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말…표준어는 「문화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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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분단 40년을 경과하는 가운데 남북한간 언어의 이질화문제가 심화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북한은 48년 9월 정권수립이래 『조선어의 민족적 특색』을 추구한다는 언어정책을 일관하여, 언어형식에서는 민족적, 내용에서는 사회주의적인 언어개조 사업을 벌여왔다.
사회·인문과학을 구분하지 않고 마르크스-레닌주의 및 주체사상만을 기본원리와 방법론으로 적용하는 북한에 있어 언어개조사업은 순수한 학문적 이론에 바탕을 두기보다 당과 혁명의 필요를 반영하는 것이 위주로 된다.
언어학은 정치경제학, 법학과정은 사회과학으로서 사회과학원 산하에 그 연구기관이 배치된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북한의 사회과학은 부르좌 계급사회에서와는 달리 『원래 계급적이며 당적인 과학』으로서 『언제나 자기의 전투적인 당성을 공개적으로 선포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72·4,전국사회과학자대회 양형섭의 보고) 이에 따라 북한에서의 언어문화는 사회주의혁명과 건설투쟁상의 「위력(위력)한 무기」로 각종 문예사업과 당선전선동부 산하의 중앙방송·로동신문 등을 축으로 실천에 옮겨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휴전직후 한자를 폐지하고 한글을 전용한데 이어 철자법도 표음법에서 표의법으로 바꾸었다.
54년의 「조선어철자법개정」 66년의 「조선어규범집 간행」등을 통해 한글 자모음이 원래의 24자모음에서 40자모음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사전이나 색인의 자음 배열이 남한과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변모가운데서도 남북한간의 언어이질화에 결정적이 된 것은 66년 김일성의 담화에 기초하여 서울·경기지방의 중류층이 사용하던 표준어가 철저히 배제되고 「문화언가 북한의 공식 표준어로 정착한 것이다.
지역적으로 평안도·함경도의 방언을 중심으로 만주의 간도, 소련 연해주지방의 한족들의 방언도 담은 「문화어」는 「말 다듬기 사업」을 통해 한자표현의 대체 및 신조어 제정에 의해 배한 특유의 성격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는 중국어와 소련어에 연원을 둔 외래어도 많이 수용되고 있다.
북한사회과학원 산하 언어학연구소는 68년 6월부터 「문학어학습지」를 발간하면서 문화어의 연구, 보급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다음은 북한 문화어의 용례를 살펴 본 것이다.
◇문화어일반=바빠맞았다(허둥지둥하다)·그쯘하다(충분하다·그득하다)·금나락(누렇게 익은 벼)·까밝히다(폭로하다)·자래우다(자라게 하다)·지어는(심지어는)·펴워나가다(풀어나가다)·풀어대다(맹렬하게 쏘아대다)
◇중국어에서 유래된 것=업간체조(업간체조 : 근무시간 중간의 간단한 체조)·반공반독(반공반독 : 노동하는 한편으로 공부함)·반면교육(반면교육 : 나빴던 사례를 가르킴으로써 교육효과로 삼는 것)·다기대운동(다기대운동 : 한 노동자가 동시에 여러대의 기계를 맡음)
◇소련어에서 유래된것=깜빠니아(집중적인 군중운동·캠페인) 노르마(1일분의 임금을 얻기에 필요한 노동량) 부리가다(작업반) 뜨락또르(트랙터) 아지프로 구루빠(학생·청년단체 등의 아마추어 선전 예술조직) 꼬미시야(단체 또는 기관에서 어떤 문제를 심의 해결하기 위해 조직되는 전문위원회)
◇「말 다듬기 사업」에 의한 신조어=닭공장(양계장) 밥공장(취사장) 곽밥(도시락) 비닐방막(비닐하우스) 사기판(타일) 빨래집(세탁소) 동강옷(투피스) 동일옷(원피스) 볶음머리(퍼머넌트) 끌신(슬리퍼) 균 깡그리 죽이기(살균) <전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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