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해찬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먹방’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이 의원은 지난 20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각종 현안과 민주당 당대표 선거 등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이날 이 후보 언성이 높아진 대목은 ‘국가주의 논쟁’이었다. 지난달 26일 정부는 비만을 질병으로 보는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국가 비만관리종합대책‘(2018~2022)을 확정해 발표했다. 2022년까지 비만율을 34.8%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종합적인 비만 예방 및 관리대책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특히 폭식을 유발하는 먹거리 방송(먹방)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개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어리석은 백성도 아닌데 먹는 방송을 규제하겠다고 한다. 이런 것 자체가 국가주의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이 의원의 언성이 높아진 것도 야당이 주도한 정치 프레임인 국가주의에 관한 대목에 이르렀을 때다.
이 의원은 ‘국가가 여러 사안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지적에 “국가가 잘못 개입한 게 무엇이냐”고 따져 물어 진행자를 당황시켰다.
이 의원은 “학교 비품을 사는 걸 가지고 국가주의 논쟁이라고 하면 되나. 박근혜 정부야말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국가가 사람을
다 규정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치가 국가주의지, 학교 아이들을 위해 비품을 사는 걸 국가주의라고 과장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김병준 위원장이 지난달 취임 기자회견을 하면서 초·중·고교 커피자판기 설치를 정부가 금지한 것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적 경향”이라며 문제 삼은 데 반박한 것이다.
이에 진행자가 “비품만 지적한 것 같지는 않고 여러 가지 사안에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 같다”고 하자 이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개입해서 국가가 잘못한 게 어떤 게 있느냐”고 되물었다.
김 앵커가 “아니요. 지금 구체적인 사안을 말씀드리기보다는요…”라고 말하자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답변하지, 구체적으로 안 하면 어떻게 답변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예를 들어 ‘먹방 같은 경우도 규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느냐”고 진행자가 묻자 이 후보는 “먹방을 누가 규제한다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김 앵커는 “정부 관련 단체라든가 또는 기관이라든가 이런 데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누군지 이야기하셔야 제가 답변을 드릴 수 있다”며 “막연하게 말씀하셔놓고 사실인 것처럼 규정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 앵커도 “예를 들자면 박용진(민주당) 의원이 나와서 ‘비만 문제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국가가 얘기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것’이라고까지 말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박용진 의원은 국회의원이지 국가가 아니다”라며 “정부에서 누가 그랬다면, 적어도 우리당이라면 정책위의장이 그렇게 이야기했다면 그것은 정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국회의원 한 분이 그렇게 이야기하신 걸 가지고 국가주의라고 하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지적했다.
이해찬 의원의 이날 인터뷰는 이튿날인 21일 그가 출연한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언급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 의원은 해당 인터뷰에 관해서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끝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사안을 얘기해야 답변을 해야지 구체적으로 답변해야 할 것 아닌가”라며 김 앵커와 설전을 벌인 이유를 설명했다.
김어준이 “그렇다고 사회자에게 그렇게 화를 내면 어떻게 하냐”고 묻자 이 의원은 “사실이 아닌 거로 덮어씌우기를 하니까 그랬다. 사실을 얘기하면 수용하겠지만, 먹방 규제 같은 건 사실이 아니지 않나. 공직자는 깐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지난 2012년 6월 같은 프로그램 인터뷰 도중 전화를 끓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당시 민주통합당 당대표 후보였던 그는 진행자가 당대표 선거가 북한 인권에 대해 질문하자 “왜 당 대표 경선에 대해 묻지 않고 다른 주제를 꺼내느냐”며 방송 도중 전화를 끊어 버렸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