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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 거친 플레이엔 더 거칠게 맞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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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월드컵 개막 한 달을 앞두고 중앙일보는 방송 3사의 젊은 축구 해설가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한국 대표팀의 베스트11을 예상하고, 남은 한 달간 중점 보완해야 할 점을 짚었다. G조 상대인 토고.프랑스.스위스의 전력과 우리의 필승 전략도 알아봤다.

<참석자> 박문성 SBS 해설위원

서형욱 MBC 해설위원

한준희 KBS 해설위원

<사회자> 정영재 기자

▶사회: 독일월드컵이 한 달 남았다. 각자 생각하는 베스트 11은.

▶박문성(이하 박): 조별리그만 놓고 본다면 베스트 11이 이원화 될 것이다. 토고가 한 축, 프랑스.스위스가 한 축이 될 것이다. 아드보카트는 상대국에 따라 베스트 11을 다르게 놓고, 또 지고 있을 때 누구를 어떤 시점에 넣을 것인가 등을 이미 다 짜놓았다고 한다. 토고는 반드시 잡아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배치가 될 수밖에 없다. 토고 수비가 상당히 느리기 때문에 안정환을 가운데 놓고 좌우에 박주영.이천수 등 수비력이 좀 떨어져도 공격적인 선수들을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 더블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에도 김남일.이호보다는 김남일.이을용 조합이 유리할 것이다. 프랑스.스위스전에는 기본적으로 수비를 두텁게 할 것이다. 박주영.이천수는 공격력은 뛰어나지만 윙포워드는 공격만 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설기현.정경호 등 수비에 적극적이고 몸싸움이 가능한 선수들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중앙에 조재진의 투입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미드필더에도 이을용보다는 이호가 좀더 거칠게 상대를 다룰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의 비에이라.마켈렐레와 맞부딪치기 위해서는 이을용 보다는 이호가 낫다. 이런 식으로 이원화하지 않을까.

▶서형욱(이하 서): 중앙 미드필더는 이을용.김남일.박지성 이 세 명이 나올 것 같고 상대에 따라 좌우 윙포워드나 측면 수비진이 바뀔 것 같다. 프랑스는 앙리가 상대 수비 오른쪽과 중앙수비수 사이를 주로 뚫는다. 이영표를 오른쪽에 세워야 한다는 이유도 이 자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사이드백의 수비가 취약하다. 중앙 수비수로는 토고전에서는 높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최진철이 들어가겠지만 프랑스전 같은 경우는 다른 선수를 내세울 수도 있다. 우리 수비진 중에 스피드 있는 선수가 없다. 김상식.김진규.김영철.최진철 등 다 느리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와 토고전의 스타팅 멤버는 차이가 날 수 있다. 다만 미드필더진은 변함없을 것 같다.

▶한준희(이하 한): 김동진을 중앙수비로 돌리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김동진은 스리백에서 센터백의 좌측을 맡기도 했다. 김동진을 통해 왼쪽을 채우려는 의도도 있지만 국가대표에서는 센터백으로도 뛰었고 유사시 공격으로도 나가는 장점을 활용하기 위한 것도 있다. 프랑스는 평균 연령이 32개팀 중 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든다. 미드필드에서의 압박, 2002년 히딩크가 했던 그런 스타일이 프랑스전에서 중요하다. 우리가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나가서 미드필더 라인을 뒤쪽으로 물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프랑스에게 높은 볼 점유율을 허용하게 된다. 프랑스에게 점유율을 많이 허용하면 그와 비례해서 위기도 많이 찾아온다. 평균연령이 많기 때문에 미드필드에서 강인한 압박으로 볼을 차단하고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면서 볼 점유율을 줄여야 한다. 어찌 보면 프랑스전에서 한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본다. 너무 수비적으로 나간다면 프랑스가 원하는 바가 될 수도 있다.

▶사회: 토고의 전력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은.

▶서: 우리가 본 경기 자체가 제한돼 있다. 네이션스컵 등 몇 차례 TV에서 본 것이 전부다. 보도에 따르면 토고는 측면수비가 약하다고 한다. 골 먹는 장면도 측면에서 올라오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공격 쪽에서 이천수.설기현이 활용 가치가 있을 것이다. 박주영은 세 경기 모두 선발로 뛸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유럽 팀과 경기하면 정말 많이 넘어진다. 첫 경기이기 때문에 설기현.이천수 등 경험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토고가 어려운 팀이지만 우리보다 좋은 팀이라고 볼 수 없다. 아데바요르에 의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앙리처럼 직접 찬스를 만들어서 들어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선수에게 연결되는 공만 막아도 승산이 있다. 우리 수비진이 약하긴 하지만 한 골 이상 내주지는 않을 것이고 측면쪽을 공격한다면 승산이 있다. 토고와 비기거나 지면 탈락할 가능성 크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

▶박: 토고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거칠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1990년 월드컵 이후 카메룬.나이지리아.세네갈 등 아프리카 팀들이 돌풍을 일으켜 왔는데, 특히 90년 카메룬이 아르헨티나를 꺾는 장면을 보면 완전히 아르헨티나 애들 잡겠다고 나온 것 같을 정도로 태클 걸고 잡아당기고 무섭게 몰아부쳤다. 2002 월드컵 때 프랑스전서 세네갈도 상당히 거칠게 나왔다. 토고도 월드컵에서 어떻게 이기면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토고와 앙골라가 가장 약하다는 것은 네이션스컵 보고서에도 나와 있는 바다. 내분 등 문제도 있다. 자신들도 그런 점 알고 있기 때문에 거칠게 나올텐데, 우리가 얼마나 노련하게 경기 풀 것인가가 관건이다. 같이 흥분한다든가 그들에게 말려들어 골이 일찍 안 터지게 되면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토고는 부정할 수 없는 아데바요르의 원맨 팀이다. 올루파데와 세나야도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다. 아데바요르가 풀리면 무서운데 그를 잡는 법을 우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봤다. 유연하고 장신이며 슈팅력이 있지만 몸싸움을 붙으면 피하고 측면으로 빠지는 성향이 있었다. 한국이 거칠게 나올 필요가 있다. 공격적이고 스피드 있는 자원을 대거 투입해 적극적으로 공격할 필요가 있다.

▶한: 토고는 가변적이다. 오토 피스터 감독은 월드컵 전에 팀에 약간의 변화를 주게 될 텐데 사우디와의 평가전(14일)에서 가시화 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네이션스컵 멤버에서 공격 자원이 바뀔 여지는 별로 없다. 수비쪽에 감독이 신경을 쓸 것이다. 네이션스컵 등 몇 차례 평가전서 보여준 수비는 사실상 포백라인 중 거의 믿을 선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오른쪽의 마티아스가 유망주라지만 덜 무르익은 느낌이다. 중앙과 왼쪽은 위치선정.순발력.반응속도 다 나빴다. 스피드도 빠르지 않고 위치선정에도 미숙했다. 빠른 패스와 빠른 방향 전환으로 전개하면 무너질 것이다. 이 점을 피스터 감독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남은 기간 수비교체를 염두에 두고 수비에 역점을 기울일 것이다. 토고의 공격은 아데바요르와 쿠바자 또는 올루파데의 투 톱을 쓸 수도 있는데, 대체로 4-5-1 또는 4-2-3-1을 쓸 것이다. 토고와 싸우는 모든 팀은 기본적으로 아데바요르를 불편하게 할 것이다. 아데바요르가 막힌 상황에서 세나야.살리푸.투레 등이 득점 능력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이들이 프랑스.스위스 선수들만큼은 아니다. 아데바요르가 막혔을 때 중앙으로 넘어오는 패스 길만 잘 차단하면 한국에게 굉장히 좋은 역습 찬스가 날 수 있고, 토고 선수들이 안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잘 이용하면 의외로 쉽게 득점할 수 있다. 아데바요르 때문에 1골 정도 실점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 이상의 득점을 할 수 있다.

▶박: 피스터 감독에게 마지막 4 ̄5주 훈련 남았는데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수비 조직력은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없다. 아프리카는 전통적으로 수비가 약하다. 다 뿔뿔이 뛰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개인 능력에 의존한다.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높으면 감독이 바뀌어도 어느 정도 성적 낼 수 있는데 토고가 4 ̄5주 동안 얼마나 수비 조직력을 갖출 것이냐, 쉽지 않다.

▶서: 역대 아프리카 팀들은 감독이 최소한 일 년 이상 안 맡은 팀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개인 기량은 좋은데 하나로 만들고 문제가 안 일어나게 막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었다. 피스터는 선수들과 처음 만나는 감독이다. 개인적으로 토고는 한 번도 못 이기고 탈락할 것 같다. 생각보다 우리에게 어려운 적이 아니다. 때문에 승점 3점을 못 얻으면 상당히 어려워진다.

▶사회: 프랑스는 어떤가.

▶박: 프랑스가 많이 약해졌다고 얘기하는데 프랑스가 최고로 강했을 때보다 약해졌다는 거다. 여전히 강하다. 프랑스가 흔들렸다는 것은 골이 잘 안터졌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실점이 많지는 않았다. 2002년 월드컵 이후 50경기를 치르는 동안 세 번밖에 지지 않았다. 강한 수비를 가지고 있다. 골이 터지지 않았던 것은 상대팀이 프랑스를 잘 알고 수비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전에 어떻게 나갈 것인가는 토고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토고를 이긴다고 전제하면 수비를 강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드필드에서 앙리.트레제게.아넬카에게 패스가 안 나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한: 프랑스는 여전히 우승후보다. 수비에서 갈라스.붐송.튀랑.사뇰 포백이 주로 나섰는데 붐송이 최근 뉴캐슬에서 실수를 거듭하다 벤치로 밀렸다. 그 자리에 변화가 예상되는데 맨U의 실베스트르를 왼쪽에 기용하고 갈라스를 중앙에 놓거나 갈라스를 측면에 두고 중앙에 지베나 스킬라치를 두는 것도 가능하다. 아직 프랑스의 포백라인이 완성되지 않았다. 골키퍼는 쿠페가 유력하지만 아직 논쟁 중이다. 미드필더 한 자리도 미확정인데, 비에이라와 마켈렐레가 나올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지단을 조커로 써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지단도 선발로 나올 것이다. 남은 한 명의 미드필더 자리에는, 도라수가 지역예선서 많이 뛰었고 올라운드 플레이어지만 실제로 여기에 누가 가세할 것인지는 여지가 있다. 최근 바르셀로나에서 컨디션이 좋아진 지울리 라든가, 좀더 공격을 강조하는 상황에서는 윌토르가 측면 미드필더로 뛸 수도 있다. 앙리와 트레제게를 동시에 기용할 지도 큰 변수다. 지역 예선서 둘이 함께 뛴 적이 없다. 가장 큰 원인은 앙리의 부상과 앙리 회복 이후 트레제게의 부상이었다.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유로 2004 때도 그랬지만 둘 다 나와서 프랑스가 재미를 본 적이 드물었다. 면면을 보면 강력한 우승후보이지만 2000년까지만 해도 선발 라인업.포메이션.전술 예측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도메네크 감독의 장악력이 약하다. 도메네크 감독이 프랑스라는 거함을 이끌기에는 경험과 스타 선수를 다루는 능력이 부족한 듯하다. 스위스는 프랑스를 상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미드필드에서 기동력이 밀리지 않으면서 프랑스의 나이 많은 선수들에게 강력한 압박을 펼쳤다. 프랑스 선수들 대부분의 마인드가 '클럽에서만 잘 하면 되지' 하면서 국가대표로서 충성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다. 첫 경기에서 결과가 안 좋으면 이번 대회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전에 최상의 결과를 얻어낼 생각을 하고 임해야 한다. 프랑스는 접고 스위스와 외나무다리에서 승부를 내자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앙리.지단의 마술이 두렵지만 과거에 비해 흔들릴 수 있는 구석이 있고 체력적으로 뛰어난 팀이 아니다. 또 앙리는 일생일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어서 휴식이 부족할 수도 있다. 주눅들지 말고 미드필드에서 패스를 차단하고 우리 플레이를 하면서 최대한 적극적인 경기를 해야 한다.

▶서: 두 가지 점에서 기대된다. 첫째 프랑스는 유로 2004 이후 지단의 팀에서 벗어나려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지단과 마켈렐레 등 지단 일당이 돌아오면서 다시 지단의 팀이 됐다. 문제는 예전 지단의 팀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감독이 지단의 팀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팀 주도권을 잃었다. 바르테즈를 계속 쓰는 것도 지단 일당들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프랑스 기자가 얘기하더라. 그런 내부 알력이 있다. 지단이 스쿼드에 들어온 이상 100% 나올 것이다. 2002년 지단이 안나오니까 팀이 맹탕이 돼 버린 것처럼 이번에도 지단을 잡는 것이 관건이다. 이을용.김남일이 나가서 책임지든지 해야 할 것이다. 둘째 포백이지만 측면이 공격으로 많이 나간다. 수비는 두 명의 중앙수비수와 미드필드의 마켈렐레가 담당한다. 상당히 강해서 한국이 중앙으로 침투해서 골을 넣기는 무척 힘들다. 역습이나 빠르게 넘어가는 것을 활용해야 된다. 윙포워드도 수비쪽에 가담할 수 있는 선수들이 나와야 한다. 이천수가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야 하고 왼쪽에도 박주영 보다는 설기현을 넣을 수 있겠다. 그렇게 해서 몇 차례 역습으로 결정지어야 한다. 전방에는 안정환이 들어가야 될 것이다. 고맙게도 스위스가 첫 경기에서 프랑스를 잡아주거나 비기면 이런 전술이 먹힐 것이다. 프랑스가 스위스를 잡으면 그런 전술 힘들 수도 있겠지만. 프랑스가 우승후보고 강팀이지만 우리도 약팀은 아니다. 한 골 승부로 보고 임해야 한다.

▶사회: 스위스는 어떤가.

▶한: 스위스는 알려진 것 이상으로 강팀이다. 젊은 팀이란 평가가 많이 있지만 요소요소에 적절히 연령이 안배된 팀이다. 센데로스.바르네타.폰란텐 등 약관의 선수가 있는 반면에 2002년 당시에 21세 이하 팀에서 활약했던 프라이.기각스.마그닌이 20대 중반이 됐다. 그리고 당시에 청소년팀에 속하지 않았던 선수들, 포겔과 비키, 뮬러 등이 20대 후반 ̄30대 연령이다. 스위스 입장에서는 황금세대를 꿈꾸고 있는 팀이다. 스위스의 궁극적 목표는 자국에서 개최할 유로 2008이다. 이번 스위스팀이 거의 그대로 유로 멤버가 될 것인데 월드컵이 아주 좋은 예행연습 기회다. 지금 선수들만 해도 센데로스.바르네타 등 어린 선수들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이미 경험을 많이 쌓았다. 또 이 선수들 대부분이 올 시즌 클럽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스위스는 유로 2008을 노리고 절정으로 치닫는 팀이다. 11명을 세웠을 때 특별히 빠지는 선수가 없다. 스위스의 약점을 지적하라면 골키퍼다. 주뵈르뷜러는 유일한 30대 중반으로 노장이다. 터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2-4 패)에서 실점 장면들은 골키퍼의 실책성 상황이 많았다. 신장은 2m에 가깝지만 공중볼 처리가 완벽하지 못하다. 뮬러.센데로스가 지킬 센터백 라인은 순발력에서 최상급은 아니다. 역시 이들의 뒷공간을 노리는 것이 필요하다. 측면 수비수들도 공격 성향이기 때문에 포백의 뒷공간을 노려야 된다. 하지만 뮬러.센데로스 등이 상대수비수에 농락 당한 경우가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드로그바.루니 정도 외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센데로스를 어렵게 만들었던 공격수는 별로 없었다. 골키퍼가 기복이 심한만큼 골키퍼 흔드는 방법, 세트플레이 시에 골키퍼를 흔드는 요령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서: 단기전이기 때문에 중요한 건 전력의 100%을 다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스위스는 강점이 있다. 쾨비 쿤 감독이 청소년팀에서부터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왔고 선수들도 감독을 많이 따른다고 한다. 주전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던 선수를 감독이 내쳐도 반발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팀이다. 예전에 박성화 감독이 김진규 선수가 불같은 면이 있다고 했는데, 피스터 감독은 토고 선수들의 이런 점들을 잘 모를 것이다. 단기전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선수들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선수를 다독거리는 것이 중요한데 이 점에서 스위스는 강하고 안정적이다. 포지션 별로 강약의 차가 크진 않겠지만 한국이 측면 공세를 많이 펴야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프랑스와 달리 공격적인 선수를 배치해야 한다. 스위스가 골을 많이 넣는 경기에서도 많은 공격수가 투입되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가 수비수를 많이 둘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에 예측이 안 맞을 수도 있겠다. 우리 또는 스위스가 이미 16강에서 탈락돼 주요 선수가 안 나올 수도 있다. 스위스가 가장 안정적으로 전력 유지할 수 있는 팀이고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할 팀이다.

▶박: 유로2004에서 프랑스가 그리스에 무너질때 어느 기사 제목이 '프랑스는 개인이 싸웠고 그리스는 조직이 싸웠다'고 했다. 스위스가 프랑스를 상대로 잘했던 것도 그것이다. 핵심 요인은 미드필드, 허리에 있었다. 우리도 2005 청소년 대회때 스위스를 경험해 봤다. 패스가 장난이 아니다. 미드필드 압박과 전개할 때의 패스워크 모두 대단했다. 박성화 감독이 경기 후 패싱게임에 말려들었다고 했다. 미드필더 라인에서 패싱게임을 잘라주고 우리 주도로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 스위스는 전체적으로 체격조건이 좋다. 공격시에는 높이 보다는 스피드로 뚫어야 한다. 센데로스도 그렇지만 데겐도 측면 수비수지만 1m90cm가 넘는다. 그런 선수들을 상대로 높이로 상대하기는 어렵다. 이동국 같이 포스트플레이를 할 선수도 없다. 스위스는 홈 경기와 마찬가지다. 우리의 심리적 중압감을 떨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 스위스의 공격은 스트라이커 프라이가 문제가 아니라 미드필드에서 들어가 골이 시작된다. 미드필드에서 얼마나 싸움을 걸며 끊어줄 수 있느냐와 심리적 경험있는 선수들이 중심이 돼 중압감을 어떻게 떨칠 수 있느냐가 아드보카트 감독의 고민일 것이다.

▶한: 스위스 미드필더 중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는 바르네타다. 2005 세계청소년대회 때 우리가 레토 지글러 얘기를 많이 했다. 바르네타는 지글러처럼 양 측면에 다 나올 수 있는 선수인데 지글러보다 플레이 스타일이 다양하다. 크로스도 위력 있지만 드리블과 개인기도 뛰어나고 윙포워드로 직접 득점도 할 수 있는 선수다. 야킨이 부상으로 안 나온다면 바르네타가 득점을 창조하거나 폰란텐.기각스 등의 움직임을 이용해서 본인이 직접 득점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서: 스위스는 경험이 없는 대신 운이 좋다. 센데로스도 캠벨이 부상당하면서 아스널에서 주전으로 뛰게 됐고, 바르네타도 레버쿠젠에서 잘 뛰고 있으며, 카바나스도 1월에 쾰른으로 이적하면서 경험 잘 쌓고 있는 등 부상당한 프라이 외 다른 선수들은 상당히 많은 경험을 쌓고 있다. 2002년 월드컵 잉글랜드 대표팀과 비슷한데, 노장과 신인 사이의 연령차도 있고 다음 대회 때 더 좋은 성적 낼 거라는 기대감을 준다는 점 등이 비슷하다.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많이 쌓고 있어 잠재력 큰 팀이다.

▶사회: 남은 기간 한국 대표팀이 중점을 두고 보완해야 할 점은. 또 한국은 어느 정도 성적을 낼 수 있을까.

▶박: 중점을 둘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로 전술 완성도 부분이다. 6대4로 수비와 공격 비중을 두고 전술 훈련을 해야 한다. 6주 전지훈련 때도 수비에 중점을 뒀지만 여전히 수비가 중요하다. 6주 훈련동안 수비 변화에 중점을 뒀다면 남은 기간에는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다. 나머지 4는 골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공격전술 훈련을 해야 된다. 아드보카트는 지금까지 한번도 공격 전술 훈련을 하지 않았다. 아드보카트 부임 이후 골 상황을 보면 프리킥 등에서도 개인에 의존하는 공격이었다. 스리톱에 대해서는 아드보카트가 이전 팀에서 충분히 경험해 왔기 때문에 4 ̄5주 정도면 훈련이 가능하다. 두번째는 마지막까지 상대팀에 대한 파악,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다. 막판에도 굵직굵직한 사건들, 잉글랜드의 루니가 다친다든지 하는 일들이 터진다. 토고는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토고 등의 동향과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팀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8강까지 바라본다. 16강에 올라가면 이후 일정이 더 좋다. H조와 16강에서 붙는다. 스페인.우크라이나.튀니지.사우디아라비아다. 스페인과 우크라이나 둘 다 해볼만 한 상대다. 스페인도 이제는 더 이상 '무적함대'라는 수식어가 낯간지럽다. 부상도 많고 그간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 못 올렸다. 한국이 2002년에 고전했지만 꺾어본 적도 있다. 우크라이나도 세브첸코가 있지만 우리가 이길 수 있다.

▶한: 택시에서 말씀을 나누다 보면 많은 분들이 "옛날에는 장기간 많은 준비를 했는데 이번엔 너무 짧은 것 아니냐"며 걱정들을 한다. 그러면 "원래 외국에서는 다 이렇게 합니다"라고 대답한다. 박지성.이영표를 보면 알겠지만 시즌 중에는 전지훈련 참여도 어렵고 5월 중순에야 참여해서 훈련하는 건데 우리는 2002년 당시 특혜를 받은 것이다. 아드보카트는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두 차례 감독생활을 통해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남은 짧은 기간에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 지 아는 사람이다. 소집 이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육체적으로 피폐해 있는 선수들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유럽의 경우에도 소집하면 우선 체력상태 회복시키고 이후에 조금식 컨디션을 끌어올려 월드컵까지 최상의 컨디션 만든다. 두번째로 감독이 "우리가 포백 쓰지만 스리백도 경우에 따라 쓸 것이다"라고 하지만 포백을 기본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수비가 더 필요하면 5백보다 6백이 더 유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기간 포백라인을 기조로 수비를 강화시켜야 한다. 브라질.아르헨티나.잉글랜드.네덜란드 등 우승후보들도 당면목표가 뭐냐고 묻는다면 어떤 감독이든 조별리그 통과라고 말한다. 아드보카트도 목표가 우승이라 말한 적 있다. 모든 팀들의 목표는 우승이지만 '당면목표'는 조별리그 통과다. 이것은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조별리그 통과하고 나면 'Anything happens'이다.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있고 안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단 16강 진출을 당면 목표로 하는 것이다. 프랑스.스위스와 피말리는 접전을 벌이겠지만 우리 선수들 역량을 100% 쏟아부을 수 있다면 16강 진출 전망은 밝다. 그 다음부터는 상대가 누구든 일대일 결투다.

▶서: 16강 이후는 '복불복'이다. 예선에서 1승1무1패 할 것 같고 다른 팀 전적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수비 조직력을 한달 동안 얼마나 다질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세트플레이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숙제다. 또 2002년 지단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유럽파가 이렇게 많았던 적이 없었고 공수의 핵인 박지성.이영표가 이렇게 혹사당한 적도 없었다. 둘 다 1월에 쉬지 못하고 풀시즌을 보냈고 박지성은 여름에 월드컵 예선과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일정에 맨U 아시아 투어를 마치고 리그 경기를 소화했다. 박지성은 체력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그나마 낫다. 이영표는 최근 경기에서 좋지 않다. 강행군의 후유증인 것 같고 월드컵에서 영향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백업 멤버에게 경험 쌓게 해야 한다. 그래서 김두현이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백업 멤버들에게 평가전서 기회를 많이 주면서 기존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게 할 필요가 있다. 시간상 새로운 것을 할 수는 없고 가진 자원 안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박: 결국 맞춤훈련이 되지 않을까. 시간이 짧다보니 상대에 따라 선택과 집중할 것이다. '월드컵에서 3팀 상대로 가장 좋은 성적 낼려면 이렇게 하면 돼'라는 식으로 집중 훈련할 거다. 예를 들어 프랑스.스위스전에서 박지성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놓을 수도 있다.

▶사회: 예상 우승팀과 활약이 기대되는 스타플레이어를 꼽자면.

▶서: 브라질.이탈리아가 우승 후보다. 애초 루니를 기대했는데 부상 때문에 힘들어졌고 메시.호나우디뉴.이천수에게 기대를 건다.

▶박: 브라질.독일.이탈리아 중에 우승팀이 나오지 않을까. 잉글랜드는 전력의 3분의 1이 넘는 루니가 다쳤으니까 힘들 거다. 브라질은 전력이 화려하고, 이탈리아는 수비를 잘하고, 독일은 안방인데다 단기간 경기에 워낙 강하다. 가장 두각을 나타낼 선수는 호나우디뉴다. 절정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골든볼은 우승팀이나 4강 이상 팀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가능성이 높다. 메시는 약간의 부상 후유증이 있다. 독일의 포돌스키도 주목할 만하다.

▶한: 1순위 브라질, 2순위 아르헨티나, 3순위 잉글랜드다. 그 외 대여섯개 강호들도 경합할 것이다. 잉글랜드의 확률은 루니가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감소될 수밖에 없다. 토너먼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경기 흐름을 좌우하면서 질 경기도 비기게, 비길 경기도 이기게 만들 선수가 존재해야 한다. 2002년 브라질도 모든 경기 내용이 좋지는 않았다. 벨기에전은 안 좋았다. 그럼에도 마술사가 있으면 우승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브라질을 꼽는데 주저할 수 없다. 호나우디뉴가 절정이고 호나우두.아드리아누.카카.호비뉴.주니뉴 등 한둘이 부진해도 마술사 수의 법칙에 의해 브라질이 강력한 우승후보다. 아르헨티나가 브라질을 꺾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럴려면 메시가 스타가 돼야 된다.

▶사회: 월드컵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박: 이 이상 더 즐길 수 있을까.(웃음)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마음은 기본이다. 2002년과 유로2004 등 국제대회 이후에 우리나라에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 한국대표팀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보이기 시작했고 다른 나라 축구팀도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축구의 참맛을 알아가고 있다. 우리 대표팀 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와 팀을 만들어 응원하라고 권하고 싶다.

▶서: 생활 패턴을 바꿔라. 축구는 라이브이기 때문에 월드컵 때만큼은 밤에 일어나서 경기를 봐야 된다. 혼자 있지 마라. 축구는 혼자 관찰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K-리그가 재미없는 것은 관중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2부, 3부리그를 보면 경기 내용은 형편없어도 관중 꽉 차면 분위기 때문에 재밌다. 아버지라도 깨워서 같이 보라. 반 니스텔로이는 이제 국민 삼촌이고 루니는 국민 남동생이다. 히딩크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런 이들의 경기를 찾아보며 즐겨라.

▶한: 한국팀 이외에 좋아할 팀 만들어야 되는데, 이제는 우리도 유럽 리그를 많이 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클럽팀에서 보던 선수들을 국가대항전에서 보는 것은 색다를 것이다. 늦은 시간이지만 여럿이 어울려서 국가대표 축구의 참맛과 아울러 클럽 축구의 참맛도 느끼기 바란다. 그러면 결국 K-리그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리=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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