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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이 학교 안 나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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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 숭례초등학교 5학년 김병록군은 요즘 9월부터 1년간 캐나다 몬트리올 공립초등학교에서 현지 아이들과 어울릴 꿈에 젖어 있다. 아버지 김기수(44.교사)씨는 "지난해 영어캠프를 보냈더니 본인이 넓은 세상을 체험하고 싶다고 해 학교 선생님께 허락을 받았다"며 "일년에 4000만원이 넘게 들어 부담이지만, 해외주재원 등의 경험을 할 수 없는 처지여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캐나다 공립학교 재학증명서를 가져와 공백기간 학점을 인정받을 생각이다.

◆ 급증하는 조기유학=서울시내 초등학교당 4명이 넘는 아이가 해외로 떠나고 있다. 해외로 조기유학을 떠난 서울지역 초.중.고교생 수가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사상 최대치다. 11일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유학을 간 초.중.고교생 수는 7001명이다. 2004학년도의 6089명에 비해 15.0% 늘어났다. 조기 해외유학 초.중.고교생 수는 2000년 11월 자비 해외 유학 자율화 대상이 고교 졸업 이상에서 중학교 졸업 이상으로 확대된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5학년도 조기 유학생은 학년별로는 중학생이 가장 많이 늘었다. 2004년 2133명에서 2521명으로 18.2%가 늘어났다. 초등학생도 2453명으로 전년에 비해 15.3% 늘어났다. 유학장소는 미국이 2575명으로 가장 많았다. 캐나다 1106명, 중국 902명, 동남아 656명, 뉴질랜드 312명, 호주 268명 순이었다. 영국.일본.남미.독일도 포함돼 있다. 이런 수치는 일단 출국한 뒤 6개월 이상 체류하는 학생만 포함한 것이다. 방학을 이용해 연수를 다녀오는 단기유학생까지 감안하면 유학생 수는 더 늘어난다.

부산시의 초.중.고 조기 유학생은 2004년 1496명에서 지난해 1640명으로 12% 늘었다. 이 중 부모가 해외 지사로 발령이 났거나 해외 이주로 인한 유학은 각각 3%, 8% 줄었다. 반면 자발적인 유학생(미인정 유학생)은 441명에서 655명으로 49%나 증가했다.

◆ 부실한 국내 교육 제도 개선해야=공주대 이명희 교육학과 교수는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하려면 학교의 설립, 운영, 교과 과정이 자유로워야 한다"며 "모든 것을 국가가 통제해 획일적이고, 내용 또한 충실하지 않으니 외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교육 과정을 개선보다는 규제로 조기유학을 통제하려 한다. 현행 국외 유학 관리규정은 중졸 이상 자비유학은 제한하지 않고 있지만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지역 교육장이나 국제교육진흥원장으로부터 유학자격 심사를 의무적으로 받게 돼 있다. 유학닷컴의 김부득 부장은 "조기유학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여행여권을 가지고 누구든 다 간다"며 "학교에서 유학을 허락하지 않으면 다른 학교로 전학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영어 교육 방식도 바꿔야 한다. 경기영어마을 교육운영부 김주한 부장은 "영어마을은 한 회에 500여 명만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영어마을만으로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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