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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폐업률 90% … 국세청 “569만 곳 세무조사 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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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일 세종시 한 아파트 앞 상가 대부분이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 이날 국세청은 자영업자에 관해 세무부담 축소 및 세정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16일 세종시 한 아파트 앞 상가 대부분이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 이날 국세청은 자영업자에 관해 세무부담 축소 및 세정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569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내년까지 ‘저승사자’와 같은 세무조사를 받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국세청이 영세 자영업자 등을 내년까지 세무조사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해서다.

소상공인 포함 내년 말까지 유예 #문 대통령 “획기적 부담 완화” 지시 #신고 확인절차 부담 줄이는 효과 #당정은 내주 임대료 완화 등 발표

실제로 세무조사를 받는 영세 자영업자는 많지 않지만 세무조사 면제라는 ‘심리적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16일 서울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세무부담 축소 및 세정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생업을 위해 세무조사 유예 면제 등 세금 관련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라”며 국세청에 대책을 지시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밝혔다.

골자는 간단하다. “내년까지는 세무 검증 부담을 없애주겠다”는 것이다. 전체 개인사업자의 약 89% 수준인 519만 소규모 자영업자와 전체 법인의 70%에 해당하는 50만 개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 이미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국세청이 통지한 경우 해당 납세자가 유예 신청을 하면 조사를 연기할 수 있다. 세무조사 못지않게 영세 사업자에게 부담을 주는 신고내용 확인 절차도 역시 내년까지 하지 않는다. 법인세·소득세 등을 제대로 신고했는지에 대해 내년까지는 별도로 따지지 않겠다는 얘기다.

한승희. [연합뉴스]

한승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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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중 연 수입이 6억원 미만인 도·소매업자, 3억원 미만인 제조·음식·숙박업자, 1억5000만원 미만인 서비스업자 등이 대상이다. 업종별로 연 매출이 10억~120억원 이하인 법인도 세무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부동산임대업이나 유흥주점과 같은 소비성 서비스업은 세무조사 면제 대상에서 빠진다.

국세청은 또 내수부진·고용위기·지역경제 악화 등으로 경영상 애로가 큰 자영업자 등에 대해 납부기한 연장, 징수유예 등을 실시한다. 아울러 국세청에 ‘혁신성장 세정지원단’을 설치하기로 했다. 스타트업·벤처기업에 대해 성장 단계별 맞춤형 세정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한승희 청장은 “우리 경제의 뿌리인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이 세무검증 걱정 없이 사업에만 전념하도록 지원하겠다”며 “정부의 민생안정 정책을 적극 지원하는 차원에서 이번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업자 수는 772만6000명이다. 지난해 세무조사 건수는 1만7000건 수준이다. 실제로 세무조사를 받는 사업자는 미미하다는 얘기다. 이번 대책으로 세무조사 건수 자체가 크게 줄지는 않는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청장은 “세무조사는 물론 신고내용 확인 절차 자체가 영세 사업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인데 이를 덜어주는 것도 큰 효과가 있다”며 “신고내용 확인 건수가 50% 줄어드는 실질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고 내용 확인 건수는 약 2만 건 이었는데 올해와 내년엔 연간 1만 건 정도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와 별도로 정부와 여당은 다음주에 자영업자 종합 지원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자영업자에 대한 임대료 완화와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 개인 음식점에 대한 세 부담 축소 등이 담길 예정이다.

하지만 세무조사 면제 및 세 부담 감면과 같은 대책만으로는 폐업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무너진 자영업 생태계를 복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자영업자에게 성장판을 열어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무조사 면제와 같은 일회성 혜택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혁신 성장 의지를 북돋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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