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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0% 다 노출됐는데 세무조사 면제 뭔 소용이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원(稅源)이 사실상 100% 노출되는데 세무조사 면제가 무슨 의미가 있나.”

정부, 569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내년까지 세무조사 면제 #자영업자 "세원이 사실상 100%노출되는데 의미없다"며 시큰둥

대전시 서구 둔산동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남수봉(64)씨는 “요즘 현금으로 결제하는 고객은 100명 중 한두명이고, 현금 결제를 하더라도 현금영수증을 받아가기 때문에 매출을 숨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승희 국세청장이 지난 16일 오후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세정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승희 국세청장이 지난 16일 오후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세정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로 5년째 일식집을 운영하는 남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16.4%)돼 종업원 급여가 한 달 평균 30만원씩 올랐다”며 “한 달에 종업원 10명의 인건비만 300만원 이상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남씨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게 문 닫는 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30분으로 30분 단축하고, 낮에 쉬는 시간을 30분 보장하는 등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간신히 운영하고 있다”며 “최저임금도 업종별은 물론 동일 점포 안에서도 보직에 따라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내년까지 전국 소상공인 570만 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면제해주기로 했지만, 자영업자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세원이 거의 100% 노출돼 실효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탈세해가면서 임금 주라는 것이냐”라는 반응도 나온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소상공인들의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현장 의견을 듣고 최저임금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하기 위해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소상공인 119민원센터 천막을 찾아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등과 손을 맞잡고 ‘소상공인도 국민이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소상공인들의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현장 의견을 듣고 최저임금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하기 위해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소상공인 119민원센터 천막을 찾아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등과 손을 맞잡고 ‘소상공인도 국민이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대전시 유성구 관평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문연평(50)씨도 “매출이 100만원이라고 하면 현금은 1만원 정도 되고 나머지는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이라며 “세무 당국이 자영업자의 매출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세무조사를 면제해 본들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문씨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확 올려놓고 뒷감당도 못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원도 춘천에서 7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57)씨는 “편의점은 매출이 정확하게 정산돼 본사에 보고되기 때문에 세무조사 면제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세무조사를 두려워하는 자영업자는 손님이 몰리는 유명 맛집 등 극히 일부분일 것” 이라고 주장했다.

세종시에서 음식점을 하는 정모(64)씨는 “음식점 운영으로 연간 1억원 이상 적자가 나는 판에 세무조사를 하건 말건 무슨 상관이 있겠냐”며 “음식값이나 서비스 요금 등은 그대로 묶어놓고 임금만 올리라는 게 과연 자본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현상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씨는 “세무조사 면제 운운하는 거는 배탈 난 환자에게 빨간 약을 발라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세무사 L씨는 “세무조사 면제 조치로 매출이 많은 소기업인 등 극히 일부만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측도 "탈세해가면서 임금 주라는 말이냐"라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중심이 된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는 내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불복을 선언한 상태다.

한편 정부는 519만 소규모 자영업자와 50만개 소상공인에 대해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국세청이 통지한 경우 해당 납세자가 세무조사 유예신청을 하면 조사를 연기할 수 있다.

김방현·박진호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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