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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안전진단 안 받은 BMW 운행중지 명령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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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8일 화성 교통 안전공단에서 류도정 원장으로부터 BMW 차량의 결함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8일 화성 교통 안전공단에서 류도정 원장으로부터 BMW 차량의 결함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차량 화재로 도마에 오른 BMW 일부 차종을 대상으로 국토교통부가 운행 정지를 추진한다. 현실화하면 사상 초유의 승용차 운행중지 명령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일 경기도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일부 BMW 차량에 대해 운행중지 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리콜 대상 42종 14일까지 받아야 #“공공장소 화재 땐 더 큰 사고 우려” #재산권 침해 소지, 법적 근거도 부족 #“렌터카 등 대책없이 강행땐 혼란”

운행중지 명령 검토 대상 차량은 크게 두 가지다. 리콜 대상 BMW 42개 차종 10만6317대 중 BMW그룹코리아 서비스센터가 진행 중인 긴급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의 소유주에게 국토교통부가 정비이행명령서를 발부한다. 14일까지 긴급안전진단을 받지 못하면 운행중지 대상이 된다. 또한 긴급안전진단 결과 BMW가 화재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차량에도 운행중지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BMW는 지난달 27일부터 긴급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다. 7일 오후 3시 기준 4만740대(38.3%)에 대해 안전진단을 완료했고, 1147대는 부품을 교체했다. 화재 위험을 확인했지만 부품 부족 등으로 정비를 받지 못한 차량은 2579대(6.3%)다. 아직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총 6만5577대가 운행 중단 처지에 직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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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국민의 안전’이다. 김현미 장관은 “BMW 소유주가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터널·주유소·주차장 등 공공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질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토부가 실제로 운행중지를 명령할 경우 재산권을 침해받는 차량 소유주를 위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운행중지 명령을 받은 차량의 소유주에게는 BMW가 이미 무상대차를 실시하고 있다”며 “충분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도 BMW 서비스센터에서는 확보한 렌터카가 부족해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BMW그룹코리아는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등을 통해 렌터카를 제공한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렌터카 등록대수는 73만8656대다(3월 기준). BMW그룹코리아가 시중 렌터카 중 최소 10%를 확보해야 운행중지 대상 차주들이 대부분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렌터카를 확보하지 않고 즉시 운행중지 명령을 실시하면 혼란이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적 근거도 논란이다. 자동차관리법 37조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안전운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된 차량에 대해 정비를 지시하면서 운행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국토부는 “BMW 차량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준다는 건 확실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간 해당 조항은 통상 범죄 우려가 있는 대포차 등에 적용했다. 정부 허가를 받고 도로에 운행 중인 특정 차종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건 유례 없는 일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3일 리콜 대상인 BMW 차량에 대해 ‘운행 정지’가 아닌 ‘운행 자제’를 권고했었다.

또 해당 법규의 주체는 국토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하는 방식으로 운행 중단을 명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가 주도하고 경찰청이 해당 차량 정보를 제공받아 운행 여부를 단속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1~7월 승용차 화재 건수는 32건의 BMW 화재를 포함해 약 1330여 건에 달한다. 또 정부 대상 집단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명령으로 인해 본인이 소유한 차량을 운행할 수 없고, 중고차 매매 행위 등에 제한을 받으면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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