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무거운 귀국발걸음|부재중해결 빗나가|연희동 담판·야당 결단촉구에 당혹|「전씨부담」떠맡은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아시아·태평양 4개국 순방을 마친 노태우대통령의 귀국발걸음이 어느때보다도 무거운것 갈다. ·
이처럼 귀국길이 편치않은것은 두말할것없이 국내정치 상황이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치닫고 있기때문이다.
10여일이상 대통령이 국내를 비우는것이 어쩌면 문제해걸의 절묘한 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떠날때의 분석들이 적어도 이시점에서는 빗나가고 있지않느냐는 것이 노대통령 주변의 느낌인것 갈다.
노대통령이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골치 아프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것으로 봐 국내문제가 예상대로 잘풀려가고 있지않음읕 쉽게 짐작케한다.
정부·여당 일각에서 노대통령의 해외순방을 5공비리청산등 국내정치의 긍정적 계기로 만들어 보자는 움직임이 있었던건 사실이다. 특히 전두환전대통령문제에 관한한 노대통령이 없는 사이에 피차 꺼내기 곤란한 부분에 모종의 매듭이 지어지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말하자면 국회청문회와 학생들의 요구등이 적절한 압력수단으로 작용해 우선 전씨에게 현실적인 해결책을 택하게 함으로써 전씨에 대한 노대통령의 개인적 부담도 덜고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이갈은 희망적 기대는 생전 처음 경험한 국회청문회의 생중계가 준 엄청난 충격으로인해 여지없이 무너져내리고 정부·여당을 새로운 시험대에 밀어넣은 형국이 되고말았다.
노대통령이 여행중 일체 국내문제는 언급치 않았지만 13일의 귀국회견에서 두가지의 힌트를 읽을수 있었다.
첫째 노대통령은 5공비리문제가 이처럼 악화된것은 언론의 무절제한 보도탓이 크다고 보는것 같았으며 둘째 자신의 부재중 국내에서 조성된 분위기가 상당히 심상치않은 쪽으로 가고 있다는 감을 풍겼다.
노대통령의 측근들은 이제 전씨문제는 노대통령의 결단에 속하는 사항이고 마치 노대통령이 귀국만 하면 중대결단을 하거나 쾌도난마의 해격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식의 정치권의 촉구와 언론보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여야, 그리고 연희동쪽에서 그의 귀국만을 기다리고 있는것과는 달리 노대통령의 5공비리처리에 관한 기본인식은 크게 변한것이 없어 보인다.
다시말해 귀국을 하더라도 곧 무슨 결심을 하거나 극적인 발표를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며 전씨와의 만남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것이란 인상을 풍겼다.
전씨와 담판성 만남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며 전씨가 스스로 문제를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에서 해결한뒤가 아니면 직접개입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인듯 하다.
그러나 정치보복은 않겠다던 야당이 전씨에 대한 직접수사를 요구하면서 노대통령의 결단을 강요하는판에 자기 페이스만 지킨다는것은 무척 어려울 것이며 「나락」에 떨어져 그와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전전대통령을 언제까지 외면만 한다는것도 쉽지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해결이 늦어지고 어려울수록 노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드세어 질것이며, 그로인한 부작용은 중간평가등 노대통령의 정치프로그램 전반에 영향을 미칠것이라는 점에서 노대통령의 인내와 결심의 시점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전육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