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노선 걷는 실무형 지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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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반의 예상대로 1백52년만에 현직부통령에서 41대 미국대통령으로 당선된「부시」(64)는 온건·중도노선의 현실주의자다.
「레이건」대통령이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지니곤 숲을 보는 정치가라면 「부시」는 성실·공정하고 절도가 있는 실무관료형 정치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동부명문가의 앵글로색슨인 「부시」는 명문 사립학교와 가정교육을 통해 필요이상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을 키웠으며 팀웍의 중요성을 익혔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인간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부시」는 20여년의 정치경력중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지 못한 정치인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하원의원(텍사스주)으로부터 유엔주재대사·CIA(중앙정보국)국장 및 부통령에 이르는 그의 공직생활을 통해 그는 정해진 방침에 따라 열심히 일하는 충직한 인물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다.
「레이건」대통령 밑에서 8년 동안 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자신의 의사나 나름대로의 원리원칙을 제대로 한번도 제시한 적이 없으며 상상력이나 창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 그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평범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이데올로기보다는 실용주의와 야망을 좇는 「부시」를 백악관의 전 동료들은「열렬한 중도주의자」라고 부른다.
「부시」의 선거공약은 대체로「레이건」의 정책을 따르고 있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의 후보수락연설에서도 자신은 「레이건」대통령의 충실한 막료로서 추진해온 지난 8년간의 경제·외교업적을 계승, 발전시킬 것임을 천명했다.
따라서 그의 취임으로 미국의 대내외 정책이 크게 달라지리라고는 예상되지 않지만 그의 통치스타일은 「레이건」과 확연히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레이건」의 스타일이 참모진중 가장 강력한 사람이 정보를 취합해 이를 보고하는 것이라면, 대통령이 모든 보좌관들과 함께 문제를 직접 논의하는 형태가 「부시」스타일이 될 것이다. 「부시」는 자신의 막료외의 외부인사들로부터도 전문적인 견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최초의 CIA국장출신 대통령인 「부시」는 l924년6월12일 매사추세츠주 밀턴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 입학허가를 받았으나 입학을 연기, 해군에 입대했다.
45년 맥콜지 발행인의 딸인「바버러·피어스」와 결혼한 후 48년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공부, 3년만에 우등으로 졸업했다.
독자적인 사업을 꿈꾼「부시」는 그 후 텍사스주로 이사, 석유회사를 설립한 후 사업에서도 크게 성공했다.
그 후 어릴 때부터의 야망인 정치가가 되기 위해 64년 상원의원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실패, 66년 하원의원이 된 후 68년에 재선됐다.
70년 다시 상원의원 출마에 실패한 그는 텍사스주 상원의원 출마로 중앙정계에 널리 알려져 70년「닉슨」대통령에 의해 유엔주재대사로 발탁됐으며 그 후 공화당전국위원회 위원장, 초대 주중대사와 중앙정보국장을 역임했다.
「부시」는 76년1월부터 약1년간 CIA국장을 지냈다. 당시 CIA는「아옌데」칠레대통령 사망과「카스트로」쿠바대통령 암살 음모 등의 비밀작전으로 의회가 CIA의 역할을 조사하고 있었다.
「부시」는 그 후 80년 「레이건」과 함께 공화당대통령후보지명전에 나섰으나 실패, 「레이건」의 러닝메이트로 대통령선거에서 승리, 부통령이 됐으며 84년「레이건」과 함께 재선됐다. <정봉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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