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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생각은

'생각 없는' 방송 편성 이대로는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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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TV는 대중매체로서 전달력이나 파급효과가 막강하다. 우리의 경우 TV가 한류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또 대중문화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고, 재능.실력을 겸비한 이들이 시대적 문화의 주역으로 한국 대중문화를 주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 점은 평가된다.

그러나 지상파 TV까지 대중문화의 포로로 전락하는 느낌을 받는다. 프로그램.시간대 편성에서 전혀 생각 없는 사람들이 방송을 이끌고 있다. 방송사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방영하는 심야토론조차 새벽에 편성해 놓아 출연자나 시청자나 졸음에 겨워 TV를 외면하는 상황을 만든 데 대해선 한심한 생각마저 든다. 외국의 앞선 방송문화가 자국의 외교.정치.국방을 논할 때 우리 TV들은 어린 연예인들의 영양가 없는 말장난을 아무 여과 없이 억지로 보게 하거나, 아니면 TV를 끄고 일어나게 한다. 'TV 안 보기 운동'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인지 모른다.

특히 공영방송의 생각 없는 방송 태도는 전체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다. 시청료를 납부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소비자를 우롱하고 사기 치는 행위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한 나라의 건전한 방송문화 창조를 위해 공영방송이 지향하는 가치.목표와 과정에 대해선 최소한의 생각도 없는 한국의 공영방송은 시끄러운 소음으로 국민 사고를 단순화하고 좀먹게 하는 것은 아닌가. 책임 있는 관계 당국자들은 스스로 깊이 반성해야 한다. 시청자도 이런 프로그램에 빠져드는 것이 문제지만, 이것 역시 일방적인 방송의 특성을 감안하면 방송사가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많은 국내외 뉴스에 대한 심층취재와 분석.대담을 통해 대중매체가 국익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일 때 한국의 TV는 더욱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며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김진환 한국방송통신대 교수