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정의용, 북 석탄 기소 포함 법 따라 처리한다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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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볼턴. [AP=연합뉴스]

볼턴. [AP=연합뉴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전화 통화를 한 뒤 “수시간 만에” 미국 방송에서 이를 공개했다.

통화 수시간 만에 공개 이례적 #밀반입 의혹 엄정 처리 압박 #대북제재서 이탈 말라는 메시지 #청와대 “미국서 클레임 건 적 없다”

볼턴 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해 이란·북한 문제를 거론하다 “몇 시간 전인 오늘 아침, 나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한국의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했다”며 “(북한산 의혹을 받고 있는) 석탄 밀반입에 대한 한국의 수사 상황에 관해 이야기했고 기소를 포함해 한국법에 따라 적절히 처리될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이 석탄 밀반입을 놓고 진행 중인 한국의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줬고 또 “기소를 포함하는” 조치까지 염두에 두고 한국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알려줬다는 취지다. 백악관과 청와대의 국가안보보좌관이 대화를 나눈 지 불과 수시간 만에 당사자가 TV방송에서 대화 내용의 일부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볼턴 보좌관은 방송에서 “미국 역시 기존의 대북제재 이행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며 “(북한의) 제재 회피를 확실히 막기 위해서다.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계속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볼턴 보좌관의 통화 내용 공개는 석탄 밀반입 의혹이 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돼야 한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한국 측에 대북제재 전선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사실상 압박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볼턴 보좌관의 방송 내용이 알려진 후 “대북제재의 주체이자 이 문제를 이끄는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에 클레임을 건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을 문제 삼으려면 가장 먼저 문제 삼아야 할 미국이 우리를 신뢰하는데 우리 언론이 계속 부정적인 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도 말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볼턴 보좌관이 언급한 부분은 통상적인 한·미 국가안보회의(NSC) 간 조율 과정에서 오고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턴은 이날로 사흘 연속 방송에 출연했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이 지지부진하자 대북 매파인 볼턴 보좌관이 전면에 출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최대 압박’이라고 부르는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계획돼 있지 않다고 7일 밝혔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것(4차 방북)은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을 앞서고 있다. 이 시점에서 어떠한 계획이 없으며, 발표할 여행(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워트 대변인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확실하게 예측하지는 않겠다”며 방북 가능성은 남겨뒀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폭스뉴스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북한으로 보내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국무부가 볼턴이 공개한 친서 내용을 일단 조심스럽게 부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당시 이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전달됐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북·미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담고 있지만 지난 세 차례 방북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따라서 국무부로선 아직 확정되지 않은 4차 방북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볼턴 보좌관이 대북 압박의 전면에 재등장해 폼페이오의 방북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은 비핵화에 대한 성의 있는 응답을 촉구하는 또 다른 대북 압박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김지아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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