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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2평 객사서 은둔 첫 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경호원 10여명 외부인 출입 막아
【인제=권혁용·제정갑기자】23일 오전 서울을 떠난 전두환씨부부는 임시 은둔지인 강원도 인제군 배면룡 대리내설악산계곡 백담사로가 속죄의 첫 밤을 보냈다.
오후 3시20분쯤 안현태전청와대경호실장 등 일행 11명과 함께 절에 도착한 부부는 김도후주지의 마중을 받고 본당 오른쪽 2평 짜리 객사에 여장을 풀었으며 경내를 돌아보고 휴식하다 촛불을 밝히고 저녁을 든 뒤 절에서 내준 광목이불을 덮고 오후 9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부부는 이틀째인 24일 새벽 4시에 기상, 김주지와 함께 대웅전 본당으로 가 1시간동안 아침예불에 참례했다.
부부는 불상 앞에서 세 번 절하고 무릎을 꿇은 자세로 참회의 묵상을 하는 모습이었다.
예불을 마친 뒤 부부는 영하8도의 찬 날씨 속에 객사 뒷마당에서 공양주 윤모보살(59·여)이 세수대야에 떠다준 개울물로 세수하고 객사 방에 들어가 오전7시 아침식사를 들었다.
첫날 저녁상과 마찬가지로 된장찌개·김치·고춧잎·깻잎·산나물 등 다섯 가지 반찬에 잡곡밥을 든 부부는 『밥맛이 참 좋다』며 그릇을 비웠다.
식사후 부부는 두터운 파커 차림에 전씨는 털모자를 쓰고 30여분동안 경내를 산책한 뒤 객사로 들어가 서울서 떠날때 가져온 불교관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에 앞서 23일 오후 초췌한 모습으로 절에 도착한 부부는 김주지가 『먼길에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다』고 인사하자 『수고할게 있습니까. 신세 좀 지겠습니다』며 말했다.
객사에 여장을 푼뒤 겨울점퍼와 털모자를 쓰고 나온 전씨와 흰점퍼를 걸쳐 입은 이순자씨는 인사하는 스님들과 기자들에게 웃음 떤 얼굴로 『잘 부탁한다』 『고생이 많다』며 악수를 나누는 여유도 보였다.
전씨는 저녁식사후 오후 8시쯤 주지실에서 김주지와 담화를 나누며 『자신의 은둔은 국민의 어떤 단죄도 감수할 참회의 고행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전씨부부가 은둔처로 정한 백담사는 용대리마을과는 7m 떨어진 외진 곳이어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며 이틀 전부터 경호요원 10여명이 미리 내려와 전씨부부가 기거할 객사와 주변에 대한 안전점검을 했다.
백담사는 경호원 10여명이 사찰입구에 지켜선 채 23일 밤 뜬눈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고 인제경찰서는 외곽에 50명을 배치, 경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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