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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각으로 본 「여성의 삶」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거울을 열고 들어가니 거울안에 어머니 앉아 계시고
거울을 열고 다시 들어가니
그 거울안에 외할머니 앉으셨고
외할머니 앉은 거울을 열고
문턱을 넘으니
거울안에 외증조 할머니 웃고 계시고
모든 내 어머니들의 어머니
조그만 어머니를 들어올리며 말하길
손가락이 열개 달린 공주요!
이상은 시인 김헌직씨의 시 『딸을 낳던 날의 기억』중 일부. 외고조할머니·외증조할머니·외할머니·어머니·자신, 그리고 딸로 출산을 통해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스러운 여성의역사가 새겨져 있다.
이처럼 여성특유의 시각으로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여 열린 의식의 사회를 지향하기 위한 일련의 여성시인과 화가들의 공동작업인 여성해방시와 그림의 만남이 「우리 봇물을 트자」는 주제로 11∼17일 인사동 그림마당 민에서 열린다.
문화 동인그룹「또 하나의 문화」가 주관하는 이번 시와 그림전에는 10명의 시인과 3명의 화가, 1명의 사진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시인은 강은교·고정희·김혜순·김승희·노영희·천량희·차정미·김경미·공지영·이성애씨, 화가는 김진숙·윤석남·전정엽씨, 사진작가 박영숙씨가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 1년여동안 오늘날의 한국의 가부장적인 남성지배의 문화를 남녀가 동반자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기 위한 일종의 페미니즘 예술 정립을 위해 함께 모여 대화하고 토론한 내용을 중심으로 창작한 시와 그림과 사진 총 40여점을 선보인다.
여기에 출품된 시는 여인의 역사라 할 김혜순의 『딸을 낳던 날의 기억』을 비롯하여 고정희씨의 여성노동충사『즈믄 가람 걸린 달아』, 천양희씨의 『위하여 』, 김승희씨의 『나혜석 콤플렉스』등이다.
또한 전시 기간중 3일간은 여성해방 기원제, 슬라이드 쇼, 남성문화와 가부장제에 관한 토론회등이 베풀어진다. 11일 (오후7시) 한마당에서는 여성해방 축원제, 시낭송과 그림마당, 박찬응씨의 창과 해방춤등의 행사가 열린다.
12일 (오후 3시)두 마당은「남성지배문화의 극복의 미학」에 관한 슬라이드쇼 사회는 조혜정씨 (연대교수·사회학)가 맡는다. 16일 (오후 7시) 세마당에서는「남성문화와 가부장제」를 주제로한 토론회가 열린다. 최원식(문학평론가)·성완경 (미술평론가) 씨가 발제강연을 한다. 사회는 조옥나씨 (서강대교수·인류학). < 박금옥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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