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라이프 트렌드] 회식·데이트·혼밥… 이럴 땐 □□고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상황별 고기 스타일링| 젊은이들 사이에서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고기압)으로 가라’는 말이 유행한다. 실제로 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은 우리의 행복감을 끌어올린다. 그런데 고기는 종류와 부위, 숙성도에 따라 풍미가 달라지는 데다 유행하는 스타일도 금세 바뀐다. 어떤 고기 앞으로 가야 가장 행복할지 항상 고민하는 이유다. 오늘의 메뉴로 ‘고기’를 선택한 사람을 위해 TPO(Time:시간,Place:장소, Occasion:상황)에 따른 고기 스타일을 제안한다.

팀원들과 회식하러 간다-냉동 삼겹살

1980~90년대 분위기를 물씬 살린 ‘냉동 삼겹살’ 한 상.

1980~90년대 분위기를 물씬 살린 ‘냉동 삼겹살’ 한 상.

회식 메뉴 정하기는 영원한 난제다. 다양한세대의 팀원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니 말이다. 이땐 ‘국민음식’으로 불리는 삼겹살, 그중에서도 추억의 맛을 소환하는 ‘냉동 삼겹살’을 제안해보자. 

냉동 삼겹살은 유통 방식이 발달돼 있지않던 1980~90년대에 주로 먹던 고기다. 아버지의 월급날, 술 한잔 기울일 때면 어김없이 밥상에 오르는 단골 메뉴였다. 고기를 굳이 ‘냉동’시키는 이유는 신선도를 위한 어쩔 수 없는선택이었다. 그래서‘생고기보다 신선도는 떨어지지만 싼 맛에먹는 고기’라는 인식이 강 했다. 실제로 유 통방식이 개선 되 면 서신선한 생삼겹살·통삼겹살등이 대세가 되고냉동 삼겹살은 점점잊혀갔다. 

그러다 최근 복고 열풍을 타고외식업계에 ‘냉동 삼겹살’이 돌아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냉동삼겹살은 2만여 건, #냉삼(냉동 삼겹살의 준말)은 8500여 건의 게시물이 올라올 정도로관심이 뜨겁다. 냉동 삼겹살 맛집도 덩달아 인기다. 맛집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냉동 삼겹살의 시초부터 함께한 30년 내공의 ‘노포(老鋪)’이거나 80~90년대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 최근 문을 연 신상 가게다. 노포는 ‘냉삼’의 맛을 잊지 못하는 단골손님으로, 신상 가게에는 복고에 관심이 많은 젊은 손님으로 북적인다. 아무리 추억을떠오르게 해도 고기의 맛이 떨어지면 찾지않을 터. 노포도 신상 가게도 모두 맛을 위해 ‘신선하고 등급이 높은 고기’를 고집하는 이유다.

30년째 서울역 일대를 지켜온 ‘명동집’은 충북 음성에서 질 좋은 고기를 ‘급랭’ 상태에서 보급 받는다. 가게에 온 지 3일 이내의 고기만 손님상에 내놓는다. 

새로 문을 여는 냉동 삼겹살 전문점은 복고 감성을 살리기 위한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쓴다. 젊은이들의 거리로 불리는 서울마포구 홍대입구에 위치한 ‘냉동고’는 세련되면서도 90년대 느낌이 나도록 가게를꾸몄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샹들리에로 세련된 감성을 주는 동시에 소품은 80~90년대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갖고 왔다. 다소촌스러운 꽃무늬가 큼직하게 그려진 ‘양은원형 쟁반’에 분식 그릇으로 유명한 녹색의 ‘멜라민 그릇’에 밑반찬을 담아 한 상을차려준다. 

팀원 중 4050세대가 많다면 ‘아재 입맛’에 맞는 밑반찬이 많은 노포를, 2030세대가많은 팀은 복고 분위기를 젊은 감성으로 재해석한 신상 가게를 추천한다.

연인과 데이트하러 간다-한우 오마카세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 제격인 ‘한우 오마카세’.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 제격인 ‘한우 오마카세’.

오마카세는 ‘믿고 맡긴다’는 일본말로 주로 초밥 식당에서 사용됐다. 그날그날 가장좋은 재료를 골라 셰프가 알아서 구성하는초밥 코스가 대표적이다. 이를 ‘스시(초밥)오마카세’라고 한다. 우리나라엔 없는 개념이지만 ‘주방장 특선 요리’와 가장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오마카세’ 개념이 우리나라에 상륙해 한우와 만났다. 등심·안심·채끝살 등한우를 부위별로 맛보고픈 이들의 입맛을공략한 것이다. 셰프가 그날 식당에 들어온 고기 중 가장 상태가 좋고 맛 좋은 부위를 고른 후 코스를 구성해 제공한다. 코스는 대개 4~6종류의 부위로 구성한다. 

하지만 아무리 질 좋은 고기여도 잘 구워야 제 맛이 나는 법. 숙련된 직원이 초밥을만들어주는 주방장처럼 직접 고기를 구워손님의 접시에 놓아준다. 어떤 부위인지,어떻게 먹어야 더욱 맛있는지 등의 설명도곁들인다.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바로 앞에위치한 ‘수린’에는 4·6·8인용 룸과 두 커플이 앉을 수 있는 바가 준비돼 있다. 룸별로하루에 한 팀만 식사를 하기 때문에 직원의 세심한 배려와 서비스를 오롯이 받을 수있다. 고기는 경남 김해에서 공수한 30개월내외 월령의 1++ 등급 암소만 사용한다. 코스는 여섯 가지 부위로 구성되는데, 기름기가 적은 것부터 많은 순으로 구워준다. 대부분 안심으로 시작해 채끝등심·치맛살·부챗살·살치살·새우살로 연결된다. 커플이라면 평소 함께 즐겨 먹는 와인 한 병을들고 가도 좋다. 황성만 수린 대표는 “가져온 와인을 무료로 먹을 수 있고 고급 와인잔도 서비스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도쿄등심’도 코르키지(손님이 가져간 와인을 식당에서 먹을 때 내야 하는 비용)가 무료다. 수린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곳에선 고기를 구워주는 순서가 반대라는 점. 기름기가 많은새우살부터 굽기 시작해 살치살·숙성 등심·숙성 안심 네 가지 부위로 진행된다.  기본 찬으로는 매콤한 양념을 한 각종 김치와 파절임을 제공해 개운한 맛을 더해준다.이외에 ‘술 페어링’(코스가 진행될 때마다어울리는 술을 추천·제공) 서비스를 하는맛집도 있으니 참고하자.

혼자 영양 보충하고 싶다-고기 자판기

혼밥족을 위한 농협경제지주의 ‘고기 자판기’. 

혼밥족을 위한 농협경제지주의 ‘고기 자판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때 인기를 끌었던 ‘혼밥 레벨(1~9단계)’ 분류표를 보면 ‘고깃집에서 혼자고기 구워 먹기’는 어려운 단계로 꼽히는 8단계에 속한다.혼밥하는 사람이 많아지고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아직 고깃집문턱을 혼자 넘기엔 높다는 의미다.그럼에도 고기가 당기는 혼밥족이라면 신개념 ‘고기 자판기’를 추천한다. 

고기 자판기는 말 그대로 고기를 파는자판기다. 농협경제지주에서 개발해 지난 6월부터 이용할 수 있게 된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판매시스템’이다. 이용법은간단하다. 자판기의 스크린에서 사고 싶은고기와 수량을 선택해 결제하면 된다. 한우(등심구이, 불고기, 국거리, 양념불고기),한돈(삼겹살, 목살, 앞다릿살, 고추장불고기, 간장불고기), 간장닭갈비 등 생고기와양념육 모두 살 수 있다. 정육점·마트·편의점에서 나아가 고기를 구입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 확대된 셈이다. 상품은 1인 가구,혼밥하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정진영 농협경제지주 농협안심축산 부분육사업팀 차장은 “정육점이나 대형마트와는 다르게 1인 가구가 한 끼에 먹을 수 있도록 300g 내외로 소포장해 판매한다”며 “자취생이 많은 오피스텔 건물 1층에 주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기 자판기는 사물인터넷 기술로 모바일 앱을 통해 온도·습도 등을 제어하고 가격·재고를 관리한다. 따라서 점포 운영비,유통 비용 등이 들지 않아 판매가도 저렴하다. 한우 등심구이는 100g당 8900원, 한돈 삼겹살은 100g당 3000원에 판매 중인데 이는 같은 지역 내 다른 유통 채널보다20% 이상 저렴한 편이다. 이제 더 이상 혼자 고깃집 가기 두려워 오늘 먹을 고기를 내일로 미루지 않아도 된다.

글=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인성욱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