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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선수냐 호통」에「증인님 아첨」도|"전씨보다는 내가 위로받아야"|"국민위해 지구촌서 사라져라"|"통치권자말 총칼보다 무섭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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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회5공특위의 일해재단에 대한 청문회는 의정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TV생중계로 국민들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으며 사실확인이라는 청문회 본래의 기능도 어느정도 살렸다는 평이다.
5공특위가 2차례의 4일간에 걸친 일해청문회에서 의원들과 증인들간에 오간 말의 성찬을 추적해 청문회가 남긴 여러 문제점을 다시 점검해봤다.
일해재단의 전두환씨 전용화문제는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것으로 결국「전씨전용시설화」로 결론이 내려졌다.
야당 의원들은 사용화문제와 함께 호화시설등을 집중 성토했다.
『일해는 전두환씨가 종신집권을 위해 양두구내격으로 만든기관이 아닌가.』(손주항의원·평민)
『일해재단은 「포드」나 「나카소네」를 불러서 광내는 곳.』(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
『일해재단 이사장직을 맡은데 대해 ×묻은 감투를 왜 쓰느냐는 사람도 있었다.』(정주영씨)
『일해재단 후견인으로서 지금의 심정은 착잡하다. 70평생에 이렇게 참혹하게 되고보니 죽고싶은 생각 뿐이다.』(류찬우풍산금속회장)
『일해재단은 을지문덕이나 세종대왕의 명칭을 땄으면 더좋았을텐데….』(장치혁고려합섬회장)
『일해에 있는 비단잉어 한번 소독시켜주는데, 예를 들면 세수시켜주는데 1백14만원씩 들어간다 이것입니다.』(김동규의원·민주)
전전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 증인들중 장세동·안현태전청와대비서실장은 여전히 의리와 충성심을 보였으나 재계측 증인들은 한결같이 부끄럽다는 식으로 나와 권력이라는「시류」에 민감한 기업인들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전씨를 아직도 따르는 것은 증인의 정치철학 때문인가, 아니면 의리 때문인가.』(노무현의원·민주)
『의리 때문이다.』(안현태씨)
『정치철학에 대한 부분적 존경심은 있는가.』(노의원)
『나에게는 정치철학이 없으니 묻지 말아달라.』(안씨)
『대통령과 가까운·위치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경호실장이 무한대의 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생각하는 현실이 슬프다.』(안현태씨)
『전두환씨에 대해 관심도 갖고 싶지않고 잊어버리고 싶을뿐이다.』(정주영씨)
『전두환이를 찾아가 위로할 생각은 커녕 내 자신이 위로받아야 할 입장이다.』(류찬우풍산금속회장)
『일해의 성격, 설립자가 누구인지 다 아는데 누가 감히 돈을 옆으로 흘리겠는가.』(이종원전법무장관)
『통치권자의 말 한마디는 총칼보다 더 무섭다.』(양정모씨)
야당의원들은 기업인 상대의 신문에서 기부행위가 정경유착의 한 형태가 아니냐는 점을 집요하게 추궁, 입증하려했으나 기업인들은 특혜를 받은바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완강히 부인해 심증은 가나 물증을 못찾은 격이 됐다.
『청와대 관광담당 김종구비서관이 수차 전화를 걸어 「골프장을 준공했으면 각하를 찾아봐라」고 해 골프장이 준공되면 돈을 갖다줘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양정모씨)
『아산만 간척지는 정부의 특혜가 아니라 자연의 특혜다.』(정주영씨)
『첫 모금이외에는 정부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기 위해 냈다. 기업가도 권력을 거 슬수없다.』(정주영씨)
『돈이란 것은 낼때 좀 힘들지만 일단 내고나면 잊어버려야지 후회해서 뭐하나.』(정주영씨)
『권력이 퇴조하자 소신을 밝히는 것 아닌가.』(노무현의원)
『대단히 미안하지만 우리는그런 용기를 갖지 못했다.』(정주영씨)
『시류에 따르지 않을수 없다는 정주영회장의 발언은 청소년의 가치관에 미칠영향이 의심스럽다.』(노무현의원)
장세동씨를 상대로 한 신문에서 평민·민주당의원들은 장씨가 월간지 회견에서 『두김씨중 한김씨는 전전대통령의 도움을 받았다. 내가 입을 열면 난장판이 된다』고 한 발언과 관련, 서로 그 한김씨가 자기당총재가 아님을 밝히기 위해 떠넘기기식의 유도성질문을 벌여추태를 벌였다.
그러나 국민들의 지탄만 받았을뿐 아니라 그 한김씨가 누군가라는 강한 의혹만 증폭시켰다.·
『두김중 한김이 전씨로부터 인간적인 배려를 받았다고 했는데 5공화국초반기에 김대중 총재가 외국에 갈때 도와줬다는 거냐, 김영삼총재가 단식하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을때 좋은주사를 놓아주라고 도와줬다는 거냐.』(심완구의원·민주)
『전두환씨는 연희동에 살고, 나도 연희동에 살고 온세계의 이목이 연희동에 집중해있는데 당신(장세동씨)은 서초동에 살면서 월간지 회견을 통해 나는 아무 죄도 없고 살만 찐다고.
전씨가 그렇게 욕먹기전에 당신(장세동씨)이 전두환이보다 먼저 총맞아 죽어야하고, 자결해야 되는데…살아있음을 고맙게 여겨야지…뭐, 살이 찐다고.』(손주항의원)
『장세동이가 사람이야… 엇따대고 거짓말 하고있어, 진짜 이렇게 나올래. 세상에 이런 무식한 놈이 어디 있어. 니까짓게 어따 대놓고 방자하게…네놈이뭐야, 니가 권투선수야. 누굴 칠려고 하는거야.』(김동규의원·민주)
『우리국민이 불행해지지 않기위해 귀하(장세동씨)가 지구촌에서 사라질수밖에 없다. 핵폭탄을 안고 있는 심정으로 어떻게 살아간다는 말이냐. 사라질 사람은 바로 귀하다.』(김봉호의원)
『그분을 위해, 나 자신을 위해, 우리 전체를 위해 말하지않겠다.』(장세동씨)
이번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증인들에게 보인 이중적 양태, 즉 장·안전경호실장등에 대한 인신공격과 정주영·양정모씨등에 대한 아부성 신문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반말과 비·속어, 경칭과 찬사가 난무한 청문회를 본 결과 다음 청문회부터는 모든 증인이 동일한 인격적 대접을 받는 가운데 엄격한 사실확인만하는 청문회 본래의 기능이 정착되어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게 좋은 일을 하면서 오해가 있을까봐 기부금을 비밀리에 관리했다는데, 도대체 오해가 무어냐. 그러니까 당신은 돌대가리란 말이야.』(김봉호의원)
『석학인지 박학인지 알수 없지만 어찌 당신같은 사람(최순달씨)이 장관을 덥썩 맡고이 사장을 했느냐.』(박실의원·평민)
『솔직이 증언해주신 「증인님」의 결단에 고마운 생각이 든다.』(김봉호의원)
『고향의 대선배를 증인이라고 불러 죄송합니다.』(홍희표의원·무)
『양정모회장님,꼭 기업을 도로 찾으시기 바랍니다.』(김종식의원·공화) <이연홍·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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