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출한 집전화 주인공은 LG텔레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월 중순 ‘가출한 집전화기를 찾는다’는 내용의 전단지가 서울 시내 전신주와 게시판 곳곳에 나붙었다. 이후 온라인 개인 블로그와 네이버 붐업, 도깨비뉴스, 미디어캠퍼스(대학생 대상 온라인매체)등에는 이 벽보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궁금해하는 글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이어서 분홍색 대형 전화기가 서울 시내 곳곳을 방황하는 모습이 네티즌들에게 포착되었다. 집 나간 전화기를 찾는다는 벽보의 주인공으로 보이는 이 전화기는 강남, 잠실, 종로 일대를 돌아다니며 행인들의 시선을 끄는 이상한 행동을 계속했다. 술 취해 노숙자처럼 신문지를 덮고 자고, 벚꽃 가지에 목을 메 자살시도를 하는 등 괴로워하는 모습이 서울, 부산, 심지어 북경 만리장성에서도 목격되었다.

인터넷에는 대형 전화기의 정체를 묻는 글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재미있다는 반응에서부터 ‘전화기 찾음’ 전단지와의 관계를 의심하는 글들도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이 전화기는 지난달 말부터 TV 속으로 뛰어들어왔다. 집 나온 분홍색 전화기가 기차역에서, 횡단보도에서, 그네 위에서 이남이의 ‘울고싶어라’를 배경음으로 쓸쓸히 앉아 있는 CF가 방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10여일 이상 인터넷과 거리에서 화제를 몰고 온 이 티저광고의 주인공은 LG텔레콤으로 밝혀졌다. LG텔레콤이 ‘기분존(Zone)’이라고 하는 신규서비스 런칭에 맞추어 선보인 티저 광고였던 것이다.

LG텔레콤의 ‘기분존(Zone)’은 고객이 원하는 한 장소(집, 사무실 등)에서 전용단말기와 ‘알리미’라는 블루투스 장치를 설치하여 상대방 유선전화로 전화를 걸 경우 일반 유선 전화 요금과 비슷한 수준의 요금으로 통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만약 ‘기분존 서비스’를 이용하여 서울에서 부산까지 1시간 통화를 할 경우, 일반 유선전화 요금은 5,220원이지만 기분존에서는 780원으로 7배 가량이나 저렴하다.

이것이 바로 집전화가 가출한 이유다. 집전화로 상징되는 유선전화는 최소한 이동공간이 아닌 정지공간에서는 이동전화보다 저렴한 것을 무기로 그 동안 연명해왔는데, 이제 집에서도 이동전화가 더 싸다고 하니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전화기 가출’이라는 이색 주제로 티저광고를 기획한 LG텔레콤 마케팅실의 이철환부장은 “기분존 서비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통신 서비스라 고객들에게 서비스의 장점을 쉽게 설명하고 초기에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티저 광고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그 동안 '선영아 사랑해, ‘문대성 한판 붙자’,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등 재미있는 1회성 티저광고가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LG텔레콤의 이번 ‘기분존’ 티저광고는 ‘스토리가 있는 시리즈성 티저광고’라는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다.

집전화의 가출이라는 사건에서 시작하여 집전화를 애타게 찾는 주인의 전단지, 그리고 가출 후 시내 곳곳에서 벌어진 집전화의 돌출 행동, 이러한 집전화를 발견한 네티즌들의 온라인 제보에 이어 지금은 가출한 집전화가 TV 화면 안에서 울고 있는 것이다.

5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기분존의 새로운 광고는 그 동안 집전화가 왜 그렇게 불쌍한 행보를 이어갔는지 이유를 밝혀주고 있다. 집전화는 여전히 거리에서 서럽게 비를 맞으며 있는데 집전화의 주인은 집안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미안해도 어떻게 해요, 집전화 만큼 싼데’ 라며 미안한 미소를 짓는다.

앞으로 불쌍한 집전화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기분존 서비스의 활약이 기대된다.

조인스닷컴(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