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해명에 폭탄선언 없다"|청와대-민정당-연희동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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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전 회담이 무산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독자해명 쪽으로 방침이 정해지자 청와대측은 해명내용과 그 이후의 조치에 관해 전적으로 연희동 쪽의 결심과 해명내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
한 소식통은 『그 동안 해명방법과 내용에 관해 청와대의 시각이 충분히 전달됐고 전씨 자신이 민심의 흐름과 시국의 중대성을 잘 알고 있을 테니 지금 우리는 조용히 기다려 보는 입장』이라고 말하고 『최종 결단이 내려지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 17일 오후에 발표가 없으면 내주로 넘어갈 것으로 예측.
소식통은 또 『언론에 청와대와 연희동 양측간에 갈등과 대립의 인상을 준 것은 사실이나 누구도 연희동 전씨 본인의 의중을 알기 어려워 시인도 부인도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
소식통은 이어 전씨의 독자 해명내용이 국민여론과 지나치게 빗나가거나 진실성 여부에 의심을 받게될 때 국회 여야의 조사나 또는 다른 방법으로 조사를 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거기에 관한 청와대의 입장이 무엇이냐 보다는 오늘의 현실이 무엇이고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무엇이냐를 생각해야한다』고만 밝혀 그후의 조치가 가변성이 있음을 시사.
소식통은 발표내용을 보고 청와대가 어떻게 하겠다는 확고한 방침이나 정리된 입장이 현재로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연희동 측이 독자 해명안을 작성했을 때 청와대와 사전협의를 해 줄 것이냐에 대해서는 『연희동의 마음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대답.
이 소식통은 『청와대측은 전씨가 해명내용에 역사의 흐름과 민심의 향방을 감안한 내용이 담겨져야 하며 우리는 거기에 관해 흥정이나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연희동 측이 독자해명을 하기로 한 것은16일 오전 전씨와 안현태· 민정기씨 등이 참석한 연희동 대책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됐다는 후문.
연희동 측은 이날 회의에서 그 동안 재산문제 등을 놓고 실상과는 달리 청와대와 마치 흥정을 벌이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데다 정부여당 측이 이 같은 모습을 부각시킴으로써 족쇄를 채우려하고 있다는 판단아래 전씨 자신의 사과와 해명은 청와대와의 협상이 아니라 국민과의 협상이라는 대 원칙을 세우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
특히 노 대통령 귀국이후 청와대측이 별다른 신호를 보내지도 않고 면담 자체에 대해 소극적 인상을 보여와 연희동 내에서 이미 독자해명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것.
특히 최근 들어 전씨 자신이 완전히 마음을 비웠다는 인상을 짙게 풍겨왔고 얼마 전에는 이순자씨가 재산문제를 얘기하다 눈물까지 흘린 적이 있어 오히려 국민을 상대로 톡 까놓자는 분위기가 고조됐다고 연희동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이 전언.
전씨는 15일 밤 가족 및 안현태·민정기씨 등 참모들과 저녁식사를 하다가 잠깐 자리를 비우고 노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왔으나 통화내용은 커녕 전화가 왔다는 사실조차 식사 참석자들에게 밝히지 않고 16일 아침에서야 참모들에게 전화통화사실을 밝혔다는 것.
그러나 노-전 전화통화는 청와대측의 주장과는 달리 극히 일상적인 인사말 정도만 주고 받았을 뿐 전씨 문제처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면담에 대한 얘기는 일체 없었고 통화시간도 아주 짧았다는 것.
따라서 면담자체는 애초에 청와대로부터 연희동 쪽으로 제의가 되기도 전에 소멸됐다는 연희동 주변사람들의 설명.
연희동 측은 16일 회의에서 독자해명의 원칙을 정한 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대강의 윤곽을 논의했는데 대체로 국민들을 납득시키고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 있는 선에서 가급적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의견을 접근.
특히 전씨의 집권초반기에 있었던 몇 가지 불미스런 사태에 대해서도 충분한 유감의 뜻을 밝히기로 했으며 재산문제에 있어서도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수준에서 「상당히 진전된 내용」을 포함시키기로 했다는 후문.
다만 정치자금 문제에 있어서는 주머니에 없다는 것이 확실한 사실이고, 이 문제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다는 판단아래 없는 것이 확실한 만큼 아예 얘기를 꺼내지 않기로 잠정 결정.
이와 관련, 연희동과 정부·여당의 분위기를 잘 아는 여권의 한 소식통은 『정치자금문제는 대통령선거와 총선을 치르면서 어느 당을 막론하고 돈을 쓴 게 사실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전씨 개인재산문제인데 이 문제는 시중에 소문이 쥐새끼를 고릴라라고 과대포장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해 전씨 자신의 재산은 그리 많지 않음을 시사.
연희동 측 관계자는 『아직 준비가 덜 끝났다』며 독자해명시기가 미뤄질 것을 예고하면서 『서두르고는 있으나 다음주로 넘겨질 수도 있다』고 설명.
이 관계자는 『독자해명의 방침이 정해진 이상 청와대측과 밀고 당기고 할 것도 없으며, 우리 방침대로 나갈 것』이라고 했는데 『폭탄선언 같은 것은 없다』고 딱 잘라 해명.
관계자는 『처음부터 그런 내용이 없었는데 언론에서 유추한 것 같다』며 『우리가 남을 물고 들어가는 내용은 없다』고 설명.
그는 재산헌납 등 해명의 내용에 있어서 청와대측 견해가 있는 모양이나 우리대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그 내용이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충격적일 수 있다』고 했다.
『공은 이제 청와대로 넘어갔다』며 별반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여유(?)를 과시하던 민정당 지도부는 노·전 회담도 결렬되는 등 상황이 다시 난국으로 빠져들자 16일 밤 다시 「작전」을 개시.
박준병 사무총장·김윤환 총무 등 그 동안 대 연희동 접촉을 주도해 오던 핵심 당직자들은 이날 밤 전씨 측근들과 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러졌는데 당사자 측들은 부인하는 분위기.
16일 「노-전 회담무산」등의 소식이 당사에 전해져도 별로 감정상 동요를 보이지 않은 채 『잘 될 것』 『나는 낙관론을 가지고 있다』며 모종의 「안전장치」가 있음을 암시한 박 총장은 『연희동 문제는 이제 나와는 상관없다』는 공언과는 달리 청와대 및 연희동 측과 은밀한 접촉을 시도.
박 총장·김 총무와 연희동 측근과의 교섭시도는 연희동 측의 독자노선 방침이 원체 확고해 별반 열매를 맺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한 소식통은 『연희동 측이 「독자노선」이란 방침을 선언한 듯 하다』고 전하면서 『당 측에서 끝까지 설득노력을 벌이면서 막판협상을 벌이지 않았겠느냐』고 추측. <허남진·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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