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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 문화거리에는 양심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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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거리’로 지정되어 있는 서울 대학로와 인사동 거리가 시민들의 ‘비양심’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휴지 조각, 캔, 음식물 등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쓰레기는 물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도배한 불법 광고물들로 ‘더러운 거리’라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인 대학로는 마치 거대한 쓰레기장을 연상케 할 정도이다. 여기저기 쓰레기가 버려져 굴러다니는 것은 물론 아예 한쪽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기도 하다.

공연 포스터가 찢어져 여기저기 굴러다니는가 하면 거리에서 나눠준 전단지, 명함 등의 광고물도 곳곳에 버려져 있다. 먹다 버린 음식물도 버려져 있는가 하면 토한 것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기도 했다.

대학로에 있는 예술 작품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학로의 명물로 꼽히는 ‘노숙자 아저씨’ 조형물에는 사람 입 부분에 담배 꽁초를 교묘하게 버린 ‘비양심’을 찾을 수 있었다. 한 중국인은 이런 모습들이 신기한 듯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주말만 되면 대학로는 쓰레기와 함께 포스터들로 거리가 뒤덮인다. 지정된 게시판을 무시하고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일만 묵묵하게 한다. 이들은 버스정류장, 음식점 등은 물론 조형물에도 무단으로 포스터를 붙여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불법 포스터를 떼는 한 공공 근로자는 “정말 불쾌하다”면서, “왜 자꾸 대학로를 더럽히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꼽히는 인사동 문화 거리도 마찬가지다. 대학로보다 사정은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버려진 양심들을 찾아볼 수 있다. 먹다 남은 음식이 버려져 있는가 하면 깡통, 휴지 등이 굴러다녀도 줍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영화, 연극, 축제 등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들도 지정된 장소가 아닌 택시, 버스 정류장 등에 무분별하게 붙여져 있다.

일반 시민들은 쓰레기를 마땅히 버릴 곳이 없다 보니 그런 것이라며 쓰레기통의 확충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학생 김문선(25) 씨는 “유럽에 가보면 거리에 쓰레기는 물론 휴지 조각 하나 굴러다니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서,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곳을 좀 더 늘릴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 대해 관할 구청인 종로 구청은 “쓰레기, 불법 광고물들을 꾸준히 관리, 단속하고 있고 문제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형식적인 답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문화 거리는 우리의 얼굴이라며, 시민들의 성숙된 의식을 먼저 보여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대학생 엄현수(24) 씨는 "여기저기 쓰레기를 버린 모습을 외국인들이 보면 한국이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될 지는 뻔한 일"이라면서, "자기 집처럼 문화 거리도 깨끗하게 이용하려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 거리에 있어야 할 문화가 없고 쓰레기와 상업성만 있는 한국의 대표 문화 거리들. 관할 구청과 지역 상인들의 세심한 배려와 성숙한 시민 의식이 더해져서 깨끗한 문화 거리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지한/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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