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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가적 재앙이 된 저출산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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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1.08명으로 급락했다. 사상 최저치이자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이렇다면 가히 국가적 재앙이라 할 만하다. 인구 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출산율이 2.1명인데 한 쌍의 부부가 한 명의 아이밖에 낳지 않아서야 사회가 존속이나 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출산율 하락에는 가속도가 붙고 있지만 정부의 저출산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종합선물세트 같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따져보면 어느 것 하나 실효성이 의문스럽다. 지자체에서도 덩달아 출산지원비를 주고 있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돈 몇 푼 받는다고 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중요한 것은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만혼과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을 꼽고 있다. 장기 실업으로 인한 청년실업률 심화가 젊은 층의 결혼을 막고 있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기관은 경제만 살려도 출산율이 1.4명까지 가능하다는 연구를 발표한 적도 있다. 경제가 중요한 것이다. 과도한 사교육비도 문제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아이를 두셋씩 나을 엄두를 내지 않을 것이다.

보육의 문제는 정부가 무엇보다 빨리 대책을 내놓아야 할 과제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기 "아이를 낳기만 하면 키워주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취임 3년이 넘도록 아직도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보육시설을 획기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부처 간의 이견으로 1년 이상 질질 끌고만 있다. 선거를 앞두고 당정이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아버지 출산휴가제도 정부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연차 휴가 등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과연 정부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저출산 대책은 출산율이 2.1 수준으로 떨어진 1983년부터 마련됐어야 했다. 20년간이나 미뤘으니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다. 서두르지 않으면 나라가 저출산 때문에 망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