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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보카트 감독은 'ABC 영웅'을 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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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ABC'를 갖춘 영웅 후보들을 선택했다.

A: ability(능력)

엔트리 23명 중 10명이 2002 월드컵에서 뛰었던 선수다. 이 중에는 소속팀에서 부진, 탈락을 걱정했던 독일 분데스리가의 안정환(뒤스부르크)과 잉글랜드 챔피언십리그(2부리그)의 설기현(울버햄튼)도 포함됐다. 부상에서 회복했으나 국내 프로리그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송종국(수원 삼성)도 막판에 극적으로 합류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현재의 컨디션보다 기본 능력을 더 중요시했다. 컨디션은 남은 기간 훈련을 통해 끌어올릴 수 있지만 기본기는 하루아침에 향상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월드컵에서 뛰어본 경험과 거친 유럽 리그를 맛본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으로 평가했다.

B: brain(두뇌)

'젊은 피'의 과감한 발탁도 눈에 띈다. 박주영.백지훈(이상 FC 서울).김진규(주빌로 이와타)는 1985년생으로 스물한 살 동갑내기다. 이호(울산 현대)는 84년생, 조원희(수원 삼성)는 83년생이다. 20대 초반인 이들의 공통점은 축구를 즐길 줄 알고, 머리가 좋다는 것이다. 박주영은 알려진 대로 중학교 시절 지능지수(IQ) 검사에서 150이 나왔다. 당시 담임이 "축구를 그만두고 공부를 하라"고 권했지만 박주영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피아노 치는 축구선수'로 유명한 조원희는 초등학교 시절 전교 회장을 했을 정도로 통솔력도 뛰어났다. 고교 시절 브라질로 건너가 선진 축구를 익힌 이호는 '능글맞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경기를 읽는 눈이 밝다. 머리가 좋아야 운동도 잘한다. 자신의 일을 즐기지 못하고 끌려다닌다면 영웅이 될 자격이 없다. 아드보카트는 이들에게 '창조적인 축구'를 기대한다.

C: cooperation(협력)

아드보카트 감독은 포백(four back)을 기준으로 수비진을 뽑았다. 포백은 수비진 네 명이 일렬로 서서 방어막을 펼친다. 한국 대표팀은 2002월드컵까지 스리백(three back)을 고수해 왔다. 스리백은 맨투맨 마크를 중심으로 하고, 포백은 네 명이 유기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협력 수비를 바탕으로 한다. 포백은 측면 수비진이 공격 쪽으로 나갈 경우 나머지 선수들이 그 빈 자리를 메워주기 위해 이동해야 한다. 선수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동료의 빈 자리를 채우는 희생정신이 필요하다. 이번에 발탁된 김상식.김영철(이상 성남 일화)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속팀에서 오랜 기간 포백 시스템을 익혀온 선수들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 한 명과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세운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도 협력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한국은 2002년 김남일(수원) 혼자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지만 이번에는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 또는 이호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1대 1에 강하면서도 동료와 협력할 수 있는 선수, 아드보카트가 원하는 영웅상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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