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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추문 고은 소송 돕는 인권변호사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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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 미투(MeToo) 운동을 촉발시킨 고은(87) 시인의 법률 대리인이 노동·인권 관련 사건을 다수 맡아온 김형태(62·사법연수원 13기) 변호사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여성 사이에서 “인권 변호사가 어떻게 반(反) 미투 소송을 맡을 수 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성계 “여성 인권은 다르게 보이는가” #金 “미투 폭로와 다른 증언 나와”

[사진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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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당원으로 활동한 여성 작가 최현숙씨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인권 변호사로 유명한 법무법인 덕수의 김형태 변호사가 고은 시인의 변호를 맡았다’는 글을 올렸다. 최씨는 “인권변호사입네 하는 김 변호사 등이 고은의 사건을 수임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면서 “여성의 인권은 당신들에게 다르게 보이는가 보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변호사와 1990년대에 천주교 사회운동을 함께한 경험이 있어 더더욱 화가 난다”고 했다.

[사진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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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 연구자 권김현영씨 역시 16일 페이스북에 “그 많던 남자 인권변호사들은 미투 국면에 모두 어디서 무엇을 하나”라며 “고은의 변호사는 대표적 인권변호사 김형태다. 너무나 기막힌 현실”이라고 적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에서 그를 암시하는 원로 문인의 과거 성추행 행적을 고발한 사실이 지난 2월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후 최 시인과 박진성 시인 등은 한 일간지를 통해 “1990년대 초반 한 술집에서 고은의 성희롱성 행위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고은 시인은 지난달 최 시인과 박 시인, 이들의 주장을 보도한 언론사 등을 상대로 10억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오는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변론이 진행된다.

고은 시인 측은 이 소송을 법무법인 덕수에 의뢰했다. 김 변호사를 포함해 진보성향 변호사 4명이 변호인단으로 구성됐다. 김 변호사는 진보 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설립을 주도했다. 이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회의 감사 등을 역임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시 술집 주인이 최 시인의 폭로가 소설이라고 반박하는 등 반대 증언이 나오고 있다”며 “변호사로서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있다면 사법 시스템의 판단을 받게 도와줄 책무도 있다”고 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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