들이 행사에 앞장 설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게 당 관계자의 분석이다.

◆ "선거 후가 더 관심"=열린우리당 사람들의 관심은 '선거 후'에 맞춰져 있다. 여당이 선거에 참패할 경우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올 것이 분명한데, 그 변화의 그림이 무엇이냐를 더 궁금해한다.

다수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은 시간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대통령의 탈당의지는 확고하며,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대통령의 탈당이 지방선거 전에 이뤄질 것이란 얘기까지 돌고 있다"고 말했다.

당 중진 Q의원의 탈당설도 있다. 지방선거 직후 곧바로 당직을 내놓고 민주세력 대통합등을 명분으로 정계 개편에 앞장서기 위해 탈당할 거라는 시나리오다. 선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정동영 의장 체제가 유지될 것인가에 대한 설왕설래도 많다. 특정 계파가 정 의장 체제 흔들기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 "아직 기회는 있다"=정동영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김근태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아직 역전의 기회가 충분하다"며 당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정 의장은 11일 충청지역을 방문해 "한나라당에 만연한 공천장사를 낱낱이 파헤치기 위해 6월 임시국회에서 특별검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며 한나라당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정 의장 측 관계자는 "선거일까지 최선을 다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는 '무심타법(無心打法)'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D의원은 "섣부른 극약처방보다 겸손한 자세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면 의외로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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