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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과 같아지는 대입제도, 수능으로 7만명 더 뽑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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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호 12면

국가교육회의는 대입제도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와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대입특위)의 의견을 받아들여 교육부에 정시모집의 수능위주선발비율을 현행보다 확대할 것 등을 지난 7일 권고했다. 현재 중3이 응시하는 2022학년도에서다. 얼마나 늘려야 할지 정확한 비율은 교육부에 권고하지 않았다.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시민참여단은) 지금 정시 비율은 너무 낮아 확대가 필요한데 45%는 과하지만 평균이 39% 정도 나왔으니까 이 정도 비율은 확대하라고 답을 줬다”고 말했다. 공론화위가 시민참여단 4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수능위주전형의 적정수준 평균은 전체 모집인원의 39.6%다.

국가교육회의 권고 따른 2022대입 분석 #서울대 수능 선발 인원 647명 늘어나 #수능 확대 전체 213개대 중 205개대 #정시모집 어려운 지방대엔 치명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조치” #수시 특기자·논술 전형 우선 줄일 듯

교육부가 이런 의견을 받아 수능위주전형 확대를 대학에 요청한다면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 중앙SUNDAY는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대입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대입변화를 추정했다. 현재 전국 213개대(4년제대)가 지난 5월 대교협에 제출한 대입 자료는 고2 학생이 치르는 2020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이다. 전국 대학의 수능위주전형 선발 비율(인원)은 19.4%(6만 7403명)이다. 공론화위가 밝힌 적정비율엔 20.2%포인트 모자란다. 전국 대학이 여기에 맞춰 향후 2년 동안 선발비율을 끌어올린다면 7만 352명을 수능위주전형으로 더 뽑아야 한다. 정시모집 선발 비율이 전체 모집인원의 39%를 차지했던 시기는 2012학년도 대입이다. 2022학년도 대입은 정확하게 10년 전인 2012학년도 상황과 유사해진다.

당장 서울대는 수능위주전형 선발인원을 2020학년도 684명에서 두 배 가까운 1331명으로 늘려야 한다. 연세대(서울)도 1001명에서 1465명으로, 고려대(서울)도 662명에서 1649명으로 수능선발인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간 고려대는 해마다 수시모집 비중을 키웠다. 앞으로는 수시를 축소하고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수능위주 선발 비율 39%까지 확대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들 대학처럼 수능위주전형 선발 인원을 늘려야 하는 대학은 전체 213개대 가운데 205개대다. 수능 선발 인원을 급격하게 늘려야 하는 대학 10개 중 8개는 지방대다. 대구대는 수능위주전형으로 2020학년도에 비해 1463명을 더 뽑아야 한다. 인원만 따지면 가장 많다. 백지원 대구대 입학처장은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늘리는 게 지방 사립대의 입장에선 쉬운 게 아니다. 수시에 합격한 학생은 정시 지원을 못하게 돼 있어 수시가 학생 확보에 도움이 돼 수시 모집을 늘려왔다”고 말했다.

저출산의 여파로 고교생 숫자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 모집난을 겪고 있는 지방대에게 교육부의 정시모집 확대 요구는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정시모집 인원을 늘리다가 정작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지방에서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 있어서다. 국가교육회의도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늘리되 모집난을 겪고 있는 대학은 예외로 적용한다는 단서 조항을 교육부 권고안에서 넣기도 했다.

대학들이 모집요강을 통해 뽑겠다고 밝힌 정시 선발계획인원보다 실제 선발인원이 더 많다. 수시모집에서 뽑지 못한 인원(수시이월인원)이 정시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수시 합격자 발표는 정시 원서접수 이전에 한다. 수시 복수합격자가 빠져나가면 대학은 미리 확보한 수시 예비합격자들을 순서대로 추가합격시킨다. 충원을 하는 것이다. 그래도 추가합격인원이 바닥이 나 더이상 충원이 불가능해지면 그 인원이 정시모집으로 넘어오는 것이다. 수시이월인원은 해마다 3만 명 가량 발생한다. 대학은 수시이월인원을 따로 발표하지 않지만 이 인원이 많은 대학은 수험생의 선호도가 낮은 지방대다. 복수합격자가 빠져나가는 지방대가 수시이월의 피해를 보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사립대 입학처장은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한 인원을 정시로 이월시킨다 하더라도 정시에서 이들 인원을 전부 선발할 수 없고, 수능 성적 없이도 입학 가능한 모집 전형이 지방에선 대부분인데 국가교육회의나 교육부가 수능위주전형 인원을 늘려 뽑으라고 말하는 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조치”라고 말했다.

재수생·검정고시생에겐 기회 될수도

대학이 정시모집 인원을 늘리려면 수시모집 인원을 줄여야 한다. 2020학년도 수시모집 인원은 26만 8776명. 2022학년도에선 19만 8424명이 되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축소가 예상되는 수시모집 전형은 특기자전형과 논술전형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박춘란 교육부차관이 수도권 사립대 총장들에게 전화를 돌려 정시모집 인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을 때 대학들은 특기자전형이나 논술전형 인원을 줄이는 대신 이 인원만큼 정시모집을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수시모집의 대표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학생부교과전형(교과) 등도 수시 축소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경희대는 2020학년도에서 학종으로 2223명을 뽑는다. 이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학종 선발을 위해 전국 고교를 찾아가거나 각 고교의 교육과정을 분석해왔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대학들은 교육부 방침에 맞춰 수시모집의 특기자 전형과 논술 전형 인원을 줄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시모집 선발비율을 39%까지 급격하게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시가 축소되고, 정시에서 수능위주전형이 확대되면 수능을 잘 봐서 대학에 가려는 재수생 이상 N수생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권오현 서울대 사범대 교수(전 입학관리본부장)는 “정시는 패자부활전의 의미도 있으며, 재수생 또는 검정고시생 등에게 기회를 준다는 측면이 있어서 그동안 서울대는 정시 비율을 20%이하로 줄이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했다”며 “수능위주전형 선발 인원이 늘어나면 합격자 중 재수생 비율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22학년도 대입에서 수능 국어와 수학과목을 제외하곤 다른 과목이 모두 절대평가로 치러지게 된다. 수능위주전형 확대는 N수생에겐 기회가 되나 절대평가 확대에 따라 동점자 수 증가로 인한 점수 경쟁은 여전할 수 있다.

현재 수시모집에선 수험생이 총 6곳의 대학에 원서를 낸다. 경희대 임 책임입학사정관은 수시 축소에 대해 “고교 학생부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수시모집에서 원서 쓸 곳이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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