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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암호해독 중인 특검···"4자리 푸는데 9시간 걸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KMㆍJMDS 등 알파벳 암호에 드루킹 생일까지 '키워드 대입'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수사 기간이 16일 남은 9일까지도 암호 해독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KKM’, ‘JMDS’ 등의 키워드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보안용 휴대용저장장치(USB), 암호가 걸린 컴퓨터 파일 등의 암호를 풀고 있다.

특검팀, 추가 증거 확보 위해 암호 해독 계속 #KKMㆍJMDS 같은 알파벳 암호에 #드루킹 생년월일까지 '키워드 대입'

암호 해독에 이용되는 문자 KKM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약자, JMDS는 ’드루킹‘ 김동원(49·구속)이 신봉한 중국 도교의 점성술서 자미두수의 영어 약자다. 특검팀은 드루킹·둘리·초뽀 등 경공모 핵심 회원들의 닉네임, 드루킹의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도 키워드로 등록해 암호 해독에 활용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의 댓글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허익범 특검에 재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의 댓글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허익범 특검에 재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팀이 수사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까지 암호 해독에 힘을 쏟는 이유는 추가 증거, 즉 혐의를 확실히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드루킹이 제출한 USB에서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 간 ‘시그널’ 대화 내용과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 관련 자료가 나오긴 했지만, 김 지사는 특검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드루킹 일당과 관련 있는 키워드를 만들기 위해 특검팀은 경공모의 특성과 회원들의 신상 정보까지 꼼꼼하게 파악했다. 지난달 최득신 특검보는 “이러한 방식으로 암호 해독 전문가들이 16자리 암호를 해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난수 암호 해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수사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었다. 일반적으로 난수는 규칙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0000’부터 모든 숫자, 영어 대·소문자, 특수문자를 대입하는 수밖에 없어 천문학적인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숫자와 문자를 무작위로 대입할 경우, 고성능 컴퓨터(워크스테이션) 한 대 기준으로 4자리 암호를 푸는 데 9시간이 걸린다. 암호가 8자리일 경우 해독하는 데 최대 12만년이 필요하다.

포렌식 전문가인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학장은 “최근에 나온 보안 USB들은 해킹 방어 시스템이 갖춰져 비밀번호를 일일이 대입하는 수밖에 없다”며 “해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60일이라는 수사 기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워크스테이션을 가동하고 있다. 포렌식팀이 퇴근한 이후에도 워크스테이션이 자동으로 암호를 해독하게끔 설정해놓는 방식이다. 외부기관에도 의뢰해 암호화된 증거의 절반가량을 해독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과 경공모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드루킹이 제출한 USB의 내용은 경찰 단계에서 확보한 자료와 거의 동일하다. 결정적 증거가 없다면 김 지사가 9일 2차 소환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결정적 증거를 찾기 위한 암호 해독을 지속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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